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논쟁극복 실천성 확보할 때

차례 1. 학술운동에 대한 이해 2. 인문·사회과학 학술운동 3. 자연과학 학술운동 4. 결론 현 사회의 모순이 첨예화되고 변혁의 요구가 끊임없이 증대되는 현실속에서 「학문이 왜 필요한가」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현실의 변화·발전에 복무하는 과학적 이론의 창출」이라는 학술운동의 위상과 비슷한 맥락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 학술운동은 왜 제기되었고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 이를 알기 위해 우선 어떤 영역보다도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인문·사회과학분야의 학술운동을 중심으로 학술운동이 제기되기 이전과 이후의 분야별 학문상황을 간단히 점검해 보고자 한다.

경제학에 있어 80년대 이전은 한마디로 근대경제학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관계가 그 연구대상에서 배제되는 근대경제학이 득세함에 따라 소외된 민중의 생활상의 요구실현과 종속적 경제구조의 청산에 의한 민중적 민족경제 수립을 그 사명으로 하는 경제학으로서의 정치경제학은 관심있는 소수연구자에 의해 간신히 그 명맥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80년대, 한국사회의 현실을 잘 설명해내지 못한 신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비판속에 종속이론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 도입, 학자들 사이에서 유용성을 널리 인정받게 되어 정치경제학의 연구가 확산되기에 이른다.

현재 정치학에서 그 주류는 60년대 대거 도입된 미국편향적 정치학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미국의 정치학이 그대로 모방·이식된 한국의 정치학은 현실적 필요성이 결여된 채 연구되어 왔다.

이런 주류 정치학의 몰역사적·비과학적 성격에 대한 비판이 80년대초 한국사회의 변혁적 움직임과 더불어 제기되면서 제3세계 이론이 도입되고 「국가」와 북한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는 등, 한국의 정치학은 새로운 단계를 맞게 된다.

80년대 이전 사회학에서는 구조기능주의 이론이 풍미하게 되는데 이를 한국사회에 무조건 적용시키면서 「현실적합성」의 결여를 초래, 한국사회의 변혁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사회구조의 정태적 분석만이 난무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제기 속에서 70년대 후반에는 「민중사회학」이 성립된다.

그리고 80년대 들어와 실천적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갖추어지면서 종속이론 등이 도입, 한국사회의 셩격규정 논란이 활발히 일어난다.

한편, 철학분야에서는 서양에서 수입된 기존철학의 정체성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면서 연구자들은 철학의 범주와 그 존재자체까지 근원적으로 재검토하게 된다.

이 속에서 연구자들은 현실성과 보편성을 지닌 철학의 필요성을 느끼고 80년대부터는 사회철학·분석철학 등의 연구가 활발해지게 된다.

위에서 알 수 있듯 80년대 이전 한국사회에 있어 학문은 대부분 미국과 서양학문이 무조건적 도입·적용됨으로 인해, 현실적 상황과 요구에서 괴리되고 그 목적성을 잃은 채 「학문을 위한 학문」으로 존재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자연히 연구자들 내부의 자기 반성을 야기시키게 되었고 제3세계이론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종속이론 등의 도입으로 그 돌파구를 찾게 되었다.

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이런 진보적 이론들은 그 유용성과 현실성의 우월함으로 인해 많은 연구자 대중에게 확산되고 이런 연구자 대중을 포괄하는 조직으로 「연구회」가 생겨난다.

이 때 생겨난 연구회로서 지금까지 활발히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 한국산업사회 연구회이다.

한국산업사회 연구회는 84년 우리 사회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그 성과물의 보급, 학문과 사회의 민주화를 지향하는 범사회과학 연구자들의 집결체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설립되었다가 87·88년 연구단체 재편기간을 거치면서 새로운 연구단체가 분야별로 분화되어 현재는 사회학 연구자단체로서의 성격을 띄고 있다.

연구활동은 경제학과 사회학 전분야에 걸쳐 6개 분과로 공동연구를 진행시키고 있으며 연구의 성과물은 계간지 「경제와 사회」를 통해 외화된다.

이렇게 연구회나 그외 개인연구실 수준에서 연구가 진행되어 오다가 87년을 전후로 진보적 연구자의 양적 확대와 변혁에 있어서의 과학적 요구증대는 새로운 조직을 필요로 하게 되고, 각 분야별로 10여개의 연구단체가 새로이 설립 또는 재편성된다.

이 기간에 연구단체의 재편성은 두가지 유형으로 진행되는데 같은 분야 연구실의 연구회 통합과 각 분야에 따른 연구소 분화가 그것이다.

같은 분야의 연구실이 통합되어 생긴 연구회로는 한국역사연구회와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있다.

한국역사연구회는 88년 망원역사연구실과 한국근대사연구회, 그리고 각 대학 고·중세사 연구팀이 통합해 성립된 연구회원 240여명의 방대한 조직으로서, 역사학전반의 진보적 연구인자를 묶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는 89년 연계 연구의 필요에 의해 사회철학연구실과 헤겔학회가 통합되어 생겨났다.

이 연구회에는 대표위원 소흥렬교수(철학과)를 비롯한 본교교수·강사도 참여, 현실적 주제의 철학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 연구성과물로 지난해 「시대와 철학」이 창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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