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이전의 세대에게는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앞으로 쭉 뻗은 도로가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앞 다투어 행복이 보장된 하나의 길을 달리는 것에 집중했다. 탄탄대로의 이정표는 인생 전체를 통틀어 세 개 지점에 압축되어 나타났다. 대학, 회사, 그리고 결혼.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 좋은 사람과 결혼함으로써 이 변곡점들을 무사히 통과하면, 행복에 자연스레 다다르게 된다고 믿었다. 길을 달리는 집단에서 이탈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모두들 같은 행복을 추구했고 그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Z세대는 길을 걷기도 전부터 출발선이 다르다는 부당함을 깨닫거나, 눈앞에 막연히 행복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는 것을 어리석다고 생각하거나, 그러한 천편일률적 행복이 과연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전 세대가 당연하게 믿었던 일()자 도로 끝의 행복이, 과연 Z세대 본인들이 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그들의 걸음을 갈지()자로 늦추었다. Z세대의 부모들은 휘청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은 그 걸음을 보고, 행복을 향한 의지와 끈기, 목적의식이 부족한 요즘 애들에 대해 혀를 끌끌 차고는 한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모더니즘이 불러온 지각변동은 기존 세대가 뿌리를 내린 기반을 흔들고 있고, 일자 도로만을 달리던 세대가 낳은 고질적인 폐단에 더해 새롭게 출현한 문제들은 원래의 처리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Z세대는 자신의 부모와 스스로의 행복이 다를 수밖에 없으며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Z세대의 행복은 개인마다 다르게 생겼다. 집단주의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믿는 그들은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가치관으로 현실을 직시하려고 한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생각은 복잡하지만, 현실주의는 Z세대의 사고를 간단명료하게 만들고 직감과 기분에 집중하게 한다. 현재의 행복은 미래의 행복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그려내기 쉽고, 곧장 손을 뻗어 성취하기 쉬우며, 스스로에 대해 솔직해지게 만들기 쉽다. Z세대는 현재의 행복을 쥐기 위해 불편함을 참지 않는다. Z세대의 행복은 결코 약속되거나 지연되거나 거짓되지 않는다.

 

이러한 Z세대의 현재적이고 현실적인 행복관은 행복을 향해 달리기 위해 발을 계속해서 길에서 떼어내던 윗세대와는 달리 발( )을 땅(__)에 계속해서 붙이고() 있기에, 실로 지()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얼핏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갈지 말지 고민하는 모양새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자 갈 지()’자에 간다는 뜻뿐 아니라, 어떤 일에 영향을 끼치다, 어떤 물건을 쓰거나 사용하다, 어떤 장소나 시간에 이르다 등 다양한 뜻이 있는 것처럼, ()의 행복 역시 무한한 단면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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