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속 과제로 강의실 밖을 바라보다
수업 속 과제로 강의실 밖을 바라보다
  • 이수빈 기자, 강지수 기자
  • 승인 20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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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그래픽=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가정의 달 5월에는 따스한 봄 날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각종 행사가 열린다. 하지만 대학생들에게 5월은 마냥 즐길 수 있는 날들이 아니다. 과제의 달, 팀 프로젝트의 달이라 칭하기도 한다. 대부분 과목의 중간고사가 마무리되고, 과제 및 팀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보통 과제라 하면 수십 편의 논문을 자료조사해 완성한 10장짜리 보고서, 혹은 검은 컴퓨터 모니터에 알 수 없는 영어로 가득 찬 코딩 등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깨는 이색적인 과제들이 본교 수업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본지는 수강생들이 직접 추천한 ‘이색 과제’ 수업을 지난 호와 이번 호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 호에서는 체육과학부 전공 <스포츠와빅데이터>, 융복합교양 <옛시와그림의만남>, <세계자연유산과지오투어리즘>의 과제를 다룬다.

 

△내가 직접 제안하는 스포츠 구단 마케팅 <스포츠와빅데이터>

4차 산업시대의 핵심자산 ‘데이터’, 흩어져 있을 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데이터가 모이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이것이 바로 빅데이터 기술의 원리.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며 이전에 보지 못한 경향성을 파악하고 비교적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 현재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빅데이터 활용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스포츠 산업 또한 마찬가지. ‘레알 마드리드(Real Madrid)는 어떻게 전 세계적 팬층을 거느린 구단이 될 수 있었을까?’, ‘알렉스 퍼거슨(Alex Ferguson)이 명감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의 답은 모두 빅데이터를 통해 제시할 수 있다.

본교에도 이처럼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포츠팀과 선수를 평가하고, 구단 고객 확대 방안을 고민하는 수업이 있다. 바로 김정윤 교수(체육과학부)의 <스포츠와빅데이터>.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고 프로스포츠 산업을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번 학기 분석 대상은 한국 프로농구 리그(KBL)다.

지난 중간고사에서 학생들은 KBL 리그의 관중 유치 방안을 제시했다. ‘비교적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마라톤에 농구선수들이 참여해 홍보하는 방안’, ‘고객 취향을 반영한 경기 티켓 디자인’ 등 기존의 아이디어를 뛰어넘는 대안들이 나왔다. 발표 날에는 KBL 사무총장, 관련 구단 마케팅 관계자들도 수업에 참여해 학생들의 대안을 경청하고 피드백했다. 김 교수는 “기존 KBL 리그에서 고객 설문 조사를 할 때는 리그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만 참여한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학생들이 데이터 수집 과정부터 대안 제시까지 참여해 멋진 성과를 만들었다”며 “이 소식을 들은 프로배구 관계자도 함께하고 싶다 이야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시화첩 만드는 ‘나는 이화의 안견’ <옛시와그림의만남>

“나지막한 산세가 이어지더니 돌연 중국무협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암절벽이 등장한다.” 약 6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걸작으로 찬사 받는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1447)에 대한 묘사다. 이 작품은 안평대군의 꿈속 낙원을 표현한 15세기 최고의 화가, 안견의 작품이다. 몽유도원도의 옆에는 의뢰인 안평대군이 쓴 시가 있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시·그림과 함께 즐기는 자연 속 여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다. 그 정신은 오늘날 시화의 형태로 전해진다. 본교에 옛 시와 그림을 감상하며 선조들의 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수업이 있다. 바로 김동준 교수(국어국문학과)의 <옛시와그림의만남>이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 ‘스승을 염원하는 마음’ 등 선조의 정신이 담긴 주제별 그림과 시를 감상한다.

수업은 독특한 과제를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수강생들은 한 학기 동안 ▲시화첩 직접 만들어 보기 ▲19세기 이전의 작품 전시 답사 ▲주변에서 옛 시화 찾기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수행해 결과물을 낸다.

김 교수는 “세 과제 중 시화첩 제작 과제물은 학생이 원하면 돌려준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작품을 선물하도록 권고한다”고 전했다. 과제는 작품 생산의 현장과 실제 작품을 접하며 강의실을 벗어난 흥미로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수강생들의 반응도 좋다. 신단미(사회·17)씨는 “평소 그림을 천천히 살펴볼 기회가 없었다”며 “시화첩을 통해 자의적으로 그림을 배치해 소개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세계유산 등재 후보지를 학생이 직접 제안하는 <세계자연유산과지오투어리즘>

“자연은 신의 살아 있는 옷이다.” 영국의 비평가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의 말이다. 선조들은 대자연의 위대함을 강조하며 경이를 표해왔다. 세계 곳곳에 대자연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지질학적 지형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보호받는다. 미국의 옐로우 스톤(Yellow Stone) 국립공원, 그랜드캐니언(Grand Canyon) 국립공원 등 세계적 관광지로 각광받는 곳 모두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자연 경관이 주는 심미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형성 과정을 탐색하고 가치 보존을 위한 환경관리 방법을 강의하는 수업이 있다. 성효현 교수(사회과교육과)의 <세계자연유산과지오투어리즘>. 수업에서는 우리나라 설악산과 금강산 국립공원을 포함해 전 세계의 자연 경관을 다룬다. 학기 후반부에는 수업 내용을 응용한 흥미로운 과제가 주어진다. 수강생들은 우리나라에 있는 자연 경관 중 세계유산, 지질공원, 국립공원에 등재, 인증될만한 경관을 찾거나 이미 등재된 곳을 방문하고 안내판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면 된다.

학생들은 과제를 통해 관광 해설판을 재구성한다. 기존 해설판은 전문적인 용어들을 사용해 지명이나 지질경관 등을 담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서다.

성 교수는 자연 경관의 심미성과 과학적 가치에 대한 고찰과 함께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안을 학생들이 자유롭게 구성해내기를 바란다. 그는 “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감명받았다”며 “스토리텔링을 추가해 본인이 선정한 자연 경관의 형성 과정을 쉽고 재밌게 구성한 사례도 창의적이었다”고 전했다. 수강생들의 과제 제출물은 팸플렛 형식의 안내판과 손으로 직접 그린 안내판 등 표현 형식이 매우 다양하다. 수강생 황혜림(화학나노·18)씨는 “보존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과 보존 방법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며 “앞으로 여행에서 자연 유산을 마주했을 때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접목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