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패널단 대상 조사… 희망과목 모두 듣는 응답자는 28명 중 15명
고학년 우선 수강신청제, 필수과목 정원 확충 등 요구

연간 평균 860만 원 가량의 등록금을 내고 이화인은 원하는 수업을 얼마나 듣고 있을까. 본지가 온라인패널단 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번 학기 원하는 강의 모두 듣는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약 53%(15명)에 그쳤다. 수강을 원했던 강의 중 절반 이하만 듣는 경우는 14%(4명)였다. 설문은 ※이대학보 온라인패널단 ‘학보메이트’를 대상으로 5~6일 진행됐으며 11개 단과대학 23개 전공의 학생 28명이 참여했다.

설문 결과 복수전공생이 많은 경영학부 등의 전공 수강 신청에 어려움이 많았다. 경영학부 복수전공생 홍연경(심리·15)씨는 증원 요청을 위해 네 개의 교과목의 강의실을 찾았다. 홍씨가 원했던 경영학부 전공 수업 6개 중 2개만 신청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 교과목 모두 증원 신청은 거부 당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예로 경영학부 졸업논문 대체 과목인 <경영정책>은 8학기 이상 재학생에 한해서만 증원이 허용됐다. <인터넷비즈니스전략>은 팀프로젝트가 있어 40명 정원이 적당하다는 이유로 증원이 불가능했다. <빅데이터분석·원리와응용>은 컴퓨터 실습 과목으로 컴퓨터 대수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졸업을 앞둔 고학번 학생들이 전공 학점 이수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다. 정민지(소비·16)씨는 이번 학기 수강을 원했던 6개 과목 중 절반만 신청에 성공해 증원 요청을 해야 했다. 그는 “적어도 막학기생은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게 배려해줬으면 한다”며 “분반 추가 개설이나 증원 요청을 했는데 추가학기나 계절학기로 알아보라는 답을 들을 때는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총학생회 '인에이블'이 최근 진행한 '벗들의 시간표' 이벤트 결과. 이화인의 한 학기 시간표를 함께 공유해, 수강신청과 강의 개설 문제에 대한 학교 측의 대처를 촉구한다는 취지로 열렸다. 위 시간표는 기사의 취재원과는 무관함. 출처=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홍씨 역시 고학번에 해당해 이번 학기 수강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고학년 우대가 없는 점이 아쉽다”며 “타학교는 7학기 이상 재학 중인 4학년 학생들을 위한 우선 수강 신청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학생은 수요 인원에 비해 정원 및 분반 수가 턱없이 적다며 아쉬워했다. 특히 필수교양과 전공 필수 과목 등의 정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인서(국교·17)씨는 “이번 학기 교원양성기관 역량 진단 평가로 인해 사범대학 전공 교과의 분반 정원이 25명으로 변경됐다”며 “강의실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본교 수강 신청 시스템에서 학년별 정원(TO)을 미리 보여주지 않는 점도 지적됐다. 조수연(생명·15)씨는 “TO를 미리 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본교 수강 신청 시스템상 TO는 수강 신청 시작 시각 30분 전부터 확인이 가능하다. 그 전에 알고 싶은 경우 학생이 직접 교무처 수업지원팀(수업지원팀)에 유선상 문의해야 한다. 본지(1574호, 2019년 3월4일 발행)에 따르면 수업지원팀은 유관 부서와 함께 수강 신청 시스템 개편을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강 신청 ‘장바구니’ 인원이 학년별 인원으로 보이지 않아 아쉬워하는 학생도 있었다. 정씨는 “TO가 적은 상황에서 어떤 과목을 1순위로 둬야 할 지 장바구니로 예측해보려 했으나 모든 학년 인원 수를 보여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 상황의 해결책으로 수요조사를 통한 전공 강의 정원 설정이 제시되기도 했다. 현재 정규 학기의 경우 전공 강의 수요조사는 학과 자율로 사회과학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다. 남경민(건축·17)씨는 “다음 학기부터 건축학과는 수요 조사를 통해 설계 수업 분반 별 정원 설정을 미리 할 예정”이라며 “타 전공에도 해당 시스템이 도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건축학과의 경우 지난 학기까지 설계 수업 분반 임의 배정 방식인 ‘로터리’를 적용해왔지만 이번 학기 간담회를 통해 로터리를 없애고 수요 조사를 통한 분반 개설 방식 도입을 결정했다.

응답자들은 직접 수강 신청 시스템의 개선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태경(경제·19)씨는 원활한 수강 신청을 위한 ‘수강 대기 시스템’을 제안했다. 한씨는 “수강 신청 시 정원이 초과되는 순간 대기 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이라며 “타대에서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대기 시스템은 정정 기간 증원 시 대기 번호 순서대로 수강 기회가 주어져 소위 말하는 ‘광클’(수강 가능 인원이 생길 경우를 위해 계속해서 컴퓨터 화면을 클릭하는 일)의 필요성이 사라진다. 한씨는 “본교의 수강 신청 방식은 운”이라며 “계속해서 수강 신청 서버에서 대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강 대기 시스템은 가천대 등에서 시행 중이다.

안소현(국제·18)씨는 등록금을 내고 수업을 듣지만 수강 신청에 실패하면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상황에 불만을 표했다. 본교의 연평균 등록금(2019년 대학알리미 정보 공시 기준)은 약 860만원 수준이다. ㄱ(정외·16)씨는 “수강 신청을 실패했다고 해서 빌넣(빌어서 넣기)하러 간다고 하는데 교수의 자비에 기대야 하는 이 상황이 이상하다”며 “정당한 등록금을 내는데도 듣고 싶은 수업을 듣지 못한다면 억울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대학보 온라인패널단 ‘학보메이트’는 이화인 여론 수렴을 위해 다양한 전공과 학번이 모인 패널 집단이다. 현재 49명이 활동 중이며 상시 모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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