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6호 사진칼럼
1586호 사진칼럼
  • 이화선 사진부 부장기자
  • 승인 2019.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몇 년 전, 쌀쌀했던 날 정문으로 향하는데 누군가 대현문화공원 앞 평화의 소녀상을 향해 뛰어왔다. 그는 곧 자신이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 소녀상에 둘렀다.

소녀상에는 사람들의 보살핌이 끊이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이면 마스크가, 추운 겨울이 되면 담요, 털모자, 장갑이 둘러져 있다. 요즘에는 누군가 명언을 손수 적은 종이를 붙여두는데, 에이브러햄 링컨에 이어 지난주에는 그레이스 한센의 “Don’t be afraid your life will end; be afraid that it will never begin.”이 적혀 있었다.

소녀상은 전쟁 성폭력이라는 무형의 트라우마를 사람들이 기억하고, 행동하게 하는 매개체다. 그리고 이 기억은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잘못을 잘못이라고 외칠 힘을 부여한다. 한 유튜버가 광복절을 맞아 3D펜으로 소녀상을 제작한 것을 세계 각국의 시청자들이 감명 깊게 여긴 이유, 일본 우익 정치 세력이 지금까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이유가 모두 이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