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죽는다. 우리와 가까이에 누군가도 죽는다. 하지만 우리는 직접 겪어보지 않는 이상, 마치 죽지 않을 것만 같다. 특히나 청춘(靑春)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먼 죽음을 우리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며 살아야 할까?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면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내가 죽는다면 어떨지, 살아있는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려주는 책 세 권을 소개한다.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전지홍(동양화·15)씨는 5살이었을 때 외삼촌을 잃었다. 천문학자였던 삼촌은 천문대에 가다가 사고로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나 외삼촌, 이모, 아는 동생이 세상을 떠나갔다”라며 “가장 충격을 받고 그리워하는 사람은 외삼촌”이라고 말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의 저자 샐리 티스데일(Sallie Tisdale) 역시 간호사로 일하면서 많은 사람의 죽음을 목격했다.

“애통(grief)은 바로 ‘어, 뭐지?’ 하면서 순간적으로 얼어붙는 상태이다. 너무나 익숙했던 것이 사라졌다.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과 나눴던 일상까지 전부 다 사라졌다. 내가 이걸 하면 넌 저걸 했는데. 내가 이렇게 말하면 넌 저렇게 대답했는데. 손을 뻗으면 늘 거기 있었는데. 이젠 손을 뻗은들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진실이 거짓으로 변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p.267)

전씨는 외삼촌이 돌아가신 뒤 모순적인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가족들은 삼촌과 함께 살았던 동네를 모두 떠났어요. 계속 떠오르니까요. 삼촌이 돌아가시고 1~2년 뒤에는 가족들이 다 뿔뿔이 흩어졌죠. 그렇지만 삼촌을 기억하려고 가족끼리 ‘별’ 여행을 가기도 해요. 잊으려고 하면서도 생각하고 싶은 존재였던 거죠.” 동양화를 전공하는 그는 삼촌과의 추억이 깃든 장소를 그린 지도를 그리면서 삼촌을 기리기도 했다.

샐리 티스데일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에서 가까이 있는 누군가 죽으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때를 후회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에 정면으로 부딪히라고 한다.

“우리는 모든 게 바뀌어버린 바로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상황을 바꾸고, 우리 자신을 바꾸고, 이미 떠나버린 그 사람을 바꾸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상황은 실제 벌어진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p.290)

“어머니가 떠난 뒤 나는 애통한 마음에서 서서히, 아주 서서히 벗어났다. 제임스와 프리드먼은 우리에게 죽은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든 정리하라고, 피하지 말고 부딪치라고 권한다. 나는 그들의 권유대로 틈만 나면 어머니에게 말하고 사진을 들여다보고 편지를 읽었다. 혼잣말로 지껄이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계속해서 들려주기도 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p.291)

 

△ 죽음을 코앞에 둔 두려움, 「이게 다예요(C’est tout)」

내가 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죽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전씨는 만약 자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죽기 전 마지막 날까지 하고 싶은 걸 다 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마음가짐은 아닐 것이다.

의사였던 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Elizabeth Kubler Ross)는 그의 저서 「죽음과 죽어감」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겪는 ‘죽음의 5단계’를 소개했다. 부정과 고립, 분노, 협상, 우울, 수용이 그것이다. 이 감정들은 무조건 순서대로 나타나지도, 오직 하나의 감정만 나타나지도 않는다.

유명한 프랑스의 문학가인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는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써 내려갔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횡설수설하듯 말한다.

“길 잃은 것 같다. 죽음이 이와 대등하다. 무시무시하다. 더는 뭔가에 힘 쏟고 싶지 않다. 나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머지도 끝났다. 당신도 역시. 나는 혼자다.” (「이게 다예요」, p.31)

“난, 모든 걸 새로 시작할 수 있어. 내일부터. 언제라도. 난 책 한 권을 새로 시작하고 있어. 나는 쓰고 있어. 자, 봐! 난, 언어를, 난 알고 있어. 그 안에서 난 힘이 아주 세지.” (「이게 다예요」, p.51)

책의 맨 처음은 사랑하는 연인인 ‘얀에게’로 시작되고,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끝났다고 난 생각해. 바로 내 삶이 끝났다고. 난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난 이제 완전히 무시무시한 여자가 돼버렸어. 난 더 함께 버틸 수가 없어. 빨리 오렴. 난 이제 입도 없고 얼굴도 없어.” (「이게 다예요」, p.81)

 

△ 나도 언젠가 죽는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urus)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존재할 때는 죽음이 오지 않았고 죽음이 왔을 때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씨는 “자주 죽음을 접하다 보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언제든 떠나갈 수 있으니 준비를 한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떠나간 사람을 대신해 더 열심히 살자는 말을 하곤 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삼촌이 너무 갑자기 떠나가서 그런지, 제가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후회 없이 살려고 노력해요.”

셸리 케이건(Shelly Kagan) 교수가 1995년부터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에서 진행한 교양 강좌 ‘DEATH’를 새롭게 구성한 책인 「죽음이란 무엇인가」는 죽음을 논리적으로 풀어낸다. 뿐만 아니라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제안한다.

“나는 죽음에 관한 사실에 대해 생각할 때 적절한 시간과 공간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연인과 키스를 나누는 때는 절대로 그런 시간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죽을 운명을 늘 ‘인정’하고 있어야 한다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과 죽음의 본질에 대해 ‘무시’해야 한다는 것 역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죽음에 관한 사실과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시간과 장소는 여러분이 죽음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 바로 지금 그리고 그곳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p.405)

“우리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감정은 두려움도 분노도 아니다. 대신 살아있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일 뿐이다. 물론 분노와 마찬가지로 감사 또한 특정 인격체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 거라면, 그리고 비인격적인 우주를 인정한다면 감사 또한 적절한 감정은 아닐 것이다. 다행 정도가 적절할 것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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