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해주러 간 작은 마을이 되려 나의 행복이 되어 돌아왔다.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는 ‘사망년’에 접어들면서 내 미래는 불투명하다 느꼈고, 이 사회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모두 거쳐 가는 과정이라지만, 내가 직접 그 고민을 안게 되니 더 큰 일처럼 느껴졌다. 매 순간이 절망이었다.
방황 아닌 방황을 하며 하루는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고, 하루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흘려보내기도 했으며, 또 어떤 하루는 모든 연락을 뒤로 하고 잠만 자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어떤 방법도 내 마음속에 있는 짐을 온전히 떨쳐주지 못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도피하고 싶었고, 그래서 도망치듯 해외봉사를 신청했다. 이전에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였고, 무엇보다 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리고 나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임을 자각 받고 싶었다.
그렇게 도착한 베트남 닌빈성에 위치한 키푸 마을에 키푸 초등학교 보수공사는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들었지만, 단기간안에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경험이었다. 빈곤에 굶주려 여유가 없을거란 생각과는 달리, 버스를 타고 오가며 본 마을 사람들의 표정에는 여유와 행복이 묻어났으며, 자전거를 타고 뛰어노는 아이들에게는 순수함과 해맑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봉사를 통해 부족함을 채워줘야겠다는 본래 생각에서,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마음가짐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 이미 충분히 행복한 그들에게, 따뜻하고 돌아가고 싶은 보금자리가 생긴다면 그들의 행복은 더 커질 수 있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그 보금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나에게 힘을 가져다주었다.
11박 12일 동안 자그마한 키푸 마을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먼저, 함께 해외봉사를 떠난 20명의 단원들과 협력하는 자세를 배웠다. 극한의 상황에서 서로를 위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으며, 그 과정이 있을 때 비로소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둘째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배웠다. 지극히도 평범한 일상일지라도, 이 일상들이 있기에 내가 존재할 수 있고, 다른 어떤 것들이 특별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이 경험 자체도 값지지만 경험들을 빛내줄 수 있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도 배워올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란 존재의 이유에 대해 배웠다. 당장 내 눈 앞이 아니더라도 시야를 넓게 가졌을 때, 내 존재가 도움이 되고 행복이 되는 일들이 분명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당장의 내 앞에 닥친 상황엔 내가 필요 없다고 느낄지라도 여유를 갖고 조금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본다면 분명 나는 필요한 존재임을 알 수 있을 것 이다.
이번 봉사를 통해 내가 전해 준 행복보다, 얻어 온 행복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22년 삶에 있어 소중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 나에게 많은걸 알려준 키푸마을에 더 많은 행복이 겹겹이 쌓여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