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은 변화 중이다. 국방부는 여군 인력을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6년 1098명에서 2022년 2250명으로 여군의 수를 늘린다. 또한, ‘인구 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군 병력구조를 간부 중심으로 정예화한다. 모두 현 정부의 국방 개혁안, ‘국방 개혁 2.0’의 일환이다.

본교는 한 발짝 먼저 변화에 따라갔다. 이화여대 학군단(ROTC)은 통일, 안보 분야에서의 여성 진출 확대 등의 이유로 2016년 11월 창설됐다. 작년에는 전국 110개 학군단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올해의 최우수 학군단’에 선정됐으며 올해 3월, 첫 학군장교 30명을 배출했다. 이들은 장교로 임관 후 4개월에 걸친 신임장교 지휘참모 과정을 수료하고, 지난 6월 말 각자의 부대에 배치됐다. 본지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임무 수행 중인 학군장교 2명을 만났다.

 

올해 3월 임관한 신소연 소위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신임장교 1821명 중 1등, 신소연 소위

허리를 바로 편 차렷 자세의 모습에서 강인함이 느껴진다. 회색빛의 벽면인 ECC 복도에 군복을 입은 신소연 소위(영문·19년졸)는 멀리서부터 눈에 띄었다. 1시간 전 미리 학교에 도착해 인터뷰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말하는 그. ‘군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그 자체였다.

신 소위는 용인에 있는 55사단 내 기동 중대 소대장이다. 그는 옷에 달린 패치를 가리키며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저는 한 소대의 소대장으로서 제 소대의 병력을 지휘하고 관리하고 소대원들에게 실제상황에 따른 작전 수행 방법을 가르쳐요.”

작전을 수행하려면 눈짓만으로도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는 소대원들 사이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 소위는 “내가 잘못 관리하면 병력들이 다치거나 생사가 오갈 수 있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팔굽혀 펴기를 50개, 윗몸 일으키기는 약 100개를 할 수 있다고 하는 신 소위는 아직 체력적으로 힘든 순간을 느낀 적이 없다고 했다. “정신이 몸을 지배해요. 흔들리지 않고자 하죠. 제가 체력적으로 힘들거나, 전술적으로 어려워하면 소대원들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요. 그렇기에 일관적으로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모습을 항상 유지해야 해요.”

신 소위는 장교 임관 후 4개월에 걸친 육군보병학교 신임장교 지휘참모 교육 과정에서 최우수의 성적으로 수료했다. 육군사관학교, 3사관학교, ROTC 출신 1821명 중 1등이었다.

어릴 적부터 군인을 꿈꿔온 것은 아니었다. 그는 사회의 명예로운 목적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왔다. 이러한 가치관은 ROTC 1기 공고를 호기심 있게 읽게 했다. 우연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어진 임무와 역할에 자부심을 느꼈다. 직업 만족도가 높은 그였다. 그는 의무 복무기간 이후에도 장기 복무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학군사관을 지원함에 있어 전공은 무관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면 된다는 것. 그는 “군인이라 하면 무조건 총이나 몸을 쓰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모든 분야의 인재가 절실하게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자유, 진실, 시장경제의 가치. 제가 중요시 여기는 이 세 가치를 가슴 속에 품고 임무를 수행할 때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고 믿어요. 처음 그 마음을 잊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명예로운 군인이 되고 싶어요.”

 

올해 3월 임관한 이소정 소위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정신 전력이 안보와 직결, 이소정 소위

‘왜 군대에 가야 하는 걸까?’, ‘이 힘든 훈련은 왜 받는 것일까?’ 아마 이소정 소위(정외·19년졸)에게 교육을 받는 현역 장병이라면 이 질문에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할 것이다.

올바른 안보관과 굳건한 정신은 강한 군대를 만든다. 이를 위해 안보와 평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공유, 교육해 정신 전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모두 공보정훈장교의 역할이다.

이 소위는 이기자 부대로 알려진 육군 27사단 대대의 공보정훈장교다. 그는 부대 장병들의 정신전력교육, 부대활동 홍보, 각종 문화 활동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무형의 전투력에 관심이 있다”는 그는 학부 시절부터 현실주의 관점의 국제정치학을 즐겨 공부했다. 병과를 선택하는 데 있어 전공의 영향도 컸다. 정치외교학과를 전공, 북한학을 복수 전공한 그는 <국가안보론>, <국가정보론> 등 안보 관련 수업을 수강했다.

27사단 이기자 부대는 “싸우면 이긴다!”는 의미다. 이름에서 주는 열정만큼 이 소위는 장병의 무형 전투력 강화를 위한 교육에 힘쓴다.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는 부대 미담이나 교육 훈련 등을 홍보하는 업무를 추진하고 있어요. 부대 일정에 따라 하루 일과가 조금 씩은 다르지만 업무를 하다보면 하루하루가 굉장히 빨리 지나가요. 때문에 시간 관리를 잘하려고 하죠.”

ROTC 첫 기수로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 불안하지 않았냐 묻자, 선택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군인이라는 직업을 경험하며 군, 국가, 사회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자신의 학문적 관심사에 큰 자산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학점 관리, 전공 수업, 방학 기간 중의 군사훈련, 후보생 생활을 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는 그때를 떠올리며 미소를 띠었다. “동기들과 새로움에 부딪히며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나가고, 군 생활에 대한 꿈과 소신을 나눴어요. 함께였기에 소중한 시간이었죠.”

학군장교는 2년4개월 후 장기 복무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는 계속적으로 군에서 복무할 예정이다. “군 내 정신전력을 담당하며 주어진 상황과 임무에 최선을 다할 거예요. 학문적 연구에도 욕심이 있죠. 군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하는 꿈이 있어요. 변화하는 한반도 패러다임에 맞게 한국군의 역할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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