전근대사에 대한 관심충족에 한몫 신형식 교수 「통일신라연구」 최근에 들어와 역사학, 특히 한국사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근대사회의 우리 역사에 관한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만한 책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본서는 우리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저서명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이른바 통일신라시대에 관한 11권의 논문을 네 부분으로 나누어 배치함으로써 연구서와 수준높은 개설서의 기능을 아울러 갖도록 배려한 책이다.

제 1장은 신라에 의한 삼국통일의 과정과 의의를 밝히고 있다.

삼국통일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외세의 능동적 이용과 평민의 지위향상을 통한 민족국가의 형성이라는 점에서 찾고 있다.

또한 신라의 삼국통일이 갖는 한계중의 하나로 지적되는 영토·인구축소론을 민족주의사학자인 장도빈의 신라영토확장론에 입각하여 극복하고, 이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고려건국의 주체세력을 고구려유민의 동향과 연결지어 추적함으로써 고대사회에서 민족의 형성을 전망하였다.

제2장은 통일신라시대 전제왕권의 특질을 규명하고 있다.

이 시기를 보는 기존의 관점은 화백의 대표자인 상대등과 집사부의 책임자인 시중의 위상변화에 따라 신라 중대사회를 전제왕권시대, 하대사회를 귀족연립시대로 구분하여 파악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 본서는 전제왕권이 통일신라 중대는 물론 하대까지 존속하였다는 전제위에서, 중대의 전왕권은 관료제도라는 합법적 장치와 소수의 귀족·외척세력의 지지 속에서 유지된 사실을 강조하였다.

제3장은 통일신라시대의 통치이념으로서 유교사상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우선 이 시기에 발생한 지진현상을 오행사상과 연결시켜 최고통치자로서의 왕에 대한 경고와 반성의 기회부여로 해석함으로써 고대 사회에서 정치발전의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파악하였다.

또한 국사의 편찬과정에는 유교정치이념이 구현될 것이라는 관점에서 신라 중대의 무열왕계는 왕권의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해 국사를 편찬하였을 것으로 보았으며, 그 시기는 관제의 정비와 국학의 설립이 이루어지는 신문왕대로 추정하였다.

그리고 속위학생은 정부차원에서 파견된 일종의 관비유학생으로서 당시의 신라사회에서 요구되던 새로운 통치이념, 즉 유교의 수용을 담당한 것으로 이해하였다.

제4장은 통일신라의 대외관계를 정리하고 있다.

고대의 한중관계에서 차지하는 서해의 의미를 살핀 다음, 백제에 의해 개척되었던 적신항로를 6세기 중엽 이후에는 신라가 장악함으로써 수·당과의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졌음을 밝혔다.

특히 신라는 당 세력의 구축과정에서 수군을 격파함으로써 서해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우수한 선박건조술과 항해술을 바탕으로 당과 공존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신라의 문화발전은 물론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한 것으로 파악하였다.

한편 신라는 일본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야만시하는 시각을 견지하였다는 전제위에서 나일관계를 3시기로 나누어 서술하였다.

신라의 건국이래 양국은 상호충돌, 국교단절, 문물교류의 단계를 시기적으로 거치는데, 일본이 7세기 중엽부터 8세기 중엽까지 신라에 대해 학문승과 유학생을 집중적으로 파견하여 선진정치제도와 불교문화를 수용한 사실을 규명하였다.

이로써 일본의 백봉문화와 천평문화는 신라의 절대적인 영향하에서 만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상에서 간략하게 소개한 본서의 내용은 결국 통일신라시대가 19세기 말엽까지 지속된 한국전통사회의 원형을 형성한 시기라는 데에로 귀결된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통일신라시대가 한국사의 시기구분에서 차지하는 위치, 즉 고대사회인가 아니면 중세사회인가에 대한 역사학적 사색을 곁들이면 독서의 즐거움은 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역사학의 전공여부를 불문하고, 전근대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의 일독을 권한다.

김영하 (겅균관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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