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훼 객원기자
심지훼 객원기자

   개강 3일째. 잠을 포기했다. 6개 과목 중 5개 수강 신청에 실패한 유학생인 필자에게 잠은 사치였다.

아침부터 핸드폰으로 수강 신청 사이트에 들어가 빈자리를 계속 지켜봤다. 세수할 때, 아침밥을 마련할 때, 옷을 갈아입을 때에도 핸드폰이 손을 떠난 시간이 1분 이상 없었을 정도였다. 새벽에도 알람을 맞추어 놓고 1시간 간격으로 일어나서 수강 사이트를 확인했다.

수강 신청은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중국인 유학생에게 그 부담은 더욱 크다. 수강 신청에 실패한 결과로 학점 관리하기 어려운 과목을 많이 듣게 되면, 그로 인해 비자 연장에 문제가 생길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공식 사이트에 올라온 ‘외국인 체류 안내 매뉴얼’을 보면 체류 자격 연장 시 학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서류, 즉 성적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출입국외국인청 세종로출장소의 안내데스크에 문의한 바에 따르면, 유학생의 성적이 C학점(2.0) 이하일 경우 은행 잔고 등을 증명하는 재정증명서를 추가로 제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학생의 성적이 아주 나쁠 경우 비자 연장기간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을까? 현재 공지된 규정에선 그에 대한 명백한 설명은 없다. 하지만 비자 연장 시 성적증명서 등을 제출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학생은 내부 검토에 따라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즉, 유학생에게 학점관리란 단순히 학습 성과뿐 아니라 자신의 비자 연장이나 체류자격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생각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학생들은 자신의 흥미에 맞거나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수업보다는 외국인으로서 부담이 적은 수업이나 점수 받기가 까다롭지 않은 수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에서 온 웨이(魏·커미·17)씨가 교양 수업으로 <중국어회화>를 선택한 것도 이러한 이유인 것이다.

특히 실습수업은 공부했던 내용을 활용하고 학습결과를 스스로 검토하기 좋은 기회이지만 많은 유학생들이 망설인다. 이론 수업보다 더 많고 어려운 과제와 팀플 등으로 좋은 점수를 따기 힘들까봐 겁이 나기 때문이다.

수강 신청이 실패한다면 휴학을 선택하면 어떤가? 수강 신청이 심각하게 망하거나 자기 계발 시간이 필요한 대학생에겐 휴학이 숨 돌릴 여지가 되지만, 외국인 유학생에겐 선택지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학 비자가 취소되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법 제 17조 1항과 ‘외국인 체류 안내 매뉴얼’에 따르면 외국인은 그 체류 자격과 체류 기간의 범위에서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으며 개인적인 사정 및 학점 미달 등의 사유로 학업 중단(휴학)자는 체류 기간 연장이 제한된다. 휴학 신청하는 동시에 비자가 취소되고 15일 안에 한국을 떠나야 한다.

다시 복학하려고 하면 처음 비자를 신청할 때처럼 모든 서류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재학증명서, 성적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재정증명서 등이다.

매 학기마다 수강 신청은 대학생들에게 치열한 경쟁이다. 유학생에게는 비자와 체류 문제까지 연관되는 스트레스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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