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석, 버스 내 손잡이 부실 등 불안함 느껴... 셔틀버스 증차는 신중히 검토해야

“사람이 꽉 차면 아무것도 안 보여요. 룸미러가 안 보이니까, 운전할 때 시야의 3분의 1이 날아가는 거죠. 아주 위험한 거예요.”

유지석(49·남·서울 마포구)씨는 이화 셔틀버스 운행 6년 차 기사다. 그동안 수없이 다닌 길이지만 그는 여전히 많은 학생을 태우고 운전할 때면 걱정이 앞선다. 정원 초과 운행에 관해 묻자 유씨는 “다행히도 기사분들이 안전운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지금까지 사고는 없었다”며 “하지만 운이 좋아서 사고가 안 났을 뿐이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셔틀버스 안전 논란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본지(1504호, 2015년 9월30일 발행, 1388호, 2010년 11월15일 발행)는 두 번에 걸쳐 셔틀버스 정원초과 운행으로 인한 안전 문제를 보도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대학보 온라인패널단 학보메이트, 이화이언 커뮤니티 이용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이대학보 온라인패널단 학보메이트, 이화이언 커뮤니티 이용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 교외가 더 위험, 경복궁 옆 노선운행 시 도로교통법 위반 소지도 있어

기숙사로 올라가는 마지막 셔틀버스를 타 본 학생이라면 “안으로 들어가 주세요!”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기숙사에 가기 위해서는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야 하기에 버스 안을 가득 채운 학생들을 볼 때면 운전기사의 마음은 착잡하다. 9월21일 기숙사행 야간 버스를 운전하던 안의종(29·남·서울 마포구)씨는 “초과 인원이 탑승하면 위험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그만 타라고 말할 수 없는 처지”라고 했다. 

안씨는 이화 셔틀버스를 운전한 지 약 1년 2개월 됐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25인승 버스인데 평균적으로 40~50명이 타요. 혹시 모를 사고에 불안할 수밖에 없죠.” 이어 “급박한 상황에 브레이크를 밟으면 학생들 몸이 (앞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교 셔틀버스는 25인승(운전석 포함) 버스지만 사람을 더 태우기 위해 보조 의자 4개를 제거해 21개의 좌석만 남아 있다. 취재한 5명의 운전기사 모두 정원 초과 운행은 브레이크를 잡기 어렵고, 룸미러가 보이지 않아 위험하다고 말했다.

경복궁역 노선버스의 상황은 정문 노선버스보다 심각하다. 교내에는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으며 교내 셔틀버스는 통행 양보 등 일정 부분 배려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경복궁역 노선 버스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학생들이 붐비는 오전9시~10시 사이는 등교 시간과 출근 시간이 겹쳐 위험요소가 오후 시간대보다 더 많다.

경복궁역 오후 버스를 운전하던 유지석씨는 “교내보다는 교외가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그는 “교외 운전 시에는 갑자기 차량이 끼어들거나 위협을 가하는 경우가 있다”며 “교외가 위험 요소들이 더 많은데, 버스에 사람이 꽉 차면 승객들에게 신경 쓰기는 더 힘들어진다”고 했다. 

배차 시간을 지키기 역시 쉽지 않다. “속도제한이 시속 60km인데 그 속도로는 시간을 못 맞추니 시속 70km까지 밟게 돼요. 브레이크 한 번 잘못 밟으면 큰일 나는데 시간에도 쫓기니 불안하죠.” 유씨가 말했다.

도로교통법 제39조 1항에 따르면 모든 차의 운전자는 승차 인원, 적재중량 및 적재용량에 관해 운행상의 안전기준을 넘어서 승차시키거나 적재한 상태로 운전하면 안 된다. 이때 자동차(고속버스 운송사업용 자동차 및 화물자동차 제외)의 승차 인원은 승차정원의 110% 이내여야 한다. 하지만 본교 경복궁 노선 셔틀버스는 승차정원의 약 200%까지 태우는 상황이다.  

또 다른 운전기사 ㄱ씨는 학교 밖으로 나오면 긴장된다. 학교 밖에서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가 되기 때문이다. “입석이 많은 경우에는 상당히 부담돼요. 많은 학생을 태우고 과속방지턱을 넘으면 차가 금방 노후되고 쉽게 망가져요.” 

본교 셔틀버스는 일산 쉐보레서비스센터에서 최소 한 달에 1~2번 이상 점검을 받고 있다. 이화 셔틀버스 점검 담당자 목철수 정비사는 “사람이 많이 타면 운전자도 힘들고 차량에도 부담이 간다”며 “초과한 정원을 태우고 운행하는 건 위험하다”고 했다. “그런 방식으로 타는 차량이 어딨냐”고 말하기도 했다.

셔틀버스 안전 문제는 본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9월2일 서울여대 셔틀버스가 운행 중 승용차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타박상 등 인명피해도 있었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모두 입석한 학생들이었다. <서울여대학보>에 따르면, 셔틀버스를 대기하는 학생 수를 감당하기 어려워 입석이 암묵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 약 83%, 셔틀버스 내에서 불안함 느낀 적 있어

홍연경(심리·15)씨는 비가 많이 오던 날, 이화·포스코관에서 종합과학관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버스가 미끄러질 뻔한 일을 겪었다.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로 올라가기 위해 탄 버스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당시 통로에 서 있던 홍씨는 “버스가 주춤하면서 뒤로 살짝 밀렸다”며 “다들 놀라 ‘으악’하는 소리가 났지만 바로 다시 올라가 괜찮아졌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홍씨는 그 이후로 비가 오거나 날이 추워 길이 얼어버린 날에는 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 버스가 미끄러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다.

정민지(소비자·16)씨는 버스 내 손잡이를 잡아도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셔틀버스 내 손잡이는 1인 좌석 쪽 창문에 설치된 긴 은색 봉이다. “이거라도 잡지 않으면 더 위험할 거 같아 잡고 가요. 하지만 오늘 탔던 셔틀버스의 은색 손잡이는 고정돼 있지 않고 잡을 때마다 돌아가 중심 잡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고정하기 위해 붙였던 투명 테이프들도 다 떨어진 상태예요.” 

본지는 셔틀버스 안전 문제에 관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이대학보 온라인패널단 학보메이트와 본교 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an.com)에서 진행했으며 69명의 재학생이 참여했다. 이들 중 약 83%(57명)의 학생이 셔틀버스에서 불안했던 적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불안했다고 답한 이들이 뽑은 위험 요인에는 초과 인원 탑승 운행(51명)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버스 내 손잡이 부실 및 부재(45명)를 지적한 학생이 많았다.

셔틀버스 운행 및 탑승에 관한 안전수칙 필요 여부에 대해서는 약 59%(41명)의 학생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약 38%(26명)의 학생들은 현재도 셔틀버스의 대기 인원이 많아 타기 어려운데 더 타기 어려워질 것 같다는 이유로 안전수칙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앞서 제시된 셔틀버스 관련 문제에 대해 총무처 총무팀(총무팀)은 “규칙 제정에 장점도 있겠지만 정형화된 규칙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셔틀버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탄력성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총무팀에 따르면 현 상황에서 당장 셔틀버스를 확충하는 것 또한 어렵다. “본교 도로 및 지형적 특이성에 따라 증차는 안전 측면에서 신중히 검토돼야 하는 부분”이라며 “추후 중장기적 개선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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