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과학지식 기초부터 쌓아야

양종만(물리학과 교수) 지난 7월 북경에서 열린 31회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Olympiad)에서 한국 대표 6명은 총점 252점 중 79점을 얻어 54개국 중 32위를 하였다.

1위는 중국으로 230점이었는데 우리보다 나은 몇 나라를 살펴보면 미국(3위 176점), 프랑스·싱가포르(27위), 콜롬비아(30위) 등이다.

우리는 지금 2년전 세계인의 관심속에 올림픽을 치르고 벌써(체육분야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선진국이 다된 양 과소비에 들떠서 온 국토가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또한 우리는 매일같이 오일쇼크다, 우르과이 라운드다 하여 국가산업경제는 온통 먹구름이라는 뉴스를 들으며, 우리의 활로는 오직(첨단) 과학기술 뿐이라는 말들을 한다.

그러면 우리의 과학수준과 관심 그리고 투자는 과연 어떠한가? 인도, 중국, 심지어 파키스탄 같은 나라에서도 진작에 탔던 과학분야 노벨상을 우리는 부끄럽게도 아직까지 곧 탈 수 있으리라는 기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분야의 연구와 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체육에 대한 것에 비해도 비교가 안될만큼 규모가 적고, 각급 학교에서의 과학교육에 대한 투자와 시설은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실정이다.

관료지상주의 풍토속에서 무엇이 우리의 과학수준을 이토록 황폐하게 만들었는가? 전통적으로 우리는 과거제도나 고등고시 같은 관료지상주의 풍토에서 살아왔다.

과학기술자는 발붙일 곳이 없었다.

지금도 전문 과학기술자는 각종 기관이나 회사 등에서 으례껏 장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속에 살고 있다.

따라서 남녀 할 것 없이 상당히 많은 유능한 젊은이들이 과학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과학정책, 행정, 교육 등 모두가 확실한 기틀이 없이 중구난방으로 수립되고 수행되고 있다.

과학에 소질이 있는 학생마저 그들의 재능을 계발할 좋은 여건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 예로써 중 고등학교에서의 암기형 교육이나 입시 위주의 단답형 교육, 대학에서의 과학전공학생들에 대한 체육, 제2외국어 등의 필수 수강 등을 쉽게 들 수 있다.

실제로 우리 학교의 경우를 보면 공통필수 교양과목은 100%가 인문 사회 과목으로 채워져 있다.

정말로 경쟁력 있는 전문 과학자나 기술자를 양성하고 싶다면 그럴 수 있는 보다 집중적인 교육이 있어야 할 것이다.

「콘크리트기둥」식 기술지식 각종 기업체에서 기술 도입하는 과정을 보아도 그렇다.

우리가 너무 뒤떨어져 있고 시간이 없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대개가 제품을 만드는 핵심기계는 통째로 사들여 오고 기술 운전을 위해 직원을 외국에 단기간 연수시키거나 그 운전기술자를 아예 돈으로 고용하는 「빨리빨리」식이 태반이다.

워낙 우리 국민들이 머리가 좋아서 조금만 지나면 필요한 것을 대부분 습득하고 있는 것 같지만 기초부터 개발하여 튼튼히 쌓아가는 피라밋형이 아니고 기초가 안된 땅에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콘크리트 기둥 같은 것이 과연 괜찮을까? 대학시절 이미 스승들에게서 들어서 알고 있긴 했지만 15년전 미국 유학시절 내가 직접 피부로 느낀 것 중 다음과 같은 사실이 떠오른다.

우리 한국 학생들은 대학원 처음 필수과목 수강 때는 매우 우수한 성적을 나타낸다.

그러나 차츰 학년이 올라가면서 양상이 달라지는데, 연구 실험들을 하고 논문을 쓰면서 그곳 학생들과 토론해 보면 우리에 비해 그들은 정말로 살아 있는 공부를 했고 모든 지식이 즉각 사용 가능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알량한 과학적 논리를 스스럼 없이 펴고 또 그것이 큰 무리없이 지나가고 있는지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왼쪽 그림은 스스로 가장 전통과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국내 일간지 ㅈ일보의 금년 4월 27일자 1면 톱을 장식한 그림으로 기사 제목은 「증시붕괴」이다.

가로축의 간격이 제멋대로이고 세로축의 위치마저 도무지 제멋대로여서 붕괴가 아니고 약간 하락한 것처럼 보인다.

가로 세로를 등간격으로 제대로 눈금매겨 그렸다면 매우 다른 모양의 그림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이미 수차례 ㅈ일보에 편지와 전화로써 이같은 여러가지 잘못을 지적하였는데 계속하여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갠지스강 모래의 수는? 비슷한 예로, 국내 ㄴ경제신문에 지난 3월 27일자에 실린 오른쪽 그림을 보면 제목이 「환율 수직상승」임에도 가로축 마지막 세점을 떼어서 그린 바람에 「상승」이 아니라 「상승둔화」로 변해 있다.

또 ㄷ투자 경제연구소에서 제공하였다는 ㅎ경제신문 기사(88.2.26)를 하나만 더 예로 들어보자. 갠지스강의 모래수를 정확히 표시한 숫자가 10의 52승으로 항하사라고 하면서 이것은 너무 큰 숫자라서 아무도 그 진위를 가릴 수 없는 것이라고 구구절절 이야기 하였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지구의 질량(6×10의 27승g)을 이 거대한 숫자로 나누면 질량의 10의 마이너스 24승 그램이 되고 그 반경은 10의 마이너스 8승cm밖에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간단히 계산해보면 갠지스강의 모래의 수는 대략 10의 17승 정도로 과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별로 크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우리 주변에는 아무 생각없이 아니면 무식하여, 터무니 없는 비과학적인 주장이 먹혀들고 때로는 비과학이 선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진정 과학분야에서도 선진국이 되고자 한다면 위에서 지적한 모든 것들이 바뀌고 국민개개인의 근원적인 의식 전환이 있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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