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호 학술계간지를 점검한다

사회주의권의 급변과 독일의 통일, 그에 따른 자못 그 진의가 의심스러운 정부의 통일정책과 그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다룬 가을호 계간지와 부정기간행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새로 나온 간행물들에서는 공통적으로 독일통일의 진행과정과 최근에 활성화되고 있는 한반도 통일논의, 그리고 페레스트로이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등의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어 주목된다.

먼저 한국사회연구소에서 펴내는 「동향과 전망」가을호에서는 권두언의 형식으로 박현채 교수의 「최근 통일논의에 대한 제언」을 싣고 있고 특집기획으로 「한반도 통일, 이루어질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이 특집물에서는 국제 정치역학의 변화와 한반도 통일의 관계, 특히 「새로운 사고」로 대표되는 고르바초프정권의 정책전환이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고 또한 이것이 북방정책을 표방하는 국내지배세력의 입지강화에 어떻게 이용되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그와 관련해서 북한의 개방가능성과 민중적 통일방안의 모색에 대한 실천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제시하는 통일방안의 기본적인 골격은 「긴장완화를 전제로 한, 남한변혁을 경과하는 통일」이다.

통일운동이 북한에 대한 개방압력으로 변질되고 있으며 통일문제 자체가 정권안보의 수단으로, 국내정세의 돌파구로 악용되는 상황에서 남한변혁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통일운동은 자기전망을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이 그 근거와 내용이다.

계간 10호째를 맞이하는 역사문제연구소의 「역사비평」가을호에서는 특집 「동구권 변화와 90년대 북한 사회주의의 진로」와 기획 「남북한연구방법론 비판」,「한국자본주의의 현단계」를 싣고 있어 유럽에서의 변화가 남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남북한이 통일문제에서 어떠한 내적 성격을 갖고 있는가, 한국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남북한에 대한 연구방법론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를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

「역사비평」의 특집에서는 동구권의 변화가 북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사상과 정치, 경제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북한사회주의는 동구사회주의 국가들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자체 논리인 주체사상에 의해 발전해 가고 있기 때문에 당장의 내외적인 개혁은 어렵더라도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분단문제와 한반도 주변의 대립상황이 완화되는 것과 동시에 위로부터의 개혁이 주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상문예운동」가을호에서는 「해방 45년 한국사회 지배집단을 파헤친다」를 특집기획으로 다루고 있는데 여기서는 우리 사회의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한국사회 지배집단의 지배구조와 구체적 실체에 대해서 정치, 경제, 문화의 각 영역으로 나누어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경제부문에서는 민자당 출범으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 지배계급으로서의 독점 자본가들의 존재방식과 권력통제의 유형을 명쾌히 제시하고 있으며, 정치부문에서는 3당통합을 감행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밖에도 정권을 보호하는 물리력으로써의 경찰과 진보적 집단을 해체시키는 정보기구에 대한 논문과 최근의 언론지배구도 진행상황을 분석한 논문이 게재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가을호 정기간행물들은 국내외 상황의 체계적인 연구의 축적물들을 반영한 것으로 여겨지며 쟁점이 되고 있는 산재한 국내의 갈등문제에 대한 앞으로의 논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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