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화미디어센터 조채린 조교
그래픽=이화미디어센터 조채린 조교

매년 5월25일은 방재의 날이다. 방재의 날은 국민들의 경각심을 고취하고 방재 훈련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 날엔 재해 예방 캠페인과 함께 대피 요령을 숙지하기 위한 훈련 등이 이뤄진다. 그렇다면 본교에서 재난 발생 시, 대피 요령을 숙지하고 있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

이지윤(불문·18)씨는 “학교에서 재난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을거라 안일하게 생각했고, 학교도 재난 상황 시 대피 요령과 절차에 대해 크게 중요하게 다루지 않아 대피 방법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며 “어쩌면 가장 중요한 내용이 될 수도 있을 텐데 학교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재난에 관한 내용을 다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교 내에서 재난 대처방법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각 층 엘리베이터 옆에 부착된 피난안내도를 제외하고는 재난상황에 대한 대피 방법도 명시돼있지 않다. 피난안내도에도 화재에 관한 대피방법만 표기돼있어 화재 외 재난은 대처방법이 모호하다. 이화 홈 어플리케이션에서 ‘이화안전 생활가이드’를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대략적인 대처방법만 소개할 뿐 구체적인 대처방법은 나와 있지 않다. 이수진(경제·16)씨는 “이화안전 생활가이드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며 “학교에서 홍보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본지는 학교 내에서 재난 발생 시 학생이 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에 대해 취재했다.

 

△가까운 지진 대피소 미리 확인할

만약 수업 중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기둥, 천장과 같은 구조 부재의 붕괴로 인한 경우보다 형광등, 책장 등 비구조재가 무너져 생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건물 안에 있을 때 지진이 발생한 경우, 밖으로 나가기보다 책상 아래로 들어가는 등 비구조재의 붕괴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 지진이 크게 나는 1~2분 동안 건물 내부에서 몸을 보호하고, 흔들림이 멈췄을 때 재빨리 밖으로 나가는 것이 현명한 대처다.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통해 외부로 대피한 후엔 유리창, 간판 등이 떨어져 다칠 수 있으므로 최대한 넓은 공터로 대피해야 한다. 국가에서 지정한 본교 근처 지진대피소 중 ECC, 조형예술관, 음악관과 가까운 대피소는 대신초등학교 운동장이고, 아산공학관, 교육관과 가까운 대피소는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이화·금란고등학교 운동장이다. 또 학관, 인문대학교수연구관, 이화·삼성교육문화관, 이화·SK텔레콤관의 경우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이화·금란중학교 운동장 대피소로, 국제교육관, 대강당, 이화·신세계관의 경우 신촌기차역 동측광장 중앙주차장 대피소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지진 대처방법만큼 중요한 것은 지진 피해 사전예방 시스템이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인 내진설계는 1988년 의무화됐다. 따라서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의 경우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진보강이 필요하다. 

2016년 본지 조사 결과, 50채 중 29채 건물은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신영수 교수(건축도시시스템공학과)는 “본교 건물의 내진 성능을 순차적으로 향상할 필요가 있다”며 “예산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학생이 많이 가는 건물부터 기존의 내진 성능을 파악하고 보강 계획을 세우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재 발생 건물 피난 안내도 따라 대피해야

화재 발생 초기에 건물 내부에 있다면 곧바로 해당 장소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교 각 건물에는 피난안내도와 비상구가 마련돼있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건물 중 하나인 ECC의 경우, 화재 시 대피할 수 있는 피난안내도를 각 엘리베이터 옆에 부착했다. 현재 본교 건물 피난안내도는 ECC, 학생문화관, 중앙도서관, 기숙사 건물, 종합과학관 등에 있으며, 내년까지 모든 건물에 설치될 예정이다.

피난안내도에 따르면, ECC에서 외부로 통하는 비상구는 지하4층 16개, 지하3층 20개, 지하2층 16개, 지하1층 17개로 총 69개가 있다. 또 소화를 진압할 수 있는 소화기는 본교 건물 전체에 약 4200대 구비됐으며, 건물 규모별로 개수가 배정됐다. 

화재 초기에 일어나는 인명 피해는 주로 화재 장소에 두고 온 물건을 가지러 가다 생긴다. 화재 초기의 작은 불이 갑자기 성하는 플래시오버(Flash over)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재가 발생하면 작은 불이라도 화재 장소에 가지 말고 곧장 밖으로 나가야 한다.

화재가 발생하고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연기가 발생한다. 연기가 발생하면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걸어가게 된다. 하지만 신 교수는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는 화재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은 위로 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몸을 숙인 채 아래층으로 대피해야 하고, 적신 물수건으로 호흡기를 막는 건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대응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관리처 안전팀 이제항 과장에 따르면 화재 발생 시 화재감지기가 작동되면 종합상황실에서 상황을 파악해 건물 내 대피 방송이 안내된다. 신축 건물과 구축 건물 간 소방시설의 차이가 있지만 모든 건물에 화재를 알리는 경종, 소화전 등은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다. 이 과장은 “향후 건축물 리모델링을 하면 기존 노후시설을 보강하고 신규 설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교 건물 중 특히 화재에 취약한 건물은 실험실이 있는 약학관, 의학관, 교육관, 종합과학관 등이다. 실제로 올해 4월 본교 약학관B동 연구실에서 폐산 수거용기 내 화학물질의 폭발로 학생이 피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 교수는 “불이나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실험실의 경우 화재가 날 위험도 크고, 화학약품이 깨지며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우선적으로 실험실 내 장비, 화재 피해 방지 시스템 등을 점검하고 특별한 지시를 내리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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