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텍공과대학 미래사회공학부 건축학전공의 학생 수업권 및 인권 침해 문제가 공론화됐다. 학생들은 건축 태스크 포스(건축 TF)를 조직해 21일 아산공학관(공학관) 등 교내 곳곳에 대자보를 부착했다. 29일(수) 오후6시30분에는 공학관 B101호 공대강당에서 건축학전공 학생-교수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대자보에서 지적한 문제는 ▲수강 신청 강요 ▲설계 크리틱 거부 ▲타 대학 수업으로 상습적 지각 및 조기 퇴근 ▲학생 인권침해다. 수강 신청 강요 문제는 <건축설계> 수업에서 비롯됐다. 이 수업은 6학점짜리 수업으로, 일주일에 약 12시간 진행된다. 문제는 학생의 분반을 교수가 결정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의 수강 신청 결과와 상관없이 교수 회의로 분반 배정이 이뤄지기에 학생들은 정해진 분반에 따라 강의 시간표를 정정해야 했다. 대자보에 따르면 수업이 폐강위기에 처하자 수강할 사람은 손을 들라며 정원 인원이 도달할 때까지 학생들이 교실을 나가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교수가 수업에서 특정 학생에게만 설계 크리틱을 거부한 점도 지적됐다. <건축설계> 수업은 교수가 1대 1로 작품의 비평과 조언을 하는 과정이 주가 된다. 또 다른 교수는 수업 도중 아무런 공지 없이 3시간 동안 자리를 비웠고 이후 돌아와 자리에 없는 학생들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대자보 작성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학생의 수업과 프로젝트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본인의 권력을 이용한 갑질”이라고 말했다.

한 학기 내내 상습적으로 수업을 1시간 이상 늦거나 일찍 끝내는 강사도 있었다. 이는 타 대학 강의를 위해서였다. 지각할 때는 수업 당일 메시지를 통해 수업 시작 시각을 통보했다. 이렇게 불규칙한 수업 시간으로 팀별 크리틱 시간에 큰 차이가 있었다. 교수는 한 팀에게는 1시간을, 다른 팀에게는 5분을 할애했다. 대자보에 따르면 교수는 추가로 크리틱을 요구한 팀에게 “다른 팀을 공격하는 것이냐” 반문하며 크리틱을 진행하지 않았다. 

대자보에서 말하는 인권 침해는 교수의 발언에 관련한 것이다. 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일본에 많이 가냐 질문하며 “일본에 가서 돈을 쓰면 그 돈으로 우리나라를 쳐들어온다”, “여러분이 그 정신대, 위안부 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등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학과에 문제가 있다면 소통 창구인 ‘이화에 바란다’가 아닌 자신에게 말하라 했다. 건축 TF는 “교수 권력에 의해 발생한 문제를 교수가 해결해줄 테니 직접 말하라는 말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해결을 요청하라는 말과 다를 게 없다”고 밝혔다.

건축 TF는 “학년 정원이 30명 내외인 건축학전공에서는 이 대자보에 기재한 사례를 통해 교수들이 내부 고발자를 색출하고 보복하는 행위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수업 특성상 성적 산정에 담당 교수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어 교수 권력에 의한 피해에 직접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론화로 피해가 근절되지 않으면 다시는 문제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화인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강미선 교수(건축학전공)에 따르면 현재 학과는 대자보에 기재된 문제를 확인했으며 사안 해결을 위해 논의 중이다. 타 대학과 수업 시간을 겹치게 배정한 시간 강사의 경우 학생들의 강의 평가 속  항의 내용을 보고 즉시 계약을 해지했다. 강 교수는 이 문제에 “계약 해지는 학생들의 수업권과 관련된 부분인데 이를 간과하고 학생들과 과정을 공유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건축설계> 수업의 새로운 분반 결정 방식도 논의 중이다. 이는 대자보에서 제기된 문제의 구체적 피드백과 함께 간담회 직전 혹은 진행 과정 중 이야기할 계획이다.  

강 교수는 이야기에 앞서 이러한 문제가 생긴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그는 “기존의 의사소통 방식으로는 학생들의 의견을 듣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간담회를 진행해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제도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적했던 색출 문제나 불이익은 절대 없다”며 “대자보에서 공론화하지 못하거나 간담회에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내용은 책임자인 나만이 볼 수 있는 설문조사를 학생들에게 돌려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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