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 단단함' 측정해 당뇨 진단 위한 데이터 모아

염하은(휴먼바이오·17)씨는 학부생 신분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SCI급 국제 학술지에 대표저자로 논문을 게재했다. 염씨는 논문에서 지속반복적 힘이 피부와 연부조직의 강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입증했다. 김미지 기자
염하은(휴먼바이오·17)씨는 학부생 신분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SCI급 국제 학술지에 대표저자로 논문을 게재했다. 염씨는 논문에서 지속반복적 힘이 피부와 연부조직의 강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입증했다. 김미지 기자

울퉁불퉁하고 굳은살과 물집으로 가득찼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라고 불리는 발레리나의 발. 발레리나는 발끝을 포인(뒤꿈치를 들어올린 상태, 발레 용어)한 상태로 온 몸을 움직이기에 발 앞부분에 지속반복적 힘이 실려 발의 외형이 변형될 수밖에 없다. 외형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피부와 조직의 강성에도 영향을 준다.

강성은 물체가 외부로부터 압력을 받아도 모양이나 부피가 변하지 않는 성질이다. 즉, ‘얼마나 단단한지’다. 같은 세기의 힘으로 피부를 누를 때 강성이 낮은 사람은 피부의 변형을 통해 외부 충격을 흡수, 분산시킨다. 반면, 강성이 높은 사람은 강성이 낮은 사람에 비해 감각이 둔하고 외부 충격을 튕겨내어 부상의 위험 또한 크다.

본교 학부생 염하은(휴먼바이오·17)씨는 지속반복적 힘이 피부와 연부조직의 강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입증했다. 염씨는 논문 ‘족저면 연부조직과 그에 가해지는 지속반복적인 힘 간의 상관관계 분석:비침습적 인덴터로 측정한 강성을 중심으로’(염하은,2019)를 SCI급 국제 학술지에 제1저자로 발표했다. 학부생이 SCI급 국제 학술지에 대표저자로 논문을 게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염씨의 논문은 국제 학술지 <생체 재료의 기계적 행동 저널>(Journal of the Mechanical Behavior of Biomedical Materials, JMBBM)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JMBBM>은 작년 SCIE 바이오메디컬 공학 분야 상위 22%, Scopus 재료역학 분야 상위 11%의 학술지로, 조직과 세포 및 분자 수준의 생체 재료와 이를 대체 및 모방하는 물질의 기계적 변형 및 손상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논문의 실험은 재작년 겨울부터 작년 여름까지 본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발바닥에 지속반복적인 힘을 가하는 발레 전공 학생들이 실험집단, 발바닥에 별다른 힘을 가하지 않는 엘텍공과대학(공대) 학생들이 통제집단으로 구성됐다. 연구에서 지속반복적인 힘이 가해지는지 여부 외에 성별, 체지방률 등의 조건은 최대한 일치시켰다.

연구의 핵심적 요소는 동일한 조건 하에 지속 반복적인 운동으로 신체에 힘을 가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강성 차이였다. 따라서 발의 강성을 측정하는 인덴터를 사용했을 때 가장 뚜렷한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 실험군이 필요했다. 축구나 육상 등도 발을 사용하는 운동이지만, 발레의 경우 발가락의 ‘제2중족골두’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기에 지속 반복적인 힘이 미치는 영향을 명료하게 보여주기 적합했다.

염씨는 본교 생체공학 연구실이 구비한 인덴터로 각 실험집단별 제2중족골두와 발꿈치 강성을 측정했다. 인덴터란 경도를 측정하는 공구로, 생체공학 연구실의 인덴터는 기계와 발이 접촉했을 때 기계 하단부에서 발을 향해 자극을 줌으로써 힘에 어떻게 반응 하는 지를 살핀다. 교내에서 측정할 수 없는 데이터는 타학교 연구실을 방문해 측정하기도 했다. 가만히 서있을 때 발에 가해지는 압력과 힘의 분포는 중앙대 연구실에 있는 압력 매트를 이용해 측정했다.

측정 결과 발레를 전공한 학생들은 제2중족골두, 즉 가장 많은 힘이 가해지는 발가락 두번째 뼈부분의 강성이 공대 학생들에 비해 높았다. 반면, 공대 학생들은 발레를 전공한 학생들에 비해 발 뒤꿈치의 강성이 높았다.

염씨는 본교 발레 전공생과 공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의 강성을 측정했다. 사진은 염씨의 논문 일부 캡처.

염씨의 논문이 특별함은 피실험자 설정에 있어서의 새로운 접근에 있다. 발의 강성을 측정한 기존 논문 대부분 당뇨병의 합병증인 당뇨발만을 연구했다. 염씨는 왜 건강한 사람들은 연구를 하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부터 시작해 질병이 없는 사람들간의 발 강성 차이를 측정했다.

염씨의 논문과 같이 발의 강성을 측정하는 연구는 향후 질병 진단에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당뇨병과 그 합병증을 진단하는 데이터가 된다. 당뇨병은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은 것이 특징인 질환으로 병 자체의 위험보다 합병증으로 인한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은 당뇨발로 당뇨병으로 인해 발의 강성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증상이 심할 경우 발을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당뇨병은 병 자체로 눈에 띄는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당뇨발과 같은 합병증 증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육안으로 진단하기 어렵다. 염씨의 연구에서 인덴터가 활용된 것처럼 성별, 연령대별 다양한 발 강성 빅데이터가 구축이 되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덴터가 임상사용 가능해진다. 발 강성 빅데이터가 축적되면 병원 현장에서는 인덴터 측정만으로도 당뇨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염씨는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휴먼바이오) 공동대표로 일하며 건강한 사람들의 발 강성 데이터를 구축하는 연구 또한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의 목표는 휴먼바이오 출신 첫 휴먼바이오 교수가 되는 것이다. 그는 “생체 역학을 향한 학문적 갈증이 크다”며 “생체 역학을 공부할 때 배우는 의학, 해부학 또한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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