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홍콩 시위... 현장 속 유학생들의 이야기
격화되는 홍콩 시위... 현장 속 유학생들의 이야기
  • 이수빈 기자, 이예진 기자
  • 승인 20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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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반환 이후 최장기 시위 기록, “시민의 말에 귀 기울이기를 원할 뿐”

 

석 달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가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8월25일 오후8시30분(현지 시각) 홍콩 친완(荃灣) 지역에서 시위대와 충돌한 경찰이 실탄 한 발을 발사했다. 경찰은 현지 언론을 통해 경고 차원에서 발사했다고 발표했지만,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실탄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같은 날 콰이청(葵涌) 지역에서 열린 시위에서는 시위대가 벽돌과 화염병을 던졌고, 경찰은 홍콩 시위 사상 최초로 물대포 차를 이용해 시위대를 진압했다. 8월30일에는 최소 5대의 장갑차가 황강(皇崗) 검문소를 통해 중국에서 홍콩으로 진입하는 사진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8월12일~13일에는 시위대의 홍콩 국제공항 점거로 ‘항공 대란’이 발생했다. 300편 이상의 항공 운항이 취소돼 공항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언론은 시위대가 공항에서 시위를 벌인 것은 전 세계에 시위를 알리기 위함이라고 해석, 보도했다. 홍콩을 거점으로 운영하는 항공사에 재직 중인 졸업생 ㄱ씨는 “언론 보도 사진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시위로 인해 공항이 포화상태였다”며 “하지만 많은 인원이 참여했음에도 폭력적 행위 없이 평화로웠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는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역대 최장기 시위다.

본지(1566호, 2018년 10월1일 발행)에 따르면 홍콩에서 온 유학생은 작년 기준 106명이다. 홍콩 국적 유학생은 본교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 중 중국, 일본, 대만에 이어 4번째로 많다. 그렇다면 홍콩 국적 유학생들은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관해 어떻게 생각할까? 본교에 재학 중인 유학생 4인과 본교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홍콩으로 돌아간 유학생 1인에게 질문했다. 이 중 4명은 방학에 홍콩으로 돌아가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에 참여한 네 학생은 경찰을 목격한 일화를 얘기했다. ㄴ씨는 “시위 직후 여러 명의 경찰이 방패와 곤봉을 들고 대교를 가로질러 뛰어오고 있었다”며 “다리 위에는 시위 참여자가 아닌 일반 시민도 있었는데, 경찰이 쫓아와 다들 놀라 도망쳤고 심지어 친구는 도망가다가 다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ㄷ씨는 본인도 경찰에게 잡힐 뻔한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검은 옷을 입고 시위한 후, 집에 가는 중에 출구 쪽 경찰들이 저를 부르며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어요. 무서워서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검은 옷을 입은 시위자 두 명이 와서 ‘도와드릴게요, 먼저 가세요’라고 말하며 저를 보냈죠. 그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안전하게 집에 올 수 있었어요. 그들이 없었더라면 제가 어떤 일을 겪었을지 상상도 못 하겠어요.”

ㄷ씨는 여행 온 한국인 친구에게 홍콩을 소개하다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는 이때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한국인 친구가 처음으로 홍콩에 놀러 왔는데 지하철역에 들어가자마자, 밖에 최루탄 터지는 소리가 났어요. 경찰이 역 입구를 봉쇄하기 전에 친구와 도망쳤죠. 친구의 첫 홍콩 여행이고, 또 여행 첫날인데 이런 일이 생겨 너무 미안했어요.”

본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홍콩 중문대(The Chinese University of Hong Kong) ㄹ씨는 경찰 진압에 대한 두려움으로 경찰의 사전 허가를 받은 시위에만 참여했다. 그럼에도 걱정은 여전하다. “시위에 폭력이 없더라도 카메라나 CCTV에 시위에 참여한 모습이 찍히면 홍콩에서 출국 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최근에 중국으로 가려고 하는 사람 중 일부가 세관원에게 억류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잡힌 사람들 모두 허가된 시위에 참여했지만 CCTV에 찍힌 사람들이었죠. 경찰은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을 구금하고 휴대폰을 확인했다고 해요. 제게도 이런 일이 있을까 무서워요.”

유학생 모두 경찰의 시위대 진압 정도에 불만을 이야기했다. ㄴ씨는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로 진압을 하거나, 이미 제압돼 반격할 수 없는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ㄷ씨는 “시위대 대부분은 학생인데 그렇게 많은 장비와 무기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ㅁ씨는 “백만 명의 시민이 시위에 참여했을 때는 우리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며 “앞길이 너무 막막하고 언제 어떻게 이 무서운 것들이 끝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ㄴ씨는 경찰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주장에 반박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자꾸 ‘경찰도 어쩔 수 없다, 윗선에서 내리는 지시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경찰은 기계가 아니라는 사람이기에 자신의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연막탄이나 총을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면 연막탄을 몇 개나 사용할지, 총은 어디에 겨눌지 정도는 개인 양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이들은 시위를 바라볼 때 세대 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ㄴ씨는 “시위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서 언니와 함께 언성을 높이곤 했다”며 “평소에 부모님과 대화하다가 울기도 했다”고 전했다. ㄷ씨 역시 “시위를 참석하는 것에 관해 부모님을 설득하지 못했고, 이에 서로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시위에 참여한 젊은 사람들에 관해 소수의 어른은 홍콩의 평화를 깨는 폭도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의견차이로 여러 가정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어떤 여자가 총에 맞아 실명했다는 신문 기사에 관해 엄마는 ‘가짜 뉴스신문’이라고 해서 속상했다”고 덧붙였다.

ㄹ씨는 정부가 시민들의 5대 요구안에 묵묵부답이라며 시위가 장기화 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시위대가 주장하는 5대 요구안이 있어요. 송환법 철폐, 시위대 ‘폭도’ 명명 철회, 시위 체포자 석방, 독립적 조사기구 설립,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가 그것이죠. 하지만 6월에 법안 추진 잠정 중단 이후 아무런 발표가 없어요. 시민들은 더이상 홍콩에 사는 것이 안전하고, 자유롭지 않다고 느끼기에 싸우고 있는 거예요.”ㅂ씨는 “아직까지 합리적이고 시민이 믿을 수 있는 해명과 처리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러한 태도가 계속되면 시위는 장기화될 것이며 격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ㄷ씨는 “예전처럼 정부가 시민의 말에 귀 기울여 법을 만들기를 원할 뿐”이라며 “홍콩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홍콩의 발전을 이끄는 공무원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사건은 우리가 어디를 가든 평생 우리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리를 향한 세계의 시선이 바뀔 수도 있는 사건이기에 한국에 있는 홍콩 유학생들도 이 사건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ㄷ씨는 한국에 시위를 알리기 위해 포스터 붙이는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송환법 반대 시위는 지난 4월3일 홍콩 정부가 ‘범죄인 송환법’을 추진하며 일어났다. 해당 법은 작년 홍콩 국적의 남성이 대만에서 살인 및 시신 유기 범죄를 저질렀으나 홍콩과 대만이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아 처벌을 못 하게 되며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홍콩행정청은 중국 본토를 포함해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에도 범죄인을 송환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체결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범죄인 송환법이 반(反)중국 인사, 인권 운동가 등을 중국으로 송환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