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파리에서의 세 번째 아침. 아침 일찍 친구와 만났는데, 둘이 숙소 근처 빵집에 앉자마자 눈앞에 눈이 쏟아져 내렸다. 숙소 근처를 지나가는 유일한 지하철 노선은 큰 사고로 두 시간 가까이 운행이 중단됐고, 버스는 폭설로 속도를 전혀 내지 못했다.


그날 가려고 했던 곳 대부분을 ‘다음에 가자’며 미루고는 친구와 느림보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문득, 버스에서 내려 정류장 옆의 센 강을 바라보니 나 자신이 여유로워지는 것 같았다. 가지 못한 곳에 대한 미련, 다른 곳이라도 어떻게든 가야 한다는 조급함 대신, 그냥 내 앞에 보이는 것 자체에 집중하게 됐다. 학보 발행 3회만을 남겨둔 내가 지금 가져야 할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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