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몇몇 동기들의 SNS 상태메시지에 숫자가 있고, 한 주가 지날 때마다 그 숫자가 1씩 줄어들고 있다.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진 않았지만, 아, 다들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구나, 어쨌든 알 수 있었다.

벌써 마지막이구나 싶으면서도, 드디어 마지막이구나 싶다. 당신이 누구든, 여기까지 오기 위해 첫 발걸음을 내딛던 순간을 떠올리기 바란다. 그것이 새내기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멋진 대강당 문을 열던 순간일 수도 있고, 혹은 원하는 동아리에 들어가기 위해 면접장에 들어가던 떨리는 순간일수도, 첫 취직 준비를 위해 원하는 회사 문제집을 사거나 그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채용공고를 뒤적이던 순간일수도 있다.

이 중 어떤 마지막을 맞이하는 당신이건, 먼저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아직 끝은 아니지만 간절히 마지막 순간을 바라고 있는 당신이라면 미리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무리 힘들어도 마지막까지 끌고 갈 강한 의지가 있다는 뜻이니까. 옛날 말에 시작이 반이라지만, 2019년 지금은 시작보다 끝매듭을 짓는 것이 얼마나 강한 체력과 의지가 필요한 일인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모든 일에는 처음과 끝이 있는 법이라는 데, 언제부턴가 끝을 맺는게 힘들어졌다. 좋은 의도와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시작한 일 들이 이런 저런 장애물과 감정에 치여 벅차게 느껴지면서, ‘에라 모르겠다, 이건 그냥 포기!’를 외치며 손으로 구겨 쓰레기통에 넣어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모든 일에 유레카처럼 한번만 누르면 되는 중도 휴학 버튼이 있었으면 하는 순간들. 그 시기를 넘기느냐, 손을 딱 놓아버리느냐가 마지막 순간의 유무를 결정한다. 한마디로 ‘존버’를 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끝을 결정한다.

잘 버티지 않아도 된다. 이리치이고 저리치여서 너덜너덜해져도 끝까지 그 일을 붙잡고 있었던 당신이 자랑스럽다. ‘존버’라는 용어의 등장과 함께 그 개념이 어느 순간부터 다소 장난스러워졌지만, 또 그만큼 현명한 개념도 없다. 취업면접장에서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니 회사를 진심으로 사랑하겠다’는 컨셉을 가지고 전형에 임하듯 이른바 ‘덕업일치’를 강요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하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해 성공하기 위해 우리가 결국 해내야 하는 것은 버티기다. 굵게 버티든, 얇고 가늘게 버티든, 이 악물고 버텨서 끝맺음을 맺는 당신은 이미 성공했다.

그래서 결과야 어떻든 엄연한 마지막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전하고 싶다. 그 순간까지 오기 위한 그 오랜 시간과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이 순간까지 오기 위해 여기저기서 받은 상처를 이 ‘마지막’에 같이 묻어두길 바란다. 그리고 끝까지 가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그 설렘을 충분히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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