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번아웃 상태인 당신에게
[여론광장] 번아웃 상태인 당신에게
  • 신단미(사회·17)
  • 승인 2019.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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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학기 닳을 정도로 많이 썼던 ‘번아웃(Burn out)’이라는 용어는 원래 항공우주 분야에서 사용되었다고 한다. 발사된 로켓이 가진 연료가 소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시 그대로 날아가는 상태를 뜻한다. 같은 속도로 날아가고 있기에 우리는 로켓에 연료가 남아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곧 로켓의 속도는 줄고, 결국 추락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번아웃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고등학교 3년을 대학 입시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렸다. 합격한 후, 결국엔 해냈다는 뿌듯함은 동시에 목표가 사라졌다는 상실감을 가져다주었다. 미친 듯이 이루고 싶었고, 이루게 된다면 그 외에 바라는 것은 없을 것이라 다짐했을 정도로 간절했던 목표의 달성은 생각보다 더욱이 허무했다.

허무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입학한 대학에선 나만 빼고 모두가 빛나 보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확신을 하고, 꿈꿔왔던 언론인을 이뤄낼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함이 늘 나를 따라다녔다.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목표에 계속 도전하며 성공과 실패를 마음껏 경험하는 데 반해 나의 목표는 흔들리고, 사라지니 속이 막힌 듯 답답했다.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항상 좌절이 함께했다. 특히, 사람들이 흔히 우스갯소리로 ‘사망년’이라 부르는 대학교 3학년의 생활은 단 한 번도 안정적이지 못했다. 조그마한 바람에도 내 전체가 흔들리고 갈피를 잡지 못했으니까. 안정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내 능력과 체력의 한계는 고려대상이 될 수 없었고, 그저 할 수 있는 일은 남들보다 바쁘게 살아가는 것뿐이었다. 모두 앞을 보며 달리고 있는데 나 혼자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건 사치인 것만 같아 계속해서 달릴 수밖에 없었다.

앞서 나가고자 하는 미련은 내 발목을 잡았다. 결국, 여러 개의 공모전을 진행하는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했다. 자다 가도 몇 번씩 가위에 눌리고, 불안함에 심장이 빨리 뛰어 잠을 이루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

이제 나는 나의 한계를 조금씩 인정하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기준은 너무나도 모호하고, 애매해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비로소 인지하기 시작했다. 발전의 여부를 타인에 기준점으로 두고 비교하는 것이 아닌, ‘나’에 기준을 두고 바라보기로 했다. 또한 진로라는 영역에 한정 짓던 과거와는 달리, 사소한 일상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발전했음에 마음껏 행복하기로 다짐했다.

우리는 아직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인 청춘이다. 너무나 낭만적이라 헛웃음이 나오는 말이겠지만 마음만이라도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파묻히기보다 지금의 당신에게 더 집중하고자 다짐해보는 것은 어떨까.

끝으로 이 글을 빌려, 2년 동안 반복되었던 번아웃을 견디고 항상 함께해준, 마지막 마감을 마친 나의 친구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