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시행 후 임용 과정 지연으로 수강 신청 혼란 더해져
강사법 시행 후 임용 과정 지연으로 수강 신청 혼란 더해져
  • 강지수 기자
  • 승인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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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이수 지정 과목 정원 감소부터 개설 여부 불투명한 ‘개설 보류’ 강의까지,
학생들 불편 가중돼

 

2학기 수강 신청을 앞두고 전혜린(사회·15)씨는 ‘개설 보류’ 강의에 당황했다. 졸업까지 한 학기가 남았는데, 그가 수강하고 싶었던 사회학 전공 교과목 두 개가 모두 개설 보류 상태였기 때문이다. 개설 보류 교과목은 수강 신청 당일까지 담당 강사가 정해지지 않아 개설여부가 불투명한 과목들이다.

사회학 심화전공생인 전씨는 대부분의 전공 강의를 이미 수강해 개설 보류 상태인 강의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거의 없다. 마지막 학기생인 전씨는 개강 후 강의 개설 취소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 두 과목 수강을 포기하고 다른 전공의 과목들을 수강 신청해야 했다. 그는 “수강 예정이었던 12학점 중 9학점만 강의로 채우고 3학점은 어학 성적으로 대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개강을 앞두고 수강 신청을 하는 학생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상당 수의 수업에 담당 강사가 배정되지 않아 ‘개설 보류’가 되거나 강의계획안이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일부 전공에서 필수 이수 지정 과목의 분반이 감소하며 수강 가능 총 정원이 줄었고, 이에 따라 수강 신청 경쟁률이 높아졌다. 개설 보류됐던 수업은 2일 시작되는 수강신청 정정기간에 신청할 수 있어 개강 초반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그래픽=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필수 이수 지정 과목 다수 개설 취소, 수강 가능 정원 감소

융합대 학생들이라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스토리텔링과글쓰기> 강의는 수강 신청 시작일인 8월8일 기준 개설 예정이던 8개 분반 중 절반이 넘게 개설이 취소돼 3개 분반만이 개설됐다. 김은정 강사(융합콘텐츠학과) 혼자서 3개 분반을 모두 담당한다. 작년 2학기 이 과목의 분반 수는 7개였다.

분반 당 정원은 작년 2학기 35명에서 60명으로 늘었지만 총 정원은 줄었다. 수강 가능한 전체 인원을 비교하면 245명에서 180명으로 65명이 감소했다. 임지혜 융합대 공동대표는 “권장 학년인 신산업융합대학 2학년 학생 약 230명조차 해당 수업을 모두 수강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나아가 과목 특성상 교수의 과제물 첨삭이 필요해 ‘대형 강의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학생도 많았다. 강의 수강 예정인 ㄷ씨는 “팀 프로젝트가 있는 수업에 60명 정원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강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 학과 차원에서 2개의 분반을 추가 개설할 예정이다. 그는 ”첫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동일 시간에 개설된 추가 분반으로 이동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분반당 약 32명 정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연과학대학(자연대) 전공 기초 과목인 <확률및통계학>은 자연대와 공과대학 다수 학과에서 필수 이수 과목 선택지에 넣은 교과목다. 그러나 60명 정원의 분반 2개만 개설됐다. 수강을 원했지만 신청에 실패한 김유리(생명·18)씨는 “수요에 비해 수용 가능한 학생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수강 신청 경쟁률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분반 수가 2개 뿐이라면 큰 강의실로 변경해 분반 당 정원을 늘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해당 과목은 강사 한 명이 2개 분반을 맡고 있다. 2018학년도 2학기에 동일한 정원으로 5개였던 분반 수에 비해 확연히 줄어든 숫자다.

통계학과 행정실 관계자에 따르면 <확률및통계학> 수업 담당 강사의 추가 채용은 현 시점에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채용 기간이 지났을뿐더러 이미 동일 전공에서 타 수업의 추가 개설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초유의 강의 ‘개설 보류’ 사태로 수강 신청 불편 초래

수강 신청은 예년보다 더욱 혼란스러웠다. 강사 1차 채용은 수강 신청 이전인 7월 말 완료됐지만, 합격자의 임용 포기 등으로 인한 강의 담당자 공백을 메우기 위한 2차 채용이 8월 중 진행됐다. 이 때문에 8월8일 시작한 수강 신청 기간 학생들의 불편이 컸다.

