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부터 수시모집에서 실기전형 전면 폐지

2021학년도 조형예술대학(조예대) 신입학 수시모집부터 예체능 실기전형이 전면 폐지되고 정시모집에서도 실기성적 반영비율이 크게 축소된다.

2021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수시모집은 학교생활기록부와 활동보고서, 추천서 등 서류의 종합적 평가와 면접으로 구성되는 서류전형으로만 선발하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은 폐지된다. 정시모집은 2020년 성적 40%, 실기 점수 60%를 반영하던 방식에서 1단계에 수능 성적을 100% 반영하고, 2단계에서 성적 60%, 실기 점수 40%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그래픽=이화미디어센터 조채린 조교
그래픽=이화미디어센터 조채린 조교

타대학, 비실기전형으로 입시 치르는 사례 늘어

본교 외에도 신입학 입시전형에 비실기전형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 홍익대는 2013년부터 신입학 입시전형에서 실기전형을 전면 폐지하고 100% 서류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서울대는 본교와 유사하게 2021학년도 미술대학 대학입학전형을 변경했다. 서울대 미술대학은 100% 수시로 신입생을 모집하던 기존전형과 달리 2021학년도부터 디자인학부에 한해 수시에서 실기전형을 삭제하고 비실기전형만 남기기로 결정했다. 또한, 디자인학부 신입학 실기전형을 정시모집으로 이동했다. 정시모집은 본교와 마찬가지로 1단계 수능 성적 100% 반영 후, 2단계에서 수능 성적 40%, 면접 30%, 실기 30%를 반영한다.

이러한 변화에 일부 재학생 및 입시준비생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덕원예고 졸업 후 홍익대에 재학 중인 이성지(회화·16)씨는 “실기시험을 보지 않아도 예술적 역량이 좋은 친구들이 많다”며 “오히려 그런 친구들을 보며 내가 전형적인 미술교육에 얽매어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씨는 “재현적 능력이 부족한 친구들은 그 단점을 극복할 만한 새로운 것들을 찾더라”며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이 화면에서 새롭고 독특하게 보일 때도 많다”고 덧붙였다.

홍익대와 이화여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ㄱ(19·여·경기 파주시)양은 “저처럼 실기실력보다 성적이 좋은 경우, 서류전형이 늘어나는 상황이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원래 서류전형을 준비하던 학생들에게는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실기전형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도 있다. 인문계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ㄱ양은 미술활동보고서(미활보) 작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미활보는 생활기록부를 기반으로 작성해야하는데 인문계에서는 미술활동이 많지 않아 미활보에 담기는 내용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고은정(19·여·서울 송파구)양은 서류전형이 많아지는 것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고양은 “서류전형은 내신 성적에 집중하게 되고, 예술고등학교(예고) 출신만 많이 뽑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다”며 “이화여대의 경우 원래 실기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진학하던 학교인데 실기가 폐지되면 실기력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성적을 보려면 차라리 실기전형을 유지하면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는게 나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미술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양은 서류전형이 예고 출신 입시생들에게 유리하다고 얘기한다. 고양은 “인문계 고등학교와 예고 간 편차가 매우 크다”며 “미술 수업이나 미술 활동이 많은 예고에 비해 인문계는 미술 수업이 시간 때우기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인문계 학생들이 미활보 등의 서류를 쓰기 힘들어한다고 들었다”며 대학에서도 예고 출신 입시생을 선호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고 덧붙였다.

 

조예대, 우려의 목소리에 내놓은 답은

조예대 신입학 모집에서 실기가 2021학년도부터 축소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본교 조예대의 위상이 떨어지고, 수험생의 선호도가 낮아짐과 동시에 학생들의 예술적 역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민지(도예·15)씨는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에게 악기 연주 실력이 중요하듯, 미술에서는 조형적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실기 없이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그 학생이 가진 조형적 감각을 확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예대에서 2021학년도 입시를 변경하게 된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강애란 조형예술대학장은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조예대 입시의 틀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외부의 인식과 입시 간소화 및 수능 반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그 요인”이라며 “서류전형의 도입을 실기전형의 축소로만 보지 말고, 다양한 학생 선발을 통한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 학장은 학생들의 우려에 “예술적 역량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며 “현대미술은 재현력보다 사고력과 창의력을 지닌 인재를 필요로 한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의 입시제도로는 예술가가 되기 위한 다양한 역량을 평가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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