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의미로 사용되는 군축은 엄밀하게는 군비축소(disarmament)와 군비통제(armscontrol)로 구분할 수 있다.

군비축소와 군비통제는 가능한 적은 수준의 군사력으로 안보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그 정책적 의미는 크게 다르므로 분명한 구분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의 남북한 군축논의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도 군비축소와 군비통제의 개념을 정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서 군비축소는 군사력의 절대적 감축을 말하고 군비통제는 군사력의 상대적 통제와 관리를 뜻한다.

현상태에서 군비경쟁을 당장 중단하고 병력과 무기체계를 일정수준 혹은 가능한 최저수준까지 절대적으로 줄이거나 폐기하자는 것이 군비축소이다.

따라서 군비축소는 전쟁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분쟁구조를 평화구조로 바꾸기 위한 군사력의 개발과 배치, 사용의 중지에 관한 포괄적인 정치군사적 조치를 담는다.

즉 군비축소는 무기로부터의(from arms)의 해방을 추구하여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개념이다.

2차대전후 연합국측이 독일과 일본에 부여한 군비제한규정 등 전쟁에서 승전국이 패전국을 비무장시키거나 대폭적 군비감축을 규정시킨 경우와 고르바초프가 일방적으로 소련군을 50만 감축하고 유럽에서 단거리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군비축소에 해당한다.

군비통제는 군사력을 보유하되 가급적 적정수준에서 힘의 균형을 이루어 무모한 군비경쟁을 방지하고 긴장완화를 이루자는 지극히 현실적인 개념이다.

군비통제 개념의 핵심은 상호합의 아래 군비경쟁의 안정과 통제로써 힘의 균형을 이루는데 있다.

즉 군비통제는 무기를 통한(through arms) 안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군비통제는 군비경쟁의 안정을 위해서 또 다른 차원의 경쟁을 인정하는 것으로써 상호합의된 범위에서 무기체계의 질적 개선이 가능하다.

오늘날 군비통제는 병력과 무기의 양을 통제하는 것으로부터 비무장지대 설치, 각종 군사정보교환, 부대이동과 배치상황 공개, 군사훈련에 상호참관, 병력의 철수를 확인하기 위한 감시자 주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남한정부가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하는 군축방안은 유럽식 방식을 모델로 하는 군비통제이다.

한반도의 군축은 유럽과는 달리 조국의 통일을 목적으로 한 군축이어야 하는데 군사훈련의 참관이나 군비경쟁의 관리 등은 분단상태를 상호인정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수 있다.

20만명이 참가하는 서방지역 단일군사훈련으로서는 최대규모의 군사훈련인 팀스피리트를 축소하거나 중단하지 않고 참관만 하는 것이 전쟁예방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군사적 대결의 완전한 청산만이 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보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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