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대학원 여성학과 박사과정』국내 최초로 신설 예정

한국 여성교육의 개척자적 역할을 담당해온 본교는 현시대적 요청속에 91년도 대학원 여성학과 박사과정을 국내 최초로 신설할 예정이다.

여성학의 기원은 「여성해방운동」에서 비롯된다.

봉건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 국가가 들어설 무렵 외쳐진 계몽주의·민주주의 등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는 사상들은 남성중심이었다.

이에 대해 여성해방운동은 여성은 남성과 평등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과 남성이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여성에게는 이러한 불평등과 분리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자유와 존엄의 실천을 억압한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현 사회구조속에서 야기된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제기한다.

이러한 맥락속에 「여성학」의 역할은 첫째, 기존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으로부터의 의식개혁, 둘째, 「여교수」등과 같이 이제까지의 성역할분업 형태에 구속받지 않는 모델의 다양한 제공, 셋째, 남성중심의 가치체계 아래 구성되었던 교육과정을 여성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일로 규정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이 어머니나 아내로서만 자리매김되는 사회의 의식과 구조를 비판하며, 「여성의 인간화를 위한 사회문화적 개혁」을 좀더 주체적으로 담보할 학문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 일환으로 1977년 9월 국내 최초로 본교에 「여성학」이 선택과목으로 개설되었다.

그 후 82년 1학기에 본교 대학원에 여성학과 석사과정이 개설되었고, 88년 1학기에는 「여성학연구」라는 두개의 교양과목에 약 6개 강좌가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강좌는 강좌당 약 1~2백명의 학생이 수강하는 대형강의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듣기를 원하는 모든 학생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성학」강좌를 듣는 신우현양(철학·2)은 『이 과목을 들으며 여성불평등에 대한 문제가 사회구조속에서 기인함을 인식하고, 사회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라며 『그러나 개인별 의식편차도 크고 토의가 많이 필요한 이 과목이 대규모강좌인 것은 매우 불합리합니다』라고 한계를 지적한다.

이제 시작하는 학문으로 계속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본교에서는 매학기 여성학 강좌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데, 학생들은 첫째, 여성학은 필수교양과목으로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압도적이고 둘째, 「여성학」이나 「여성학연구」라는 두과목으로는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가 충족될 수 없으며 새로운 여성학 과목들의 증설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여성학은 서구에서와 같이 「여성해방운동」가운데 아래로부터의 요구로 신설된 학문이 아닌, 진보적인 교수들에 의한 「위로부터 개혁모델」이라는 본교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들간의 연계와 학교당국의 강력한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렇듯 여성학은 이제 시작, 활성화되는 초기단계의 학문으로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그간의 학문적 성과나 급증하는 요구 등에 의해 본교 여성학과는 대학원 박사과정 신설에 이르게 되었다.

우선 여성학 박사과정이 신설되는 이유는 「여성학」이라는 학문존재의 당위성에서부터 출발한다.

현대로 들어오면서 학문발달의 성격은 각분야가 더욱 세분화·전문화되는 경향과 개별학문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각 학문분과를 통합하려는 경향이다.

이러한 학문분야 통합의 노력은 여성학에서도 나타났다.

기존에 각분야 즉 심리학·문학·법학·사회학 등의 분야에서 여성과 법학, 성의 사회학 등으로 여성학 연구를 부분적으로 해 왔었다.

그러나 각 학문분야의 더하기식 통합으로는 여성학이 더이상 발전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이 현실이다.

또한 여성학의 연구성과는 기본적인 개념에도 인식론적 전환을 가져와 각 학문분야 발달에 오히려 새 지평을 열어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 여성학은 그 독자영역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본교 조순경 교수(여성학과)는 『여성학이 기존 학문분과와는 인식론적·가치론적 전에, 그리고 방법론 및 개념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접근을 하기 때문에, 초학문적 통합단계로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라고 밝힌다.

이러한 여성학의 학문적 당위성과 함께 여성학과 박사학위과정은 현실적 필요에서 제기된다.

그 필요성은 크게 세가지로 지적되는데 첫째, 여성학 박사학위 소지자나 박사과정에 있는 자에 대한 수요가 학부과정에서의 여성학 개설증가와 전문대 여성교양과 설치증대 및 타대학에서의 여성학 석사과정 설치증대와 더불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며, 둘째, 여성학의 전문화과정에서 이론적 여성학 과제들은 전문가 양성을 필수로 한다는 점, 세째, 석사과정 졸업자들이 계속적으로 학문과 훈련을 정진할 수 있는 박사과정 신설을 강력히 요구하는 점들이다.

이러한 학문적·현실적 요구에 의해 본교 여성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은 91년도에 그 첫발을 내딪는다.

여성학 박사과정의 신설은 여성학 수강요구에 대한 충족과 여성학 자체 발전에 큰 기여를 하리라 기대된다.

더불어 진정 여성학이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학문이라 한다면, 여성학은 현 사회구조속에서 더욱 능동적이고 실천적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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