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 "제3세계연구" 개척
불모지 "제3세계연구" 개척
  • 이대학보
  • 승인 199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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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스트로이카와 제3세계 민족해방운동」연구작업 한창
아시아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반도에 나라 한국이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과 함께 「제3세계」라는 이름으로 떠오른 7·80년대, 제3세계의 주요 구성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제3세계들에 대한 연구의 불모지였다.

그 불모지를 개척하고자 87년 9월 제3세계 전문연구단체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연구소(이하 아라리 연구소)」는 설립되었다.

지난 7월 연구소장 김명식씨를 비롯한 연구원3명이「제주민주항쟁」(소나무출판사)집필관련 국가보안법위반협의(이적표현물제작배포)로 구속되는등 학계탄압의 회오리가 휩쓸고 지나간 연구소는다소 쓸쓸한 분위기였다.

『이렇게 기아에 허덕이고 삽니다』라며 반겨주는 박은홍씨(대표간사)의 농담으로 대화는 시작되었다.

연구소는 사무국, 자료국, 출판국, 연구국의 연구원 8명과 30~40명의 일반회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주 연구원세미나와 매달 월례발표회를 개최하고, 회지로 「세계와 평화」를 발간하고 있다.

또한 도서출판 「소나무」와 프로젝트한 「제주민주항쟁」1·2·3권을 비롯하여 단행본으로 「버마현대사」,「영원한 나의 조국 니콰라과」등을 펴내는 등 연구성과물도 제법된다.

그러나 연구원들이 각종 정기간행물, 학술지등에 기고해서 받은 원고료나 출판사와의 연구프로젝트 원고료가 재정의 거의 전부인 실정으로 국내 재야 연구소들이 공통으로 떠맡고있는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있어 회지발간, 연구원 확보에 큰 곤란을 당하고 있다.

『보여줄 곳이 있다』는 박은홍씨의 말에 야릇한 호기심을 갖고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보니, 케케묵은 책냄새가 진동하는 10여평의 다락방이 나왔다.

방안엔 수천여종의 책자와 연구관련 자료들이 빽빽히 들어앉아 있었다.

『이렇게 많은 책이 있어도 충분한 연구를 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한 형편이죠』 연구에 필요한 자료는 주로 해외 연구단체에서 보내주는 무크지, 일·주간지와 국립도서관에서 얻고있으나 제3세계 연구작업이 워낙 방대해서 현재 갖고 있는 자료로는 폭넓고 깊이있는 연구가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주요 연구원구속, 재정난, 자료부족등의 어려움속에서도 연구원들은 언젠다는 오고야말「새벽」을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8월부터 압수당했던 자료를 찾아 새롭게 연구작업을시작한 연구소는 하반기 주요 연구게획안으로 「페레스트로이카가제3세계 민족해방운동에 미친영향」이라는 주제를 설정하였다.

이는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제3세계각국이 페레스트로이카를 수용하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민족해방운동과의 연관관계를 고찰해보는 작업으로 이미 지난28일에 「니콰라과판 페레스트로이카의 좌절과전진」이라는 연구발표를 가진바있다.

앞으로 12월말까지 쿠바,알제리,몽고등의 사례연구도 끝마칠예정이다.

또한 이들은 연구소 활성화방안으로 국내외 학술단체와의연대강화와 내부적 연구역량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의 학계탄압이 개별적인 연구소와 그 연구성과물에 대한 탄압으로 변모하고 있는 실정에서 탄압의 조직적 대응을위해 이미 결성되어 있는 재야연구소들의 구심점 「학술단체 협의회」에 가입할 계획입니다』라고 박은홍씨는 이후 학계탄압에 대한 대응책을 밝힌다.

『저희 연구소는 제3세계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라며 환하게 웃는 박은홍씨의 모습에는 한차례의 장대비속에 더욱 푸르러지는 한여름 나뭇잎과 같은 생명의 활기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