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크루에 참여하는 이화인을 만나다

‘하나보다는 둘이 좋다’. 함께 땀을 흘리며 추억도 쌓고 건강도 챙기는 ‘러닝 크루’가 최근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일례로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국내에서 운영하는 러닝 커뮤니티 ‘아디다스 러너스 서울(Adidas Runners Seoul)’은 재작년 6월 런칭 이후 1년만에 가입자가 9000명이 넘었다. 참여자 중 84%가 2030 밀레니얼 세대다. 

이토록 러닝이 인기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이야기를 몸소 실천하는 이화인 4명을 만나 그들이 사랑하는 러닝크루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러닝 크루' 인기가 높다. 이화인도 예외는 아니다. 사진은 우단해(교공·16)씨 제공.
최근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러닝 크루' 인기가 높다. 이화인도 예외는 아니다. 사진은 우단해(교공·16)씨 제공.

 

△러닝을 통해 일상의 건강 되찾기

“지각해서 뛰어야할 때 체력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농담처럼 해요.” 

조혜민(영문·15)씨는 이화러닝크루(Ewha Running Crew, ERC)의 창립 멤버다. 대학 입학 후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조씨는 ECC 헬스장 러닝머신을 달리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운동 영상을 보며 홈트레이닝을 하기도 했다. 

“혼자 운동하다 보니 점점 질리더라고요.” 다양한 운동 종목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친구들이 취업 준비로 바빠 함께할 수 없었다. 여러 사람과 함께 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시작한 이유다. 

그는 러닝 크루에 참여하면서 시간을 쪼개 쓰는 습관이 생겼다. “학기 중에 학업, 아르바이트, 대외활동 때문에 바쁘잖아요. 그래도 크루원 모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자신이 세운 운동 계획을 지키려고 노력했어요. 계획을 지킬수록 하루하루가 알차더라고요.”

일상이 건강해진 것도 러닝 크루의 영향이다. 러닝 크루에 참여하기 전까지만 해도 조씨는 야식을 먹거나 술자리에 참여하며 저녁 시간을 보냈다. 러닝을 시작한 뒤로는 다음날 컨디션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거나 야외 러닝을 하며 저녁 시간을 유의미한 활동으로 채워나가는 중이다. 

“크루들과 첫 마라톤에 참가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생애 첫 마라톤이기도 했고 대학 생활 버킷리스트 중 하나여서 더욱 그래요. 러닝 크루에 들어온 후 30분 동안 5km를 완주하는 연습을 계속 했어요. 대회 당일 29분대로 5km 마라톤을 완주하게 됐어요. 마라톤 대회 중에서는 짧은 거리에 속하지만 5분 달리는 것조차 힘들어 했던 제가 30분을 쉬지 않고 달렸다는 것이 굉장히 뿌듯했어요.”

조씨는 러닝 크루를 통해 운동을 습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혼자 하는 운동은 의지력이 중요하다는 그는 “여럿이 함께하는 러닝 크루를 통해 운동을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운 일상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꾸준함을 기를 수 있는 방법

“남과 경쟁하지 않고 오직 내 호흡과 스텝에 집중해서 나아갈 수 있어요.”

우단해(교공·16)씨는 작년 4월부터 신촌 대학 연합 러닝 크루 러쉬(RU:SH)에  참여하고 있다. 전(前) 러쉬 러닝팀 팀장인 그는 크루원들이 원하는 러닝 속도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다. 

 

우씨는 어릴 적 마라톤을 즐겨하는 아버지를 보며 달리기를 취미로 갖게 돼 혼자 달리는 일이 많았다. 혼자가 익숙하던 그에게 변화를 일으킨 것은 이화로의 편입이었다. 작년 3월 이화에 편입한 우씨는 러쉬 신입지원 홍보 포스터를 보고 호기심에 게스트런에 참여했다. 러닝 크루와의 첫 만남이었다. 

정기적으로 달리다 보면 몸이 건강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우씨는 러닝을 하며 마음까지 건강해졌다고 했다. “심신이 건강해진다는 말이 적절한 것 같아요.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유난히 마음이 힘들고 지치는 날이 있잖아요. 그런 날 러닝을 하고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잠에 들면 다음날 배터리가 충전된 기분이 들어요. 러닝으로 삶의 에너지를 얻어요.”

우씨는 끈기를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러닝 크루의 장점으로 뽑았다. 혼자 뛸 때는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록도 함께 하다 보니 쉽게 넘을 수 있었다. 러닝 크루는 혼자 힘으로 러닝 장소에만 나온다면 나와 함께 달려줄 사람들, 속도를 맞춰줄 페이스메이커, 운동 후 마실 수 있는 음료까지 모든 것이 준비돼 있다. 러닝을 해보지 않은 사람도 쉽게 러닝을 취미로 만들 수 있는 이유다.

