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 속에 존립근거 없는 국가보안법
남북교류 속에 존립근거 없는 국가보안법
  • 이대학보
  • 승인 199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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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어떻게 할 것인가」토론회 열려
요즘 임시국회에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의 개정방안을 놓고 민자당의 개정안과 신민당의 대체입법안이 올려져 있는 가운데,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국보법의 개폐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일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 3일(금) 오후4시 연세대 장기원기념관에서는 「국가보안법,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주최로 열려 각계의 관심을 모았다.

첫번째 기조발제에서 민교협의 강경선교수(방통대)는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주제로 국보법이 왜 폐지되어야 하는지, 그 근거를 법철학적 측면에서 논증했다.

강교수는 법의 의지적·이성적 구성요소를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법은 그 내부에 욕망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국보법은 우리나라의 국가이성을 반영할 뿐 아니라 동시에 미국의 국가 이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극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국보법폐지를 위한 대안으로는 『국보법이 국민전체의 재산·생명보호에 부합하는 것임을 폭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법의 박원순변호사는 발제문 「제6공화국하의 국가보안법 적용실태」를 통해 『6공들어 양심수가 1천4백여명으로 5공의 6백여명의 2배를 넘고 있는데 그 중 국보법 적용이 40%로 5공의 20%에 비해 적용률이 더욱 늘어나고 있으며 노동자, 출판인, 화시, 교사 등 그 적용 범위 또한 더욱 넓어지고 있다』고 6공의 국보법 적용 특징을 분석했다.

또, 종전보다 낮아진 실형을 (37.2%)로, 남용으로 인해 국보법의 효과가 낮아지고 있다며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는 말로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다음으로 민변의 최병모변호사는 국보법의 폐기가 옳은지, 개정이 옳은지를 논하고자 한 「국가보안법의 개폐방향」에서 현행 국보법적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민자당의 개정안과 신민당의 대채입법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각각의 문제점과 한계를 제시했다.

최변호사는 『현행 국보법이 「 선전·선동」,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등의 불명확한 개념으로 수사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의해 조작되고 있으며, 형식법으로서 법익침해 없이 행위만으로 처벌하는 점, 사람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점 등 운영상의 문제점이 많았다좭고 지적하고 일례로 화가 신학철씨가 그의 그림 「모내기」에 그린 초가집을 수사기관에서 김일성의 생가인 만경대로 해석해 구속·기소된 사건을 들었다.

계속해서 최변호사는 『민자당의 개선안이 국보법 제2조의 「반국가단체」개념에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라는 요건 추가, 「공산계열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국내외의 결사·집단」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제 2조 2항의 삭제, 금품수수, 잠입·탈출, 찬양·동조·고무 등의 행위를 규정한 조항에 「반국가 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하는 요건을 추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다른 조항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이미 사문화된 조항의 삭제와 수사적용에서 별변화가능성이 없는 목적요건 추가 등 자구수정에 불과하며, 오히려 「제 3조및 제 4조의 죄로서 수사를 계속함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 판사와 검찰에 구속기간 연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최장기 구속기간이 안기부의 경우 70일, 검찰의 경우 50일까지로 확대되어 국보법의 폐해는 더욱 증폭될 것좭이라고 비판했다.

또, 신민당의 대체입법안에 대해서는 『개정안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국보법의 주요조항에는 거의 수정이 없고 역시 모호한 개념이 많아 오히려 확대적용될 가능성까지 있다』고 비판하고 따라서 『개혁입법은 현상황의 대안이 될 수 없고 오직 국보법의 폐지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왔던 민주당의 이원석의원과 민변의 박인제 변호사는 각각 『동구권개방과 남북교류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국보법은 이미 그 존립근거가 없다』, 『현재의 공안체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보법의 개정은 현재의 국보법에 「여·야 합의」라는 정당성의 꼬리를 달아주는 꼴좭이라며 「국보법의 폐지」에 의견을 같이했다.

이어 계속된 방청객 질의에서는 한 방청객이 『국보법에서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을 정부가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고 UN에 동시가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국보법 위반이 아니냐』며 『정부를 국보법 위반으로 고소하자』고 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국보법이 언제쯤 폐지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서 최변호사는 국보법의 해악이 일반 대중에게 완전히 인식되는데 걸리는 기간을 약 3년으로 잡고 『이를 더욱 앞당기기 위해서는 우리가 국보법폐지를 위한 선전·선동에 더욱 주력해야 할것좭이라고 주장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번 토론회는 당초에 참석하기로 되어있던 신민당과 민주당의 대변인이 당일 갑작스럽게 불참해 그리 활발한 논쟁이 이루어지지는 못했으나, 약 80여명의 교수·변호사·정치인이 참여한 가운데 그 결론을 「국보법 폐지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냄으로써 지식인들 사이에서 국보법폐지의 여론이 높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