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인력 확충 등 노동자 요구 반영돼

그래픽=이화미디어센터 조채린 조교, 김미지 기자 unknown@ewhain.net
그래픽=이화미디어센터 조채린 조교, 김미지 기자 unknown@ewhain.net

“용역 업체가 고용한 학내 노동자는 학교 구성원이 아니라고 하지만, 학생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 사실을 아는 학생들이 저희를 많이 도와줬어요.”

지난해 본지는 5월21일, 10월1일, 12월3일 자 기사를 통해 학내 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공간, 인력 부족 문제를 보도했다. 첫 보도 후 약 1년이 지난 지금 총학생회의 연대 등 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해지며, 청소·주차 관리·경비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이 유의미하게 개선됐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학내 노동자 근무 환경 개선

본지(2018년 12월3일 자)가 지적했던 노동자 휴게공간이 개선됐다. 조형예술관(조형관) A동 뒤 석조장, 목공소, 용접실 옆 위치한 청소 노동자 휴게공간은 작년 고용노동부가 개선을 권고할 만큼 실태가 심각했다. 컨테이너 내부가 개선되지 않아 노동자들이 직접 버려진 전기장판, 냉장고 등을 주워 써야 했다.

하지만 보도 이후 작년 12월 미화관리용역사인 삼구 INC는 입찰을 제안하며 기존 컨테이너 박스 철거와 새로운 휴게공간 설치를 내세웠다. 학교는 이를 받아들여 약 1000만 원의 비용을 사용해 기존 위치에 컨테이너를 새롭게 설치했다. 이전보다 공간이 확장됐으며, 남자 미화원 휴게 공간에 창문이 설치됐다. 전기장판 대신 전기 판넬을 설치해 난방 시설도 확충했다. 조형관 청소 노동자들은 1일부터 이곳에 머물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이화여대분회(비정규직 노조) 차근철 분회장은 “새로운 휴게공간 내부를 봤는데 공사가 잘 돼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학교 커뮤니티에 학내 노동자 휴게공간의 개선을 요구하는 글을 올려 이슈가 됐다고 들었다”며 “학생들의 의견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7년째 조형관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 ㄱ씨는 “컨테이너가 새롭게 설치되면서 싱크대를 바꿔주는 등의 변화가 생겼다”며 “비가 오면 물이 새서 모기가 생기는데 이런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시멘트를 발라주고, 에어컨을 설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건물 외부 컨테이너 형태로 휴게 공간이 존재한다는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총무처 유동원 총무팀장은 “조형관이 갖는 공간적 한계 등으로 실내 이전이 어려웠다”며 “신축 건물 내 휴게공간을 반드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ECC주차 관리 노동자들의 상황도 나아졌다. 본지(2018년 10월1일 자)에 따르면 주차 관리 노동자들은 지하 5층 주차 관리실에서 근무 시간 내내 매연에 노출되고 있었다. 비정규직 노조가 계속해서 장소 이전을 요구했으나 학교는 적합한 장소가 없다는 이유로 약 1년간 요구를 수용하지 못했다.

총무처 총무팀은 약 한 달 전 ECC 지하 5층 주차 관리실을 생활환경관(생활관) 지하 2층 우편물 관리실로 이전하겠다는 의사를 주차 관리 용역업체 측에 전달했다. 교내 우체국 맞은편에 위치한 우편물 관리실 공간 일부를 분리 공사해 주차 관리실로 이용하겠다는 말이다. 이는 주차 관리실의 면적과 비슷한 크기다. 이러한 결정은 우편물 양이 과거보다 줄어들어 생활관 우편물 관리실 공간의 면적을 좁혀도 되겠다는 학교 측의 판단 하에 이뤄졌다. 공사는 방학에 시작돼 올해 9월 완공될 예정이다. 기존 ECC 주차장에서 이뤄진 주차 관리 업무는 완공 후 생활관에서 진행된다.

총무처 총무팀은 “주차 관리실이 ECC 주차장과 멀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으나, 방문자의 불편에 대한 민원을 다소 감수하더라도 직원의 근무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 생각해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장소 이전에 대해 주차 관리실 소속 유해숙씨는 “현재 일하는 주차 관리실은 공기 질이 안 좋고, 매연 탓에 일하기 힘들다”며 “생활관 장소가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청소·경비 노동자 인력 확충

본지(2018년 5월21일 자)를 통해 인력 부족난을 호소했던 E-House(이하우스) 청소 노동자가 증원됐다. 당시 청소 노동자 10명이 7층 건물 8개를 맡아 청소해 논란이 됐다. 10명 중 2명은 엘리베이터 등 건물 외곽을 청소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노동자 한 명이 7층 건물 한 개를 전부 청소하는 셈이었다. 현재는 청소 노동자 3명을 새롭게 충원하고, 기존 오후반이었던 노동자 2명을 종일반으로 전환해 고용하면서 상황이 개선됐다.

이하우스에서 근무하는 청소 노동자 ㄴ씨는 “인원이 충원되니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며 “인원 충원뿐만 아니라 원래 오전에 로비를 전부 손으로 청소했었는데, 이제는 기계로 청소하니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또한 본교 경비 노동자 인력도 늘어났다. 현재 경비 인력은 106명으로, 전년 대비 3명 증가했다. 이는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하며 경비 인력을 감축하는 타 대학과는 다른 모습이다.

홍익대는 작년 12월 무인경비시스템 도입, 3교대 전환 등 경비 근무 형태의 변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후 경비 인력 결원을 충원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홍익대 노학연대모임 ‘모닥불’은 인력 감축 후 여학생 기숙사에 외부인이 침입했던 일, 24시간 개방 열람실에 학생이 쓰러져 중태에 빠진 일 등 사건 사고가 잦아졌다고 주장했다.

차 분회장은 “주변 대학들은 경비 노동자가 줄어드는 상황이지만 본교는 학생들이 인력 감축을 반대해 함께 투쟁하며 인원이 충원됐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총무처 총무팀은 “변화하는 학교 상황을 고려해 적정한 고용 인원을 결정하는 정책을 이어가겠다”며 “학교의 인력경비 및 기계경비시스템을 상호 보완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경비체제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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