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도 속 본교 이미지, ‘쇼핑 스팟(Spot)’으로 묘사돼
관광지도 속 본교 이미지, ‘쇼핑 스팟(Spot)’으로 묘사돼
  • 장서윤 기자
  • 승인 2019.0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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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 본지는 본교 관광객의 국적을 알아봤다. 관광객을 만나 방문 경로를 조사한 결과, 지도 혹은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 등 여행 안내서를 보고 본교에 방문한 사례가 있었다. 이번 호에선 본교가 관광 지도 혹은 책자에 어떤 식으로 묘사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사진=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그래픽=이화미디어센터 조채린 조교
사진=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그래픽=이화미디어센터 조채린 조교

국내 공공기관의 관광지도 및 안내서는 본교를 관광 코스로 포함, 본교 및 주변 거리의 상업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지도 및 안내서에서 묘사하는 본교 이미지와 재학생들이 생각하는 학교의 이미지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대역 2번 출구 앞에는 빨간 옷을 입고 있는 관광 통역 안내원이 상주해있다. 안내원들은 서울특별시관광협회 소속 움직이는 관광 안내소 서비스로, 신촌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본교 주변에서 활동한다. 이들은 관광객에게 각국 언어로 길을 안내하고 지도를 나눠준다. 

움직이는 관광 서비스가 나눠주는 신촌 지역 관광지도 앞표지엔 본교 ECC 건물이 크게 그려져 있다. 지도 속 본교는 학교 앞 쇼핑거리, ECC 전경, 정문 배꽃 무늬 부조가 확대된 이미지로 강조돼있다. 반면 인근 대학 연세대는 주차장 사진 한 장으로 표현돼있다. 지도 뒷면엔 본교가 ‘한국 최초이자 최대 여자대학교’이자 ‘옷과 화장품 및 아기자기한 액세서리 상점 등이 밀집된 즐거운 쇼핑 거리’ 등으로 묘사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작 한국 관광 안내서엔 이화여대가 ‘네일 뷰티 살롱’으로도 유명하다고 적혀있다. 

실제로 관광과 쇼핑을 목적으로 태국에서 온 나트니차(Natnicha·18·여)씨는 본교의 이미지로 ‘아름다운 건물’과 ‘많은 드럭스토어와 화장품 가게’를 꼽았다. 그는 본교의 역사적·상징적인 의미를 아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대 거리를 ‘캠퍼스의 낭만이 가득한 거리’라고 말하는 안내서도 있었다. 서울특별시청이 제작한 서울시 공식 관광지도다. 지도는 마포 인근 지역을 대학 생활 거리라며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지도에 따르면 본교는 많은 쇼핑 스팟(Spot)이 있어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고, ‘강남 스타일’ 이전 ‘이대 스타일’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연세대는 ‘담쟁이덩굴로 장식된 고딕 캠퍼스로 여름의 푸른 나무가 가을에 아름다운 색으로 변한다’며 경관이 강조돼있다. 홍익대는 인디 예술의 중심지며 클럽이 유명하다고 설명돼있다. 또한 서울 시티 투어 버스 노선은 연세대를 제외한 본교와 홍익대를 포함하고 있다.

쇼핑 스팟(Spot) 이미지를 강조하는 국내 제작 관광 지도·안내서와 다르게 해외 출판 여행안내서는 본교를 다른 방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세계에서 저명한 여행 책자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은 본교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건축’을 강조하고 있었다. 1월에 출판된 <론리 플래닛 서울>(Lonely Planet Seoul)은 본교를 ‘1886년 스크랜튼에 의해 설립됐다’며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의 멋진 건축물과 고딕풍의 건물을 볼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더 러프 가이드 투 서울>(The Rough Guide to Seoul)은 안내서 중 유일하게 본교의 교육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었다. 작년 출판된 이 책자는 본교를 ‘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 교육 기관’이며 ‘한국의 가장 오래된 여자 대학’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한국 최초 여성 의사와 변호사를 교육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문장이 뒤따랐다.

미국 아이비리그(Ivy League)처럼 해외에서도 명성 있는 대학이 관광 코스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학이 관광 명소로 인식될 때 ‘어떤 이미지로 인식되는지’가 중요하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있다. 지도를 본 정나영(정외·16)씨는 “다른 대학에 가면 똑똑한 대학생이 다니는 학교라는 느낌이 드는데 본교는 ‘예쁜’, ‘스타일 좋은’, ‘화장품과 옷가게가 많은’ 느낌이 든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학교 앞 공간의 이미지는 이미 배움의 터전, 다양한 여성의 삶을 표현하기 역부족”이라며 “본교가 꾸밈을 대표하는 식으로 홍보되는 것을 하루빨리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보실은 학교 차원에서 지도 속 본교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답했다. 지도에서 묘사되는 내용은 본교 자체에 대한 정보가 아닌 서대문구 관리 대상인 ‘이대 앞 거리’이기 때문이다. 홍보실은 “직접적인 시정에 어려움이 있다”며 “공익 목적의 경우 공공기관의 홍보물에 학교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허용하고, 잘못된 정보는 정정을 요청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