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터 판매까지, 금손벗의 제작 비하인드 2

 

홀치기염 의류소품 브랜드 'flower children'(플라워칠드런)을 창업한 김아현씨.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홀치기염 의류소품 브랜드 'flower children'(플라워칠드런)을 창업한 김아현씨.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건 실험의 일부예요.

원단을 묶어 다양한 색을 입히면 패턴이 생기는 홀치기염(tie-dye, 타이다이). 김아현(의류산업·16)씨는 지난 7월부터 홀치기염을 이용해 의류 소품을 제작하고 있다. ‘flower children’(플라워칠드런)이라는 이름으로 파우치, 가방, 벙거지 등을 판매하고 있는 김씨를 9월27일 정문 앞 카페페라에서 만났다. 하늘색과 분홍색, 보라색으로 자신이 직접 염색한 셔츠를 입은 김씨의 모습에서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제가 배우는 디자인은 상업예술인데, 상업예술은 보통 대중과 의뢰인의 입맛에 맞추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대중화된 스타일에 거부감이 들더라고요. 비주류이면서도 튀는 게 좋았어요.” 대중의 목소리에 좌우되기보다 자신의 주관을 드러내고자 브랜드를 런칭했다. 김씨는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에 공감하고 좋아해 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플라워칠드런의 사전적 의미는 ‘히피족’이다. 과 동기 이채영(의류산업·16)씨와 함께 창업을 준비하며 공통의 관심사를 찾던 중, 여성 인권과 관련된 사회적 차별에 초점을 맞췄다. 김씨는 사회적 차별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 히피 문화라고 생각했다. 히피 문화에 담긴 기성 사회에 대한 반대와 차별에 대한 저항을 브랜드 스토리로 정하기도 했다.

홀치기염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홀치기염은 히피 패션의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다. “히피 문화에서 홀치기염을 사용한 이유는 기성품에 반대해서 아예 수공업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패션을 추구했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색이 들어가잖아요. 사람들이 자신의 색을 잃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나다움을 드러내는 데에 저희 제품이 역할을 했으면 해요.”

 

김아현씨가 직접 염색한 플라워칠드런의 의류 소품들.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김아현씨가 직접 염색한 플라워칠드런의 의류 소품들.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상품 제작에 쓰이는 홀치기염은 학과에서 배우지 않아 유튜브(Youtube)를 보며 독학했다. 원단을 원하는 모양대로 묶어 염색약에 약 1시간 담가 놓으면 완성된다. 학교 실습실에 염색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집에서 주로 작업했다. “염색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해요. 그래서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색 조합에 좀 더 신경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최대한 많은 염색 패턴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물 빠짐은 제품 제작 과정에서 김씨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저희를 믿고 구매해주셨는데 물 빠짐이 있으면 실망하시니까요. 고민이 많았어요. 다행히도 열처리를 하면 물 빠짐이 완화된다고 하더라고요. 염색한 원단을 펴서 다림질하면 열처리가 돼요.”

준비 과정에서 웃기면서도 슬픈 일이 있기도 했다. “버킷햇을 만드는데 인터넷에서 구한 재단 패턴으로 가재봉을 하니까 너무 작더라고요. 그래서 임의로 패턴을 수정해서 다시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너무 크더라고요. 당황스러웠는데 힘든 와중에 재미있는 사건이었어요.”

김씨는 처음 브랜드를 런칭해 인스타그램(Instagram) 계정을 만들고 9월, 플리마켓을 열었을 때 한 명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브랜드를 런칭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전시하는 데에 의의를 두자고 이씨와 얘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9월 신촌 박스퀘어 2층에서 열린 ‘이화메이커 플리마켓’에는 김씨의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플라워칠드런을 찾았다. 문의가 구매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문의한다는 것 자체가 브랜드를 향한 관심이라고 김씨는 생각했다. 그는 “사진보다 실물이 예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한편, 신산업융합대 김여경 교수의 지도 하에 창업을 시작한 김씨와 이씨는 학교에서 지원금도 받았다. “10만원 지원받았어요. 염색약을 사고 나니까 지원금이 없더라고요. 교수님도 사비를 조금 투자해야 할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지원이 조금 늘어난다면 상품 제작 등에 더 투자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인스타그램으로 시작해 온라인 사업까지 플라워칠드런을 확장하고 싶다는 김씨는 아직 준비단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번 학기에는 크라우드 펀딩을 목표로 이씨와 방향을 논의 중이다. “아직은 많이 부족해요. 플라워칠드런이 가진 스토리에 모든 분들이 고개를 끄덕여주실 때까지 열심히 해볼 생각이에요.”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