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에서 수업권·인권 침해 개선 위한 정기 협의체 구성 약속 … 개선안 논의 예정

5월29일 열린 학생-교수 간담회에서 전공 교수진은 제기된 문제를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이후 모든 개선안을 빠르면 이번 학기에 적용하고, 다음 학기부터는 전면적으로 시행할 것임을 밝혔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대자보를 통해 지적한 점을 사과하기도 했다.

 

간담회 이틀 전인 5월27일 건축학전공 홈페이지에는 ‘건축학전공 학생들에게’라는 제목의 사과문이 게시됐다. 교수 일동은 “지난 몇 년간 전공 수업 중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을 겪으며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많은 학생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학생들이 수업권,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느끼는 상황이 발생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선생이 되지 못한 점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전했다. 상황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학생들과 상의하고 모니터링할 방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전했다.

 

△수업권 침해 개선안

대자보에서 수업권 침해로 거론한 사안은 ▲설계 수업 분반 임의 배정 ▲교수의 학생 크리틱 거부 ▲타 대학 수업으로 인한 상습적 수업 지각 및 조기 퇴근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일부 설계 수업에서 내부 규정과 다르게 학생들의 분반이 결정된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어 교수는 무작위로 학생들에게 분반을 배정한 점을 사과했다. <건축설계> 교과목의 스튜디오 분반 결정은 본래 내부 규정에 따라 매 학기 첫 수업시간에 분반을 결정하고, 이후 학생들은 결정된 분반으로 수강을 변경한다. 내부 규정에 따르면 스튜디오 설명회 및 로터리 참석 여부, 수강신청기간 중 신청 여부 등 배정의 우선순위가 있다. 간담회에서는 규정 이외에도 로터리 자체의 개선책을 찾기 위해 다른 학교의 사례를 참고하고 학생들이 제시하는 방안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계 수업 프로젝트에 대한 객관적이고 통합적인 지표 마련 요구도 있었다. 이는 통계적으로 수량화할 수 없는 평가 기준으로 교수와 학생 사이의 관계가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교수들은 건축 설계물을 평가하면서 공간의 완성도, 창의성이라는 기준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음을 밝혔다. 그럼에도 중간, 최종 평가 시 두 분반 교수의 동시 평가, 심사위원을 초빙 등 복수의 평가자를 두는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평가 기준 설정 이외에도 투명한 성적 공개 방식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중간, 기말평가의 중간값, 평균 및 등수를 학생들에게 공개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학기 말 성적 이의 신청 마감 직전에서야 성적을 알게 되고, 이의를 신청할 기회조차 없음에 부당함을 호소했다. 교수들은 기존 수치 기반의 성적 평가 지표가 갖춰지지 않았을 때는 성적을 점수화할 수 없어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다은 교수(건축학전공)는 개선안이 없냐는 학생의 질문에 “이번 학기부터 바로 성적 공개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답했다.

 

△인권 침해 개선안

대자보에 거론된 ‘여성 혐오적 발언을 한 F 교수 사건’에 대해 간담회에 참석한 F 교수가 직접 사과했다. F 교수는 “몇몇 발언은 직접 한 것이 맞다”며 “건축은 사회성이 강해 사회에서 논의되는 담론을 생생하게 연결하려 했지만, 잘못된 발언이 나왔던 점을 인정하며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1학기 수업에서 사이버캠퍼스에 학생 전원의 작업에 대한 총평을 실명과 함께 공개한 대자보 속 A 교수도 본인임을 인정했다. 그는 “앞으로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겠다”며 “추후 사이버캠퍼스에 사과문을 게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공개된 사안 외에도 이날 추가로 신고된 인권 침해 문제도 있었다. 전공 수업 중 B 교수에게 욕설을 들은 전공생이 직접 참석해 발언하기도 했다. 전공생 ㄱ씨는 “해당 학기의 그날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며 “이후 교수는 어떠한 개인적인 사과도 없었다”고 발언했다. B 교수는 “교수자로서, 어른으로서 해당 학생이 느꼈던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이런 일을 다시 만들지 않는 것이 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공 교수진은 인권 침해 문제의 해결 방안의 일환으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는 채널을 만들어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가능하게 할 것을 재차 약속했다.

 

학생들은 ‘중간 강의 평가’ 의무화를 요구했다. 현재 본교는 사이버캠퍼스를 활용한 강의 평가 시스템으로 교수자의 인권 침해 문제 등을 파악해 수업권 침해를 방지하고 있다. 허나 학생들은 본 방식이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할지 의문이라며 학내 다른 기관에 권한 위임을 요구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공대 임 학장은 “강의 평가 객관식 문항 점수와 학생 피드백 사항은 학장이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인권 의식 교육 권고와 더불어 강의 평가 절차를 학과 외 기관으로 위임할 것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대해 전공생 ㄴ씨는 “일부 사항은 앞으로 개선 방법을 논의하며 해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인권 관련 문제는 폐쇄적이었던 학과 분위기상 개선될지 의문”이라며 “추후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본교 내부 규정에 따르면 수업권 침해 사안에서 교수의 직무 규정 위반은 감사실이 조사, 조치할 권한과 책무가 있다. 학생 인권 침해 행위 성격의 문제는 인권센터가 조사 및 조치 절차를 담당한다. 강미선 교수(건축학전공)에 따르면 아직 해당 기관 조치와 관련해 논의된 바는 없다. 강 교수는 “<건축설계> 과목과 같은 크리틱 수업의 경우 수업 진행 방식이 일반 수업과는 다르다”며 “이러한 수업 특성에 맞는 인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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