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의 시선] Z세대가 세계를 사랑하는 방법
[Z의 시선] Z세대가 세계를 사랑하는 방법
  • 김민영(커미·18)
  • 승인 2019.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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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나는 좋아하는 아이돌 앨범, 좋아하는 작가의 엽서 세트, 좋아하는 ASMR 유튜버 멤버십 등을 구매했다. 당신의 소비와 겹치는 게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가취관’을 맺을 수 있겠다. 가취관은 ‘개인’과 ‘취향’을 중시하는 Z세대가 관계를 맺는 방식을 나타내는 용어로, 가벼운 취향 위주의 관계를 뜻한다.

Z세대는 나만의 ‘취향’을 활용해 자신을 드러내고 타인을 이해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나를 드러낸다고 믿는 Z세대들은 각자의 취향을 어떻게 구축할까? 난 취향은 소비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양질의 소비는 차별화되고 희소한 취향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질이 낮더라도 많이 사거나, 한두 개라도 질이 좋은 걸 사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나’에게 심리적 만족을 주는 소비 경험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격보다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가심비’ 소비에는 위안 비용, 착한 소비, 탕진 소비, 일점호화, 시발 비용, 그리고 굿즈 소비가 있다. 이 중 굿즈 소비는 ‘좋아하는’ 아이돌, 배우, 드라마, 영화, 웹툰, 소설, 사진, 그림 등과 관련된 물품을 팬심으로 사는 행위다. 최근 Z세대의 소비력이 성장하면서 독립서점, 웹툰, 대기업 그리고 기부 재단까지도 굿즈 판매를 접목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개인의 취향에 맞춰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전보다 명확히 알게 됐다. ‘좋아하는’ 유튜버를 구독하고 ‘좋아하는’ 콘텐츠를 파도타기 하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것의 팬이 되어있는 시대이다.

팬들의 굿즈 소비는 다양하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입은 옷을 따라 사 입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성우의 앨범을 얻고자 펀딩을 하고, 심지어 좋아하는 만화의 중고 상품을 원가보다 높은 가격에 기꺼이 구매한다. 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자신만의 취향이 확고해 무언가의 팬이 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나만의 취향을 저격한 존재를 기꺼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굿즈에 지갑을 활짝 여는 것이다.

돈이 안 드는 팬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바로 주접을 부리는 것이다. ‘주접부리다’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창의적으로 표현한다는 뜻이다. 주접문화는 유튜버 ‘봇노잼’이나 ‘띠예’의 주접으로 가득찬 댓글창이 화제가 되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주로 드라마, 웹툰, 유튜브 동영상 등에 등장하는 존재에게 댓글,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주접이 전해진다. ‘당신은 건반으로 치면 레야. 미모가 도를 지나치고 미치기 직전이기 때문’과 같은 댓글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이는 좋아하는 대상이 예쁘고 재밌는 말만 듣길 바라는 팬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다.

물론 Z세대가 마냥 어떤 존재를 좋아하고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IMF에 휘청거린 X세대의 역사를 기억하며 균형적인 현실감각을 유지한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 함을 알고 기본 생활 유지를 우선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의 반작용으로 무용한 쾌락적 소비나 착한 소비를 통해 심리적 만족감을 얻으려는 모습도 나타난다. ‘쓸모없는 선물하기 대결’의 유행이나 ‘김생민의 영수증’ 프로그램의 성공이 이를 증명한다. 전자가 무용지물한 물건을 소비하고 SNS에 올리는 과정에서 유희적 만족감을 줬다면, 후자는 가심비 소비를 보여주어 쾌락적 소비에 대리 만족하고 죄책감을 덜게 해줬다. 이들은 유쾌하게 관습에 저항하지만 현실적으로 자신을 책임지려 드는 입체적인 세대다.

Z세대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으로 살아가지만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인 주체로서 무언가를 깊이 좋아할 힘이 있다. 소비하며 자신만의 취향을 구축하고 좋아하는 건 우리가 건강한 개인주의자로 성장하는 방법이다. 사회적 관계 속 ‘나’가 아닌 독립적이고 온전한 ‘나’로서 이 세계를 살아가고, 사랑하는 방법이다. 이전 세대가 한심한 눈으로 쳐다봐도 굴하지 말자. 우리의 다양한 취향으로 인해 이 세계가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모두의 안녕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