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탑] ‘그냥’ 만드는 콘텐츠는 없어야 한다
[상록탑] ‘그냥’ 만드는 콘텐츠는 없어야 한다
  • 이화선 사진부 부장 기자
  • 승인 201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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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로 업로드 되는 영상 콘텐츠, 그리고 다른 계정을 통해 시청자에게 반복적으로 전달되는 기존 영상 콘텐츠. 우리는 SNS 플랫폼에서 매일 새로운 동영상을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영상 콘텐츠의 수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내가 SNS 어플에서 가장 자주 누르게 된 건 ‘페이지 숨기기’, ‘게시물 숨기기’ 버튼이다.

콘텐츠 시청자와 제작자 간의 구분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는 지금. 기존의 영상 콘텐츠 시청자가 콘텐츠 제작자로도 활동이 가능해지며 많은 사람이 영상 콘텐츠 제작자를 꿈꾸게 됐다. 

라이브 방송, 먹방, 브이로그, 뉴스 콘텐츠 등 다양한 형태의 영상이 휴대폰 어플로도 간단한 영상은 편집이 가능하고, 각종 휴대폰 회사가 앞다퉈 기기 전후면에 2개 이상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4K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는 것은 영상 콘텐츠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시청자의 눈에 띠는 것’이 콘텐츠 제작의 과제가 됐다. 새로운 주제, 다수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를 콘텐츠 소재로 삼거나, 같은 요리 리뷰 영상이어도 시각적, 혹은 청각적으로 독특함을 어필해야 시청자에게 채널을 홍보해 지속적인 유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눈에 띠려는 시도는 콘텐츠에 자극성을 더하고 있다.

그 예로, 반려동물을 소재로 하는 한 계정에 말줄임표와 함께 반려하는 고양이를 새 집으로 보내기로 했다는 제목의 영상이 업로드 된 적이 있다. 하지만 정작 해당 영상이 다룬 내용은 제작자가 새 고양이 전용 집을 조립하는 과정. 제목만 보고 또 한 생명이 갈 곳을 잃을까 걱정했던 스스로가 무안해지면서도, 콘텐츠 제작자가 시청자의 걱정에서 비롯된 관심을 계정으로의 시청자 유입 수단으로만 제작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해당 계정의 구독을 취소했다.

자극성을 더하기 쉬운 또 다른 소재는 ‘사회적 지위’다. 성 정체성, 생물학적 성별, 장애 여부, 경제력, 직업적 권위 등을 개그의 소재로 삼거나, 출연자가 소위 ‘드립’을 날리며 다른 사회적 지위에 위치한 사람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에 등장하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의 차이를 개그 소재로 삼는 것은 차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것이 개그 소재가 되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콘텐츠에 내재된 혐오와 차별은 옛날에도 찾아볼 수 있었다. 몇몇 예능 프로그램이 폭발적 인기 하에 몇 년 간 장수했던 때, 시청자들의 프로그램을 보며 웃은 예능 코드는 대부분 ‘비하’ 였다. 출연자를 뚱뚱하다며 놀리고, 장난이라며 때리는 시늉을 했다. 한 출연자가 무슨 말을 하든 무안을 주고, 고정 출연하는 여성 출연자를 특별 출연한 여성 출연자와 비교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지금도 SNS에서 큰 호응을 얻는다.

‘불편해 하는 사람’은 필요하다. 결정권을 쥔 자가 그렇지 않은 자에게 ‘개그’라며 노골적으로 사적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할 사람이 필요하다. 피해자와 피해 사실이 명백히 존재하는 사건을 유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피해자와 그 지인에게 2차 가해를 가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

그리고 콘텐츠 제작자는 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예전에 꾸준한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의 부진, 그리고 최근의 여러 프로그램에 대한 늘어나는 비판의 목소리가 단순히 프로그램 자체가 재미없기 때문이라고는 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은 각자 다양하면서도 다른 사회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차별당하고, 동시에 차별한다. 

우리는 서양권의 백인이 동양인을 보고 눈을 손으로 길게 늘이며 그 외모를 비하하는 것에는 분노하지만, 그와 동시에 옆 자리, 또는 같은 반 친구의 외형을 웃음거리로 삼았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개그는 개그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웃기지 않아도 콘텐츠 속 출연자의 웃는 모습, 방청객의 웃는 소리 등을 보고 들으며 ‘이게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구나’라고 인식하게 된다. 

더욱 다양한 사람들이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다양한 소재, 다양한 상황의 영상 콘텐츠. 제작자에겐 ‘다른’ 의견을 ‘틀린’ 의견으로 치부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