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에 늦잠을 잤다.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수업이 3개나 있었는데, 침대에서 떨어지기 싫어서 오후2시까지 자버렸다. 수업 3개는 모두 무단결석했다. 

잠자는 그 순간은 달콤했는데, 일어나자 후회가 됐다. 어차피 학보 회의하러 학교에 가야 하는데 그냥 갈걸, 지금까지는 이렇게 연속으로 무단결석한 적이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뒤늦게 나의 학점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요즘 내가 후회한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교직수업에서 과제를 까먹어서 2주일 미루기도 했고, 며칠 전에 치렀던 조선시대사 중간고사는 아는 게 거의 없는 채로 시험을 봤다. 얼마 전 동양사 퀴즈도 거의 맞은 게 없었다. 내 달력에 할 일과 일정은 많은데, 막상 나에게 남은 건 없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가만히 있으면 내 앞에 닥친 일들을 제대로 못하고, 막상 제대로 못하면 나를 자책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이렇게 계속 지내다간 이번 학기를 끝마칠 수 없을 것 같았다. 생각의 변화가 필요했다.

나는 모모가 돼보기로 했다. 미하엘 엔데(Michael Ende)가 쓴 「모모」의 주인공 말이다. 책 ‘모모’는 사람들은 속여 시간을 훔치는 회색 신사와 그 시간을 지키려 하는 꼬마 모모의 이야기다. 

회색 신사에게 지배받는 사람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다를 게 없다. 시간에 쫓기며 일을 하고,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오래된 친구를 만나도 계산대 줄을 서지 않으면 얘기를 나눌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시간은 없다.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모모의 시선으로 본 사람들은 아주 이상해 보였지만, 그들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나도 회색 신사에게 지배를 받고 있었다. 이렇다 할 목표 의식도 없이 시간에 쫓겨 과제하고, 하나 끝내면 또 하나가 기다리고 또 끝내면 다른 하나가 기다리고······. 과제하거나 공부하느라 집에 들어가지 못한 적도 많았다. 친구랑 놀더라도 그 만큼의 시간을 또 아껴 써야 했다. 

책의 본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시간을 재기 위해서 달력과 시계가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중략)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까.” 나도 모모처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쫓기는 사람에게 잠시 브레이크를 걸어주고 힘이 되는 사람이 돼야겠다.

나는 더 이상 이번 주 월요일에 잠을 자느라 수업에 못 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가끔은 여유롭게 늦잠도 자고 낮잠도 잘 수 있는 게 행복하다. 시험을 잘 못 본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까짓 학점보다는 내 행복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는 과제를 하거나 공부를 할 때도 마감 기한에 ‘맞추기 위해’ 하지 않겠다. 나에게 기한을 줌으로써 시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회색 신사들에게 지배받지 않겠다. 내 시간은 오로지 나를 위해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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