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복식 특별전, 박물관 담인복식미술관에서 19일 열려

제주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제주는 육지와 멀어 접근성이 낮고 화산 분출로 토양이 비옥하지 못했다. 제주도민들은 부족한 물자를 자급할 수 있는 것들로 대체했고 이는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

이화100주년기념박물관(박물관) 지하1층에 위치한 담인복식미술관에는 제주만의 특별한 의복 문화가 펼쳐진다. ‘제주 복식’ 특별전은 박물관 담인복식미술관에서 19일부터 열려 내년 3월31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제주의 해녀복 물수건, 물소중이, 물적삼(왼쪽부터).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제주의 해녀복 물수건, 물적삼, 물소중이(왼쪽부터).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말총 공예가 발달한 제주

“19세기 말~20세기 초 서양인들은 조선을 관모의 나라 혹은 모자의 나라라고 불렀다고 해요.”

전시실에 들어서서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다양한 형태의 ◆관모가 놓여있다. 관모를 향한 전시실의 빛은 말총이 만들어낸 작은 형태들을 세세히 드러낸다. 제주는 말을 기르기 좋은 환경으로 말의 갈기나 꼬리털인 말총을 재료로 하는 말총 공예가 발달했다. 말총 공예는 가정의 주 수입원 중 하나로 여성이 전문으로 해온 수공업 분야다.

19-20세기 제주의 정자관(程子冠). 조선 중기 서당의 훈장이나 양반이 평상복 착용시에 사용했다.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19-20세기 제주의 정자관(程子冠). 조선 중기 서당의 훈장이나 양반이 평상복 착용시에 사용했다.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탕건 섹션에는 6개의 탕건이 놓여 있다. 탕건의 형태는 머리와 상투를 한 번에 감쌀 수 있게 앞이 낮고 뒤가 높은 계단형이다. 

탕건은 말총을 엮는 방법에 따라 짜임의 형태와 밀집도에 차이를 보인다. 그 종류로 홑탕건, 겹탕건, 바둑탕건 세 가지가 있다. 홑탕건은 말총을 한 줄로 엮어 비교적 밀집도가 낮다. 겹탕건은 가로선을 지그재그로 가로질러 짠 것으로 그 형태가 조형적으로 아름답다. 바둑탕건은 말총을 격자 모양의 바둑무늬로 짜 올린 것으로 장식 효과를 낸다.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 해녀복의 발달

“해녀들은 매년 음력 2월, 바다의 신이라 불리는 영등신에게 올해 풍년을 기원하며 굿을 지냈어요.”

관모 섹션을 등지고 전시실 안쪽으로 들어가면 해녀복과 ◆띠배가 자리하고 있다. 물질은 제주 여성들에게 일상적인 일임과 동시에 중요한 생계유지 수단으로, 이에 제주에서는 해녀들이 착용하는 해녀복이 발달했다. 

짚으로 엮은 작은 모형 배에 돛이 달려있고, 그 위에는 색동천이 묶여 있다. 띠배는 해녀들이 매년 바다에 물질을 나가기 전 안전과 풍년을 기원하며 굿을 지내고 굿이 끝난 뒤 영등신에게 제물을 실어 보내는 용도다.

띠배 옆으로는 복조리 모양의 의복이 놓여있다. 마름모꼴 두 개와 삼각형 두 개가 붙어있는 모양의 하의는 소중이라고 불린다. 소중이는 신축성이 있고, ◆바이어스로 재단해 물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민속 조사에 따르면, 물소중이를 입던 해녀들이 가슴 부분을 떼어내고 속옷으로 입기 시작한 것이 점점 퍼져나갔다고 한다.

소중이와 물소중이의 옆선과 ◆바대를 가까이 들여다보면 밝은 색 실로 스티치를 넣어 장식하기도 했다. 옷감과 유사한 색으로 놓인 스티치는 은은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검은 염료로 염색한 물소중이에는 흰 실로 박음질을 해 미적 요소를 드러냈다. 해녀복은 여성들의 바느질 솜씨를 뽐내는 수단이기도 했다. 물질을 할 때면 제주 여성들은 자신의 해녀복을 입고, 마치 작은 패션쇼를 여는 것처럼 자신들이 만든 해녀복을 뽐냈다.

담인복식미술관을 담당하는 송수진 연구원은 “담인복식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제주 복식을 선보인다”며 “제주 복식 특별전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제주의 독특한 복식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며 실용적인 의복을 고안해낸 제주 사람들의 강인한 생활력을 엿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화100주년기념박물관 담인복식미술관에서 개관 20주년을 기념 열린 제주복식 특별전 전경.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이화100주년기념박물관 담인복식미술관에서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열린 제주복식 특별전 전경.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관모: 머리를 보호하고 장식하기 위하여 또는 신분이나 의례에 따라 격식을 갖추기 위하여 머리에 쓰는 물건

◆탕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감싸고 상투를 가리기 위한 것

◆띠배: 볏짚 등으로 만든 모형의 배로 주로 해안 지역의 마을굿에서 볼 수 있는 무속 도구

◆바이어스: 「비스듬한」이란 의미. 천을 경사지게 재단하여 쓰는 것

◆바대: 의복 등에서 움직임을 편안하게 한다든지, 너비나 두께가 모자라는 곳에 덧붙이는 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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