그는 작년 11월 출전했던 첫 풀(full) 마라톤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러닝 경험이라고 말했다. 당시 우씨는 마라톤을 완벽히 준비하지 못했다. 마라톤 전날 일찍 잠자리에 누웠지만 긴장되는 마음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상하게 대회 당일 컨디션이 괜찮더라고요. 달리는 내내 저와 일면식 없는 사람들이 마라토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를 응원해줬어요. 마라톤을 뛰는 3시간 55분 동안 제가 세상의 중심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죠. 첫 마라톤은 제가 러닝을 더 사랑하게 만들었어요.”

 

우단해(교공·16)씨(앞에서 두 번째 줄 왼쪽에서 두 번째)와 러쉬(RU:SH) 크루원들 제공=본인
우단해(교공·16)씨(앞에서 두 번째 줄 왼쪽에서 두 번째)와 러쉬(RU:SH) 크루원들 제공=본인

 

△운동을 싫어했지만 함께함으로 극복

“친구들은 제가 운동을 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대요.”

재작년 8월에 러쉬(RU:SH)에 들어가 3년째 크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수진(통계·15)씨. 한씨는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오래달리기를 하면 가장 먼저 낙오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친구와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러닝 크루에 지원한 한씨에게 첫 러닝은 고비였다. “반포 한강 잠수교를 5km 뛰는데 죽을 뻔 했어요. 저는 진짜 오래 뛰었다고 생각했는데 반도 안왔더라고요. 포기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크루원 전체가 한씨를 끝까지 기다려주고 함께 뛰어줬다. 이후 운동은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한씨는 첫 러닝을 하고 한달 후에 10km 마라톤 대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4개 마라톤에 출전했다. 

러닝을 하면서 다른 종류의 운동도 시작했다. 근력을 늘리기 위해 퍼스널 트레이닝(PT)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클라이밍, 필라테스 등 다양한 운동을 접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한씨는 의지만 있다면 굳이 돈을 들이거나 장소를 정하지 않고서도 쉽게 운동할 수 있는 것이 러닝 크루의 장점이라고 했다. 돈이 없어서 혹은 마땅히 운동할 곳이 없어서라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 운동이 바로 러닝이다.

러닝은 그에게 가장 큰 터닝 포인트다. 그 중에서도 나이키 우먼스 하프 마라톤 참가는 제일 기억에 남는 러닝이다. 신체적인 조건 때문에 남성 평균기록치가 여성보다 좋을 수 밖에 없는 러닝에서 나이키 우먼스 하프 마라톤은 여성만이 대상이었다. 여성 간 연대감이 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첫 하프 마라톤이면서 부상 투혼했던 대회라 더욱 기억에 남아요. 무릎이 너무 아파서 12km 지점부터는 거의 걷다시피 했지만 다른 마라토너들과 크루원들이 응원해준 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죠.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니까 내가 못할게 뭐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점점 목표를 높여가는 중이에요.”

러닝을 하고 있는 한수진씨(왼쪽에서 두 번째)와 러쉬(RU:SH) 크루원들. 제공=한수진씨
러닝을 하고 있는 한수진씨(왼쪽에서 두 번째)와 러쉬(RU:SH) 크루원들. 제공=한수진씨

 

△ 졸업 후에도 즐기는 러닝

“사람 만나는걸 좋아해서 그런지 제가 좋아하는 운동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게 매력적이었어요.”

박채원(체육과학·19년졸)씨는 2017년 3월부터 대학연합 러닝 크루 히포틱런(Hippotic Run)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8월 졸업한 그는 계속해서 크루 멤버로 활동 중이다. 크루에서 활동하는 가장 오래된 멤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체육을 전공해 다양한 운동을 접했지만 흥미를 빨리 잃는 성격이라 어떤 종목이든 금세 질리곤 했다. 박씨는 지루하지 않고 여러 사람과 함께 같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찾아 러닝 크루에 합류했다.

박씨는 러닝 크루의 장점으로 몰입을 얘기했다. “러닝할 때 대부분의 사람이 지루해서 노래를 들어요. 그렇지만 대회를 출전하게 되면 노래를 안듣고 뛰는 사람이 훨씬 많아요. 자신의 숨소리 하나하나와 발걸음, 자세에 집중해야 되니까요. 러닝을 하면 내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노래를 듣지 말고 뛰어보세요.”

작년에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그는 러닝에 자신감이 붙어 3월에는 서울국제마라톤에 참가하기도 했다. 풀코스 마라톤은 처음이라 오랫동안 훈련에 매진했다. 여러 대학 러닝 크루들이 모여 팀을 짜 12주간 훈련을 진행했다. 

“팀 이름이 ‘불가능에 도전하라’였어요. 겨울이라 너무 추웠지만 성실하게 훈련하지 않으면 완주를 못할 것 같아서 열심히 했어요. 다행히 목표 시간 내에 완주할 수 있었어요. 12주는 긴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이 저를 진정한 러너로 만들어 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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