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는 이제 현대인들의 주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야식 문화가 발달해 전화 한 통이면 다양한 패스트푸드를 간편히 먹을 수 있다. 그러나 햄버거, 피자, 치킨, 도넛 등 가게에서 간편하게 만들어지는 패스트푸드에 관해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이 식품들은 실제로 튀기고, 볶는 등의 조리법 때문에 지방의 함량이 높다. 그래서 모두 입을 모아 패스트푸드는 비만의 원인이고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인식이 과학적으로 맞는 것일까? 스펄록 감독은 이 궁금증을 담은 영화 슈퍼 사이즈 미’(2004)를 제작했다. 그는 영화를 찍으면서 직접 자신의 몸을 실험했다. 그는 한 달 동안 패스트푸드와 함께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관찰했으며, 의사들은 그의 신체, 정신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패스트푸드의 악영향을 설명한다. 2003년 이 실험을 진행할 때 스펄록은 32, 188cm, 몸무게 84.1kg으로 영화 초반부에 각종 건강검진에서 신체상 기능이 모두 건강하고 우수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실험이 시작되고 30일 후 그의 체중은 11.1kg 증가하고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 모두 높아졌다. 우울증, 성 기능 장애, 간 질환 등도 생겼다. 스펄록 감독은 미국에서(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급격하게 증가하는 비만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인의 사망원인 1위가 흡연, 2위가 비만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하고 있다. 비만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비만의 문제가 점차 대두되고 있으며 그중 어린아이들의 비만율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나는 패스트푸드 중에서도 특히 햄버거나 피자, 치킨 등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즐기는 편이 아니다. 먹고 나면 속이 안 좋았고 햄버거의 차선책으로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햄버거와는 달리 샌드위치는 포만감도 주면서 속도 불편하지 않아 적격이었다.

 

이때부터 나는 패스트푸드에 궁금한 점이 생겼다. 버거킹의 햄버거도 빵 두 겹에, 양상추, 양파, 토마토, 고기패티, 약간의 피클 그리고 소스와 치즈가 들어가고 서브웨이의 내가 즐겨 먹는 B.L.T에도 유사한 재료가 들어간다. 구성 재료는 비슷한데 왜 햄버거만 전형적인 패스트푸드로 구분되며 부정적인 인식들이 많을까?

 

미국의 한 고도 비만의 남성이 매일 서브웨이 샌드위치와 샐러드로만 끼니를 해결하고 운동을 했더니 두 달 만에 그의 비만 수치가 거의 정상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기사를 봤다. 그 남성이 정말 두 달 동안 다른 것은 전혀 섭취하지 않고 서브웨이에서 제공하는 음식만을 먹었다면, 영화 슈퍼 사이즈 미’(2004)에서 진행한 실험과 전혀 다를 바가 없지 않나? 어찌 보면 이 남성은 두 달 동안 실험을 진행했으니 더 신빙성 있는 실험을 한 걸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 다시 서브웨이의 샌드위치를 가지고 동일한 실험을 해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과연 그때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까? 너무도 다른 두 개의 패스트푸드실험 결과를 보면서 어쩌면 어느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패스트푸드로부터 야기된 비만 합병증 문제는 음식 그 자체가 아니라 빠름에 대한 갈망에서 온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비단 먹는 것 외에도 현대사회에서 빠르다는 것은 중요한 척도이며 사람들은 서로 더 빨리 무언가를 하지 못해 안달이다. 대학, 취업처럼 큰일부터 우리 삶의 작고 사소한 일까지 빠르게 처리하고 해결하려는 습관이 종국에는 우리가 먹는 음식마저도 패스트푸드로 바꿔 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잠시 속도에 대한 갈망을 내려놓고 스스로가 먹는 것에 조금씩 시간과 정성을 들이며 느긋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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