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상황인식 통한 「단결」촉구 5월 정세토론자료집을 점검한다 강경대군 타살사건이후, 그에 항의한 분신사망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정부에 대한 규탄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5.9 동맹휴업을 결의하기 위한 과토론회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이에 따라 최근 정세를 분석한 토론자료집이 총학생회 및 각 단대와 과별로 마련되어 토론의 내용 공급을 담보해내었다.

소책자 혹은 문건의 형태로 강군타살을 전후한 일련의 사건들을 총괄적으로 조망하고 있는 토론자료집들은 강군타살의 필연성을 규명하고 길게 드리운 공안정국의 그림자 밑에서 신음하고 있는 국민들의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총체적 상황인식 속에서 분출된 「단결」의 힘이 절실한 때임을 호소하는 것이 주맥이다.

우선, 신문스크랩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해 총학생회에서 발간한 토론자료집은 연이은 집값폭등, 물가인상, 원진레이온으로 대표되는 산업재해 등을 나열하면서 최근 정세가 노정권 집권 당시부터 예고된 것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영구분단의 획책과 정권의 장기집권보장으로 한반도를 영원히 식민지화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지난 4월 미국방부의 1백20일 한반도전쟁시나리오와 그레그대사의 한반도비핵지대화 반대발언, 이종국국방장관의 북한핵시설에 대한 응징발언을 통해 증명하였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바로 강경대군의 타살사건이 일어났고 이는 애국민주세력에 대한 무차별적 탄압의 과정에서 빚어진 필연적 소산물임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동아리연합회(이하동연)는 강경대군의 죽음에 항거한 투쟁 및 투쟁속보 대자보작업의 과정을 토론자료집을 엮어냄으로써 총화시켰는데, 사건의 나열로 주체적인식을 유도한 총학생회 자료집과는 달리 사건의 심층분석·해설에 주력하고 있다.

「이제 우리 절망의 죽음에 종지부를 찍고 새삶의 희망을 선언하자!」는 표제가 의미하듯 상황인식이 상황타개를 위한 토력으로 나아갸아 함을 시사한 동연의 토론자료집은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우화를 통해 현재 법, 언론, 공권력의 모습을 재치있게 그려내었다.

이는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막아 연대의 고리를 차단하려는 제3자 개입금지법과 언론의 왜곡보도, 공권력의 횡포 등을 표현한 것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위한 우리의 역할을 토론을 통해 이끌어내야 할 과제로 남기고 있다.

이밖에도 과별 교육선전부에서 펴낸 토론자료집을 살펴보면 사학과는 정부의 탄압공세와 더불어 급속히 진행되는 정세에도 불구하고 중간고사 이후 소강상태에 머물러있던 학생들의 모습을 반성하면서 토론을 통한 무기력의 극복을 제안하고 있으며 사회사업학과는 강군타살사건과 백골단, 원진레이온의 직업병제조 및 페놀 방류사건과 정권의 재벌기업비호정책, 주책문제 등을 설명하면서 민중복지를 짊어진 사회사업학도로셔의 고민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수학교육과, 행정학과, 영문과, 사회학과 등 대부분의 과에서도 과토론회 자료문건을 제작하였는데, 여기에는 과별특성을 살려 각자가 몸담은 장에서의 역할을 고민하려는 노력이 함께 담겨있어 빈약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과별 정세분석자료집의 본보기가 된 총학생회 토론자료집에 대해 총학생회학술부장 조미정양(통계·4)은 『신문 스크랩으로 사건서술을 처리한 것은 총체적 시각으로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라고 설명하면서 동아리연합회의 자료집과는 달리 이화인 전체가 대상이기 때문에 토론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상황인식에 촛점을 두었다고 밝힌다.

이로 인해 사건의 장황한 나열로 스트랩된 사건들이 현정세속에서 어떠한 구도로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한 총괄적 해설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남기고는 있으나 참신한 형식시도와 체계적 내용서술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에 비해 동연의 자료집은 좀 더 심화된 정세분석의 틀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용어의 해설도 곁들이고 있어 내용이 비교적 풍부하나 자료집 제작상의 주관개입으로 학생들의 능동적·주체적 판단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는 여론이다.

이상에서 관심있는 몇몇만이 정세를 논의하는게 아니라 상황인식을 함께 공유하고 통합된 의지를 모으려는 노력들이 과토론회 자료집을 통해 각 과 및 단대별로 이루어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번에 발간된 과토론회자료집은 사건에 대한 분절적 사고를 지양하고 사회와 역사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고민하게 한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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