수강 신청 기간 동안 ‘개설 보류’ 강의는 수강 신청이 불가능해 학생들의 불편이 컸다. 수강 신청을 하루 앞둔 8월7일 기준 36개 강의가 개설 보류 상태였다. 같은 날 교원 2차 채용 원서 접수가 시작됐다. 해당 강의들은 수강 신청 정정 기간이 시작되는 2일부터 수강 신청이 가능하다.

특히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는 수강 신청 기간에 개설 예정 교과목 10개 중 4개가 개설 보류 상태로 남아 본교에서 가장 높은 전공 교과목 개설 보류 비율을 보였다. 융합대 국제사무학과 전공 선택 과목인 <Business Writing>은 분반 3개 중 2개가 개설 보류 상태였다. 각 분반의 정원이 30명인 소수 강의임을 고려하면 많은 학생이 강사 임용을 애타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편 융합대 융합콘텐츠학과 전공 교과목인 <콘텐츠데이터분석>과 <콘텐츠데이터베이스> 수업을 담당할 강사의 임용은 8월27일에도 확정되지 않았다. 이날 추가 채용 공고가 게시됐다. 최종 합격자 발표일은 8월30일이었다. 개강일을 3일 앞둔 시점이었다. 융합콘텐츠학과 행정실 관계자는 8월29일 취재 당시 “임용 실패로 수강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합격자가 임용을 포기하기라도 하면 해당 강의 개설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해당 과목 수강 예정인 ㄱ씨는 “개강 직전에 강사가 지정되면 불확실한 수업 개설 여부 뿐 아니라 질좋은 커리큘럼을 기대하기도 힘들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신산업융합대학(융합대) 융합콘텐츠학과 전공생 ㄴ씨는 개설 보류 강의로 인한 수강 신청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ㄴ씨는 “이전에도 개강 이후 강사가 정해진 적은 있었지만 수강 신청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며 “이번 학기에는 수강 신청도 못할 뿐더러 개설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해당 학과 학생들은 개설 보류 강의 수강 자체를 포기한 경향도 있어 개설 확정된 과목에 수강 신청 경쟁률이 2~3배로 증가한 추세를 보였다.

강의 개설 보류는 강사 임용 절차가 늦어지며 발생했다. 본교 강사 1차 채용은 7월22일 완료됐지만 2차 채용으로 이어지며 임용이 지연됐다. 6월21일 공고된 신규 강사 채용 인원 648명 중 1차 채용으로 약 500명의 강사 임용이 확정됐지만, 113명 규모의 2차 채용은 8월22일까지 이뤄졌다. 8월29일 취재일 기준 강사 추가 채용이 진행 중인 전공도 있었다.

교원인사팀은 "학과 별 최종 합격자 명단을 토대로 순차적으로 교번을 부여하고 강의 시간표 확정 작업을 거쳤다"고 전했다. 이후 수업지원팀이 실시간으로 교번 확정 작업이 진행된 수업의 교수자를 갱신하고 있다.

 

△강의계획안 없는 ‘깜깜이 수강 신청’부터 갑작스런 강의 시간 변동까지

수강 신청을 앞두고 강의계획안이 미게재된 교과목도 많았다. 수강 신청을 하루 앞둔 8월7일 자정 기준 본지가 확인한 결과, 강의계획안이 없는 교과목은 도전학기 수강 과목을 제외하고도 33개였다. 해당 강의를 수강하려 한 학생들은 강의계획안이 없는 이른바 ‘깜깜이 수강 신청’을 해야만 했다.

강의 시간이 급작스럽게 바뀌는 사례도 있었다. 조형예술대학(조예대) 전공 교과목 <시각시스템>의 강의 시간은 수강 신청을 며칠 앞두고 바뀌었다. 조예대 전공 강의들은 대부분 주 2회 75분 수업이 아닌 주 1회 150분 수업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옮겨진 전공 강의에 맞춰 시간표를 새롭게 짠 전공생들이 생겼다.

<시각시스템> 수강 예정인 ㄷ씨는 “시간표에서 전공강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기 때문에 항상 전공을 먼저 채워놓고 교양이나 다른 수업을 고른다”며 “전공 수업 시간이 공지도 없이 변동돼 당황했다”고 말했다. ㄷ씨는 해당 수업으로 인해 시간표를 새로 짜야만 했다.

한편 제51대 총학생회 ‘Enable’(인에이블)은 8월6일 강사법 시행 후 파생되는 수업권 침해를 우려하며 학교 본부 규탄 집회를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