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영화 ‘어바웃타임’(2013)의 남자 주인공처럼 과거로 시간 이동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로 갈 것인가. 이화를 떠나는, 혹은 떠난 졸업생 8인에게 질문했다. ‘만약 당신이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요?’

이대학보DB

 

대학 시절에만 할 수 있는 인생의 원동력 만들기

“사범대학 새내기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기 위해 이화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의 설렘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이화에 입학한다는 그 자체도 설렜지만, 학창 시절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것을 도전해볼 나날들을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죠.

하지만 이화에 입학하고 난 후 저는 4년 동안 동아리, 대외활동, 교환학생 등 대학생이라면 흔히들 하는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고 학업에만 집중했어요. 당시에는 공부하는 것이 재밌었으니까 이외의 활동들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화에서의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대학 생활을 돌이켜보니 저는 이화에서 지난 학창 시절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대학 생활을 풍부하게 채우지 못한 것만 같은 후회가 들었죠.

그래서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대학 시절에만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보다 대학 시절을 풍부하게 채우고 싶어요. 행복한 기억을 더 많이 채워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추억으로 대학 생활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문정윤(역교·16)

 

교내 해외 탐방 프로그램 도전해보기

“졸업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교환학생을 가지 못했다는 것이에요. 해외에서 혼자 생활하는 두려움과 함께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교환을 포기했었죠.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교환학생을 꼭 가보고 싶어요. 이화의 경우 교환학생 지원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해외교수인솔프로그램 ,인문대 7 + 1 등 해외 탐방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으니 후배 벗들은 꼭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변지영(역교·16)

 

학생 지원 프로그램으로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 찾기

“이화에는 다양한 기회가 열려있어요.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찍이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또,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발견했으면 좋겠어요. 교내외 학생 지원 프로그램이나 장학금 제도도 잘 활용하시면 일석이조예요.”

양가람(사회·15)

 

성실하게 살아가는 나를 칭찬하고 인정하기

“얼마 전 ‘세상에는 특별한 사람보다는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다.’라는 문장을 봤어요. 제가 이화에 입학했을 때, 사람들은 나에게 다양한 것을 기대했죠. 밤을 불태우며 놀기, 수석 졸업 하기, 대외활동을 통해 진로 찾기, 운동해서 건강해지기, 인맥 관리 하기. 사람들의 기대는 곧 내가 나에게 바라는 기대가 됐어요. 그 덕분에 이룬 성취들도 많죠. 하지만 그 때문에 갉아 먹힌 부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이룬 것들을 인정하지도, 칭찬하지도, 성찰하지도 못하고 더 많은 것을 원하기만 했어요. 무언가 이뤄도 부족하다고 느꼈고, 조급했어요. 지금은 이렇게 생각해요. 더 적은 것들을 성취했더라도 조금 더 긴 시간을 들여 제 성취를 들여다봤으면 낫지 않았을까?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모든 면이 완성돼서 특별한 나의 모습을 기대하기보다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내 모습을 칭찬하고 인정할 거예요. 그때의 제 모습이 내가 어릴 때부터 바랐던 어른으로서 내 모습일 테니까요.”

성다은(스크, 사회·15)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

“제가 느끼고 있던 이유 모를 두려움이 사회적 틀에서 비롯된 실체 없는 허상임을 깨달은 것은 4학년 때였어요.

이화에서 진정한 여성의 의미를 깨친 4학년 여름방학이 돼서야 홀로 배낭 여행을 다녀왔어요. 돌아온 뒤에는 학회에 가입하고 대외활동과 다수의 공모전을 병행했죠. 듣고 싶던 수업도 들었고 교생도 다녀왔으며, 여행을 계기로 프랑스어도 시작하여 자격증도 땄어요. 지금은 인턴을 하며 취업 준비를 하는 중이에요.

제 버킷리스트에는 아프리카 여행, 워킹 홀리데이, 해외 인턴쉽이 남아 있어요. 1학년으로 돌아간다면 남들처럼 ‘제때’ 취업하고, ‘제때’ 결혼하고, ‘제때’ 출산하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여성학 수업들을 듣고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며 좀 더 자유로운 삶을 살지 않을까 생각해요. 흘려 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이니 말이죠.”

박세린(시디·15)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나 자신에게 더 솔직하게 행동하는 연습을 할 것 같아요. 짧지 않은 대학 생활이었지만, 돌이켜보니 흔히 말하는 스펙 쌓기를 위한 일이나 돈이 되는 일,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일을 하느라 시간을 헛되이 보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결국 졸업을 앞두니 내가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이화에서 보낸 시간은 부모님이나 친구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내 생각과 신념임을 배우는 과정이었죠.”

한상완(사회·13)

 

실패할 수도 있는 일에 도전하기

“학교에 다니면서 동아리 지원할 때도 ‘이 동아리는 경쟁률이 높다고 하던데 그냥 지원하지 말자’, 인턴 지원을 할 때도 ‘난 학점도 낮은데 가능할까’란 생각에 쉽게 지원할 수 없었어요. 이화라는 이름 안에서 많은 기회가 제공되었는데 그 기회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쫓았던 것 같아요.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고 실패했어도 그 실패한 경험에서 분명히 배우는 게 있었을 텐데 ‘실패’라는 게 상처가 될까봐 혹여나 꼬리표가 될까봐 무서웠어요.

