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법남녀 민지은 작가, 현실감 있는 사건을 드라마 속 이야기로
검법남녀 민지은 작가, 현실감 있는 사건을 드라마 속 이야기로
  • 배세정 기자
  • 승인 2019.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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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 시즌제 성공적 사례로 자리매김
드라마 검법남녀의 작가 민지은(국문·00년졸)씨. 그는 얼마 전 자연스러운 인터뷰 사진용 포즈를 배웠다며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미소지었다.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드라마 검법남녀의 작가 민지은(국문·00년졸)씨. 그는 얼마 전 자연스러운 인터뷰 사진용 포즈를 배웠다며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미소지었다.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술집 화장실에서 칼에 찔린 채 “부장님이 찔렀어요”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며 부장과 함께 목격된다. 피의자가 된 부장은 결백을 주장한다. 검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숨막히는 진실 공방이 펼쳐지고, 사건은 성희롱 피해자가 자신이 부장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저항으로 자기 자신을 찌른 것으로 밝혀진다.

7월 종영한 MBC 드라마 ‘검법남녀 시즌2’의 한 장면이다. 연속 살인 사건, 연예인 마약 사건 등 범죄를 해결하는 국과수와 검찰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검법남녀’는 지상파에서 처음으로 시즌제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호평을 얻었다. 

이 드라마 극본을 쓴 작가는 본교 동문 민지은(국문·00년졸)씨다. “검법남녀를 3년 동안 쓰다 보니, 친구랑 얘기하다가도 에피소드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민지은 작가를 최근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검법남녀 사건을 정할 땐 법칙이 있어요. 법의관 백범(정재영)이 부검으로 해결해야 하는 의학적 미스테리가 있으면서 검사 은솔(정유미)이 해결해야 하는 인간관계 미스테리가 있을 것. 법의관은 피해자를 보고,검찰은 가해자를 보면서 진실을 밝혀내는데, 이 둘이 합쳐져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되는 거죠.”

드라마 속 에피소드는 주변에 있음직한 일들이다. 민 작가는 “기사를 찾아보거나 실제 법의관인 남편과 얘기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고 얘기했다. 그 덕분인지, 백범이 부검하는 장면은 전문가 못지않게 디테일하다. “드라마는 소설이긴 하지만 생생한 드라마를 쓰기 위해서 실제가 어떤지 아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현장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자문을 많이 받았죠.” 

민 작가가 대본을 쓸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개연성이다. 실제로 법의관과 검사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고민하며 대본을 쓴다는 그는 “드라마는 허구지만 얼마나 현실에서 있음직한 사건이나 관계인지 신경 쓴다”고 전했다. ‘굳이 저 상황에서?’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눈에 띄는 러브라인도 없다. “계획에 있던 러브라인을 없앤 것은 잘한 선택이었어요. 옛날에는 멜로가 없으면 시청자들이 찾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국과수와 검사가 프로답게 교감하는 관계를 더 멋있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작가로서 시청자들의 반응이 신경 쓰이는 건 당연하다. 민 작가는 가장 인상 깊었던 댓글을 외우고 있었다. ‘나도 죽어서 백범에게 부검 받아보고 싶다’는 댓글과 그 뒤에 달린 ‘괜히 객사해서 부검당하지 마시고 만수무강 하세요’가 그 댓글이다. “실시간 토크도 보는 편인데, 시청자분들이 너무 빠르고 정확해요. 누가 범인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끝날 때까지 이끌어 가야 하는데 금방 알아채더라고요.”

드라마 '검법남녀' 포스터. 출처=MBC홈페이지
드라마 '검법남녀' 포스터. 출처=MBC홈페이지

민 작가는 처음 검법남녀를 집필할 때를 떠올리며 “법의관 드라마는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말에 시작했다”며 “그때그때 꽂힌 장르에 매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그가 참여한 작품이 증명해준다. 코믹액션영화 ‘스파이’(2013) 각색, 드라마영화  ‘히말라야’(2015), 멜로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2016) 집필까지 장르가 다양했다. 두 시즌에 거쳐 법의학 드라마를 쓸 수 있어 좋았다는 민 작가는 검법남녀 시즌3 계획을 묻자 “드라마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민 작가의 대학시절 꿈은 소설가였다. 본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민 작가는 당시 수강했던 창작 수업을 떠올렸다. “졸업반일 때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들과 스터디하는 모임이 있었어요. 단편소설공부회라고, 일명 ‘단소공’이었죠.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작가도 그 모임 멤버였어요.”

하지만 ‘소설가는 배고픈 직업’이란 생각에 민 작가는 졸업 후 취직을 택했다. 자신이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한 영화사의 마케팅 부서에 입사했고,  직접 마케팅 대행사를 운영하기 전까지 6년동안 근무했다. 마케팅 업무가 힘들기도, 재밌기도 하다 보니 소설을 쓸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민 작가의 소설에 대한  열망은 그가 회사를 정리하고 글을 다시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대학에서 배운 내용이 드라마 대본을 쓸 때 도움을 주기도 했다. 민 작가는 영문학을 복수전공하고 교환학생 갔던 경험을 살려 스텔라(스테파니 리)나 샐리(강승현)의 영어 대사를  자문 없이 썼다. 그는 “영문학은 앞으로 글 쓰는 데 도움이 안 될거라 생각했는데 써먹을 일이 생기더라”며 “학교 다닐 때 기회를 찾아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일단 이 업계에 문을 두드리고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민 작가는 드라마 작가가 되는 길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민 작가 또한 영화 마케팅 일을 하다가 38세 즈음 작가로 데뷔했기 때문에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인 것이다. 그는 “보조 작가든 프로듀서든 영화나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파악하라”며 “관심 있는 분야에 촉을 놓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배수아라는 유명한 작가님이 있어요. 우리학교 선배님인 줄도 몰랐는데, 이대학보에 배수아 작가님 인터뷰가 실렸더라고요. 학교생활 열심히 하지 말라는 내용이었어요. 정말 독특하다고 생각했죠. 그 때 저도 배수아 작가님처럼 성공해 학보에서 인터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제가 그걸 하고 있으니 기뻐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도 제 인터뷰를 보고 오래 버티면 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키웠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