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상인, 저렴한 월세로 창업 발판 마련
입점 노점상, 이대 앞 거리에 비해 부족한 유동인구로 수익 하락

3층 규모로 60개 점포 수용이 가능한 신촌 박스퀘어 전경. 점포 외에도 층별 테라스, 휴게공간 ‘멀티박스’ 등이 마련돼 있다.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신촌 박스퀘어 전경. 출처=이대학보DB

신촌 박스퀘어(박스퀘어)가 15일 첫 돌을 맞이했다. 3층, 62개 점포로 이뤄진 박스퀘어에는 현재 이대 앞 거리에서 영업하던 노점상 23개와 청년 점포 17개, 총 40개가 각각 1, 2~3층에 입주해있다. 지난 24일 방문한 박스퀘어에는 복합 문화 공간에 걸맞게 컨테이너 곳곳 시민들이 편히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쉼터가 조성돼있었고, 플리마켓이 활발히 열리고 있었다.

서대문구청은 박스퀘어 개소 후 노점상을 안정적인 자영업소로 전환하고 청년 창업을 지원한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시 자치구 행정 우수 사례 최우수상, 한국 지방정부 정책 대상 등을 수상했다. 개소 전 노점상의 이전을 둘러싸고 일부 노점상과 지속해서 갈등을 빚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입점한 상인들은 박스퀘어 운영과 서대문구청 지원에 만족하고 있을까. 약 1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3층에 입점한 청년 창업자들은 대체로 서대문구청의 지원에 만족하며 꿈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박스퀘어가 신설됐을 때부터 함께한 한식 패스트푸드 ‘야채를 담다’ 김미영 사장은 이곳에서 세계적 한식 메뉴를 만들고자 하는 꿈을 좇고 있다. 그는 “대학 졸업 직후 창업해 초기 자금이 부족했는데, 보증금 없이 저렴한 월세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게 큰 장점”이라며 “개업 초기 가스 설비, 수도 공사 등도 서대문구청에서 지원해줬고 현재는 관리실에서 화장실 등 공동 구역을 관리해준다”고 말했다.

‘노란집’ 윤석일 사장도 지난 여름 본교 부근 1호점을 정리하고 2호점 박스퀘어점에 집중하기로 했다. 박스퀘어는 푸드 코트 형식으로 여러 음식점이 모여 있어, 단일 가게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주력 메뉴를 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까닭이다. 서대문구청의 지원으로 고정비 지출이 크지 않은 점도 결정에 한몫했다. 최근 목동 현대백화점에 3호점을 연 윤 사장은 “이곳의 경험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3층 청년 상인의 경우 최대 2년 계약으로, 희망할 시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월세는 약 8만 원으로 주변 상권보다 저렴하다. 청년 상인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함이다. 수도, 전기세를 제외한 관리비도 서대문구청에서 부담한다. 현재 서대문구청은 냉‧난방과 시설관리비용 등을 지원하기 위해 1년에 약 6억 원의 예산을 편성, 운영하고 있다. 이는 방문객이 이용하는 1층 다목적실 운영비용과 화장실 등의 수도‧전기비용, 그리고 기술자나 청소부의 인건비를 포함한다.

박스퀘어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 ‘청년 키움 식당’ 이후 2층에 입점한 본교 재학생 팀도 있다. 비건 도시락을 파는 ‘베지베어’다. 베지베어 민성주(융콘·16)씨는 “수요가 적은 비건 메뉴 특성상 보통 비건 식당은 골목 구석에 있다”며 “박스퀘어는 논 비건에게도 비건 메뉴를 쉽게 노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 상인들과 다르게 1층에 입점한 상인은 한숨을 쉬고 있다. 본교 앞 노점에서 장사하던 때에 비해 매출이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닭강정을 판매하는 ㄱ씨는 “1년 사이 800만 원이나 손해를 입었다”며 “밖에 있을 때는 조금이나마 저금을 했는데 지금은 모아둔 돈을 계속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층 상인의 경우 월 약 10만 원의 월세를 낸다. 계약은 2~3층과 달리 입점 당시 사업자가 사망하기 전까지 유지된다. 지난 1년간 유예했던 관리비도 올해 10월부터 지불할 예정이다. 하지만 평균 3~4000원의 저렴한 가격의 메뉴로 인해 하루 종일 장사해도 매출 총액이 채 10만 원을 넘지 않는다.

본지(1559호, 2018년 5월14일 발행)에 따르면 수익 하락은 입점 당시 노점 상인들이 가장 우려하던 점이었다. ㄱ씨는 “이대역 부근은 지하철역 입구도 있고, 학생들이 등하교 시 다니는 길”이라며 “이곳은 이대역 부근과 달리 학생이나 일반인, 외국인 관광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대문구청이 입점할 당시 상인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서대문구청은 이화여대길에 있는 노점상들을 모두 박스퀘어로 이전하고, 신촌 연세로에서 개최하는 지역 축제의 절반을 박스퀘어에서 진행하는 등 신촌기차역 부근을 활성화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박스퀘어 입점을 거부했던 12곳의 노점상은 여전히 이대역 부근에서 영업 중이다. 서대문구청은 8월 이후 단속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진행된 바는 없다. 게다가 작년 6월 입점 예정이었던 신촌역사 내 탑시티 면세점 또한 현재까지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박스퀘어 관계자는 “나머지 노점상들이 들어올 빈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공실 상태로 두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ㄱ씨는 박스퀘어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이상 1층을 공실 상태로 두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어떻게든 유동인구를 늘리려고 시도해야 한다”며 “공실을 한두 달짜리 단기성 가게로 채우거나 무기한 비워두는 것이 아닌 오래 장사하고자 하는 사람이 입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