사회에 나가면 적어도 한 번은 넘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상황에서 정말 크게 넘어졌고, 넘어진 상처에만 신경 썼어요. 학생 때 미리 경험했다면, 넘어지고 나서 상처에 신경 쓰는 것이 아닌 무언가를 줍고 일어나는 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또 사회에 나오니까 학생 때만큼의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돌아오지 않는 과거를 많이 그리워하기도 해요. 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내 한계를 생각하지 않고 많이 도전해보고 싶어요.”

정희원(과교·13)

 

종합대학 ‘이화’에서 다양한 학문 배우기

“‘인간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제가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 해도 오전엔 게으르고 오후엔 캠퍼스에 감탄하며 밤에는 술에 취해 신촌을 쏘다닐 거라고 확신하는 이유예요. 그러나 단 한 가지 바꾸고 싶은 것은 있어요. 학과 공부와 교양 수업을 좀 더 치열하게 듣고 싶죠. 첫 학기에는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 그나마 공부하는 시늉이라도 했어요. 하지만 그다음 학기부터는 3.0을 넘어본 적이 없죠. 혹 이후에 더 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내 발목을 잡지 않는 정도의 학점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다시 학생이 된다면 더 다양한 교양 수업에 도전하고 싶기도 해요. 특히 미술이나 역사, 이화의 자랑이자 특색인 여성학에 관한 수업을 들어보고 싶어요. 사회에 나와 보니 이화만큼 다양한 전공이 공존하는 종합대학이 드문 것을 알게 됐어요. 이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필수 교양 학점만 채웠던 것이 아쉬울 뿐이죠.”

한지윤(초교·13)

 

아무 이유 없이 멈춰 보기

“불모지였던 조선 여성들의 교육을 위해 이화를 세운 스크랜튼 여사의 정신. 그 정신을 본받아 이화는 캄보디아에 이화스렁이라는 학교를 만들었어요.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에 만들 수도 있었지만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캄보디아에서도 소외된 지역에 만들었다고 해요. 선교 장학생으로 이화스렁을 방문했던 저는 그곳에서 천사들을 만났어요. 이화스렁은 그 마을의 희망이었죠. 학교 건축으로 인해 일자리가 생긴 아버지, 아침부터 갈 곳이 생긴 아이들,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을 위해 병원 없는 마을에 생긴 보건소. 그리고 캄보디아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이화의 선배님들. 이화스렁에서의 기억은 대학 생활 중 가장 소중했던 기억의 한 조각이었어요.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저는 아무 이유 없는 ‘멈추기’를 할 것 같아요. 인생 처음으로 자율권을 갖게 되었던 시기. 바쁘게 살아야만 되는 줄 알았죠. 쉬는 것에도 핑계가 있어야만 하는 줄 알았어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멈출 수 있는 용기를 내고 싶어요. 꼭 인턴을 하지 않아도, 어학연수를 가지 않아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기를 가져보고 싶어요. 그 기간 동안 질문을 해보고 싶죠. 그리고 내가 정말 원하는 인생이 무엇일까. 행복은 무엇일까.”

정단비(국문·14)

 

사회와 연계한 팀프로젝트 수행하기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이화인들과 팀프로젝트를 더 열심히, 그리고 사회와 연계해서 하고 싶어요. 그리고 치열한 토론도 덧! 사회에 나와보니 '이토피아'라는 말이 정말 와닿을 정도로, 학교에서 수업 때 나눈 대화들과 오롯이 가치에 집중할 수 있던 시간이 그리워요. 치열했던 이화인들과의 토론도 '합의된 가치' 혹은 '성숙한 태도'를 기반해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요즘엔 '우리 동기들과 창업하거나 같이 프로젝트하면 큰 일 하나 냈을 텐데'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간다면 과제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수행할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회사나 공공기관에 제안도 해보구요. 여러분들의 아이디어가 정말 세상에 기여할 아이디어임을 믿고 좀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보며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주(교공·12)

 

흔들리고 불안해도 잘 될 것이라 믿기

“누군가는 길다고 말하겠지만 제게 6년은 눈 깜빡했더니 사라진, 짧은 시간이었어요. 그동안 14학번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학교를 다니면서 어찌나 민망했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이화에서 5-6년의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겪고 배웠어요.

저는 방황하고, 흔들리고, 불안해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러나 만약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저는 그 방황하고 흔들리고 불안해하는 과정 속에서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며 좀 덜 아파할 거예요.

미래의 길로 나아가는 이화인 모두가 덜 아팠으면 좋겠어요. 잘될 거예요, 모두. 터무늬없는 긍정주의라고 해도 저는 그렇게 믿을 것예요.”

유주연(건반·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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