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자택에서 만난 에델트루트 김 교수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지난 15일 자택에서 만난 에델트루트 김 교수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본교 에델트루트 김(Edeltrud Kim) 명예교수(독어독문학과)가 ‘2019 서울시 명예시민’에 선정됐다. 그는 작고한 남편 김병옥 전(前) 연세대 독어독문과 교수와 은평구에 ‘샘 지역아동센터’를 설립하고 후원한 공로로 명예시민이 됐다. 수여식 이틀 뒤인 15일, 김 교수를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능숙한 한국말로 기자들을 반겼다.

“2013년에 남편과 함께 은평구에 집을 한 채 사서 샘 지역아동센터를 설립했어요. 2년 동안은 직접 운영비를 냈지만 이후에는 최우수 평가를 받아 정부에서 후원받고 있어요. 아동센터까지 좀 멀지만 한 달에 한 번씩은 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저를 ‘교수 할머니’라고 불러요.”

아동센터를 설립하고 후원한 것뿐만 아니다. 김 교수는 한국어와 독일어의 연결 다리가 되고 있다. 현재 한독문학번역연구소 이사장인 그는 남편을 도와 번역상을 제정하고, 새로운 한독사전을 출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쓰는 한국말을 고려하는 것”이라며 “한국인이 많이 쓰는 단어 5600개를 담았다”고 말했다. 출간한 한독사전은 네이버 독일어사전에도 일부 추가됐다.

또한 ‘독일문학번역 DB 구축과 번역비평’ 프로젝트가 한국연구재단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앞으로 서울대 독일어문화권연구소와 함께 이 프로젝트에 매진할 예정이다. “문학 번역을 모으고 어떤 번역이 좋은 번역인지, 이런 문제는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비평할 예정이에요. 지금은 독일 작가 이름도 번역가마다 다르게 표기하기 때문에 통일이 필요해요. 또, 문법적으로 맞다 하더라도 냄새가 잘 맞아야 하죠.”

독일에서 독문학과 역사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뒤 1975년 한국으로 왔다. 서울대에서 약 4년 동안 교환교수로 지냈고, 1980년 본교에 교수로 초빙돼 오게 됐다. “처음에는 한국말을 거의 못 했어요. 독문과에서는 독일어로 말했기 때문이죠. 그러다 <교양 독일어>를 가르치면서 한국말을 조금씩 배웠어요.”

김 교수는 학교에서 20년 넘게 일한 만큼 기억하고 있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교양 독일어>를 가르칠 때 영문과 학생들과 법학과 학생들이 경쟁하듯 공부한 일, 성적을 줄 시기가 되면 인사과를 찾아가 A학점 비율을 늘리려 애썼던 일 등…. 김교수에게 한국어 발음을 지적하던 학생도 있었다.

“한국어로 ‘깨끗하다’인 독일어를 설명하고 있었어요. 근데 독일 사람은 ‘깨끗하다’ 발음이 어려워서 ‘캐큿하다’라고 하거든요. 제가 ‘캐큿하다’라고 했더니 한 학생이 ‘캐큿하다’가 아니라 ‘깨끗하다’라고 말해줬어요. 저는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그 학생과 열심히 ‘깨끗하다’를 연습했어요.” 김 교수는 설명하는 동안 ‘캐큿하다’와 ‘깨끗하다’를 정확하게 발음했다.

학교에 있는 동안 진심으로 학생을 위해 일한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세계를 보라’고 조언했다. “우리는 다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무조건 외국을 따라하지 말고 그 역사에 맞게 세계화해야해요. 또한 흑백논리를 지양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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