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터 판매까지, 금손벗의 제작 비하인드 2

플래퍼 대표 이수선(의류산업·16)씨.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플래퍼 대표 이수선(의류산업·16)씨.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제가 고른 빈티지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서 당당한 포즈로 사진을 찍어요.

빈티지(vintage)란 오래됐지만 가치 있는 것을 뜻한다. 빈티지 의류 브랜드 ‘flapper’(플래퍼) 대표 이수선(의류산업·16)씨는 자신만의 감성으로 선택한 특별한 옷들의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고 있다. 레오파드 무늬 블라우스 위에 검정 빈티지 자켓을 걸친 이씨를 9월27일 정문 앞 카페페라에서 만났다. 빈티지 의류가 주는 따뜻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가 그에게서도 묻어났다.

이씨는 재작년 12월, 기말시험을 마치고 플래퍼를 창업했다. 옷장을 열면 절반이 빈티지 의류였을 정도로 빈티지를 좋아했고, 자신의 스타일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다. 빈티지 의류 특성상 재고 부담이 적어 사업을 시작할 때 비용에 대한 걱정도 덜했다. “2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에 이대로 3학년에 올라가도 될까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진로 때문이었죠. 그래서 창업을 시작한 거예요. 제가 좋아하던 빈티지 의류로요.”

‘flapper’는 짧은 치마나 소매 없는 드레스를 입고 단발머리를 하는 등 종래의 규범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옷을 입고 행동하던 1920년대 젊은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여성의 진정한 해방을 원하는 이씨가 브랜드 이름으로 플래퍼를 선택한 이유다. “인스타그램(Instagram)에 종종 여성 인권에 대한 내용이 담긴 스토리를 올려요. 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공유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브랜드 이름도 그 생각의 연장선이에요.”

이씨의 빈티지 의류 선택 기준은 자신의 옷장에 갖다 놓아도 될만한 옷인지 여부다. “제가 빈티지를 입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예쁘다고 브랜드가 어디냐고 많이 물었어요. 제가 장난으로 얼마일 것 같냐고 물으면 항상 4~5만원 사이를 말하더라고요. 5000원짜린데 말이에요. 그때 ‘내가 빈티지 의류를 고르는 감각이 있구나’ 했어요.” 

이수선씨가 판매하는 빈티지 의류가 정리돼 있다. 제공=본인
이수선씨가 판매하는 빈티지 의류가 정리돼 있다. 제공=본인

올해로 브랜드 런칭 2년 차인 플래퍼는 초기에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서 주로 홍보했다. “학교 연습실에서 플리마켓을 시작했는데 홍보글을 보고 약 50분이나 와 주셨어요.” 신산업융합대에서 주최하는 창의창업경진대회에 출전했던 그는 지난 9월 학과 창업 담당 교수의 추천으로 신촌 박스퀘어에서 플리마켓을 열기도 했다.

플래퍼 SNS 계정은 팔로워가 3000명이 넘는 등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빈티지 의류 판매 계정의 팔로워 수가 평균 1만 명임을 생각했을 때 제 팔로워 수도 적지 않은 수치라고 생각해요. 홍보를 많이 해서 지속적으로 수를 늘려 갈 생각이에요.” 

현재 인스타그램(Instagram)과 블로그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씨는 소비자들과의 소통의 장으로 인스타그램을 활용하고, 실질적 판매는 블로그로 진행한다. 블로그 판매는 하루에 다섯 개씩 일주일에 세 번 이뤄진다. 판매하는 옷은 자신이 직접 입고 사진을 찍어 올린다.

소규모의 사업을 오로지 이씨 혼자 일궈내는 과정에서 그에겐 슬럼프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상품 선별, 촬영, 판매와 학업을 병행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이씨는 말한다. “의류 창업은 특히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해요. 해가 뜨고 나서야 자는 일이 많아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고, 전화로 하는 심리 상담까지 받았어요.”

몸과 마음에 타격을 준 슬럼프가 있었음에도 플래퍼를 이어온 이유는 판매 과정에서 ‘소통’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다. “애초에 창업을 결심한 이유도 제 사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과 소통하면 행복할 것 같아서였어요. 그래서 국문과 친구와 함께 제가 힘들 때 위로가 됐던 글귀를 엽서로 만들어 옷에 넣어드리고 SNS로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플래퍼 계정 메신저로 받는 응원 메시지를 캡처해 벽에 붙여놓고 있다는 이씨. “옷이 마음에 들고 프로젝트에서도 진심이 느껴진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감동받아서 울기도 해요.”

이씨는 의류 관련 브랜드 창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무엇보다 감각이 제일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물론 전공 관련 공부도 플래퍼를 만들 때 이씨에게 도움이 됐다. “패션의 역사나 옷이 만들어지는 방식, 이상적인 색깔 조합 등을 배우면 브랜딩에 도움이 많이 돼요. 하지만 학교 공부가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감각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어요.” 

플래퍼를 운영하면서 신세계 인터네셔널 여성브랜드에서 기획MD 인턴도 했다는 이씨는 졸업 후 바로 취업 준비를 할 계획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저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에 입사해서 운영 체계를 접한 다음 더 큰 목표를 향해 도전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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