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도 좁은 나의 세계
넓고도 좁은 나의 세계
  • 황혜린(커미·15)
  • 승인 2019.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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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계가 넓어지면 질수록, 동시에 좁아지는 것 같아." 얼마 전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친구가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백 프로 공감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요즘 나의 최대 고민을 정확히 짚어낸 말인 것 같았다.

대학에 들어오니 온통 새로운 일이 가득했다. 익숙했던 도시를 떠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나는 운이 좋았다. 비슷한 관심사와 취향을 공유하는 친구들을 만났고, 그 애들과 친해질수록 뾰족했던 내가 둥글어져 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먹어본 적도 없으면서 남들 따라 싫어했던 가지가 꽤 맛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예전에는 몰랐던 것을 알게 될 때마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기분을 느낄 때마다, 처음 겪는 일을 마주할 때마다 내 세계는 넓어졌다. 책이나 영화, 친구와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도 매번 다른 결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내가 나를 알아갈수록, 좋고 싫은 것이 명확해질수록 내 세계는 좁아졌다. 세상에는 부조리한 일이 참 많아서 나는 자주 목메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는 것을, 천연덕스럽게 상처 주는 사람들을 견디고 싶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고, 보기 좋은 것만 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들었다. 예전에는 `저 사람은 그런 사람이야. 나랑 다른 거야`하고 넘길 수 있던 일들에 자꾸만 화가 났다. 처음 만난 사람이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더라도, 한 번이라도 불편한 말이나 행동을 하면 바로 마음속으로 선을 그을 정도였다. 내 타인에 대한 역치는 점점 더 낮아져서 결국엔 아주 작은 생채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

그런 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때때로 겁이 났다. 이렇게 해서 사회생활은 잘할 수 있을까? 나는 자꾸만 인색해졌다. 어쩌면 내 곁에 있는 사람들 탓일지도 모른다. 이 사람들은 가끔 놀랄 정도로 따뜻해서 그 다정함에 익숙해져 있다가 무례한 이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스스로 가시를 세우고 경계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핑계를 대기에 나는 종종 섣불렀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타인을 판단했다. 어쩔 땐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가끔은 머쓱하고 미안한 상황이 오기도 했다. 결국 나는 아주 작은 단편만 보고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게 아니었을까. 사실은 세상을 작은 바늘구멍으로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는 바꿔 보고 싶다. 이젠 사람들의 부정적인 모습보다는 긍정적인 모습을, 단점보다는 장점을 먼저 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이도 첫인상이나 단편적인 모습으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나중에는 자꾸 나쁜 점만 눈에 들어와도 저절로 좋은 점이 보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부디 나의 세계가 더 넓고 너그러워지길 바라며, 앞으로 만날 타인들에게 미리 인사를 건넨다. 만나서 무척 ‘반갑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