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16일 해방이화 133주년 대동제 ‘Episode(에피소드)’가 열렸다. 작년보다 약 30개 부스가 늘어났고, 잔디광장에서 진행된 공연에는 약 1000명이 늘어난 2500명가량의 재학생이 입장해 관객 수를 제한해야 했다. 2019년 봄의 대동제, 그 현장은 어땠을까? 이화의 핫 플레이스였던 133주년 대동제에 본지가 함께했다.

 

14일 오후12시30분 학생문화관 1층 로비에서 대동제 ‘Episode’의 개막식이 열렸다.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14일 오후12시30분 학생문화관 1층 로비에서 대동제 ‘Episode’의 개막식이 열렸다.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Episode 1. #에피소드 #개막식 #폐막식

해방이화 133주년 대동제 ‘Episode(에피소드)’의 개막식이 약 200명의 이화인과의 정을 나누며 시작됐다. 개막식은 14일 오후12시30분 학생문화관(학문관) 1층 로비에서 열렸다.

이번 대동제의 기조는 대동, 도약, 연대다. 이민하 총학생회장은 대동제 개회사를 통해 “이번 대동제가 이화 구성원들이 하나가 돼 세상을 울리고 하나의 소리로 사회와 연대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며 “이를 통해 더 나은 이화를 만들어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기조 발언에는 사범대학 김세빈 공동대표, 음악대학 조현경 공동대표, 인문과학대학(인문대) 김세령 공동대표가 참여했다. 인문대 김세령 공동대표는 “이화는 항상 부조리한 사회문제에 저항하고 함께 연대하며 불의에 맞서 싸웠다”며 “대동제에서 ‘연대’의 의미를 되새기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더 큰 연대를 이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예년과 같이 다함께 비빔밥을 나눠 먹는 ‘이화인 한솥밥 행사’가 기조 발언 이후 열렸다. 총학생회장과 단과대학 대표들, 그리고 대동제 기획단이 모여 직접 비빈 200인분의 비건 비빔밥이 준비됐다. 개막식에 참여한 이화인 200명이 비빔밥을 나눠 먹었다. 행사에 참여한 김수린(커미·17)씨는 “대동제를 시작하며 벗들과 비빔밥을 나눠 먹으니 하나가 되는 기분이다”며 “이런 특별한 이벤트 덕에 축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16일 열린 폐막식에서는 대동제의 전통인 영산 줄다리기가 진행됐다. 영산 줄다리기는 학생들이 모이면 반정부 시위를 한다고 간주하고 제재하던 시절, 밧줄을 꼬며 억압적 시대 상황에 맞선 투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 전국 22개 대학에서 영산 줄다리기를 했으나, 현재는 본교만이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1983년부터 현재까지 36년간 지속해온 것이다.

영산 줄다리기에는 약 60명의 이화인이 참여했다. 이민하 총학생회장이 속한 ‘해방’팀과 한은서 부총학생회장이 속한 ‘이화’팀으로 나눠 3판 2선승제로 줄다리기를 진행했다. 해방팀은 ‘암줄’을 맡았다. 원래 영산 줄다리기에서 암줄이 승리하면 풍년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번 대동제에서 ‘암줄’은 ‘보다 민주적인 이화’가 되는 한 해를, 이화팀의 ‘수줄’은 ‘더 큰 도약을 이루는 이화’가 되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줄다리기는 이화팀의 2승으로 막을 내렸다. 영산 줄다리기에 참여한 권하빈(커미·19)씨는 “줄다리기를 한다기에 재미로 참여해봤다”며 “많은 이화인과 함께 대동제의 막을 내릴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15일~16일 오전11시부터 학생문화관 회의실 3호에서 방 탈출게임 ‘이스케이프’가 진행됐다.
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Episode 2. #공포방탈출 #E-scape #참여프로그램

맛있는 먹거리, 화려한 공연과 함께 대동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총학생회(총학) 대동제 기획단이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이번 대동제는 이전 축제에 없던 이색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에게 신선함을 주기도 했다. 대동제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스케이프(E-scape)’는 사전 예약으로 모든 시간대에 예약이 완료돼 현장 예약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15~16일 이틀에 거쳐 학생문화관(학문관) 회의실 2호에서 진행된 이스케이프는 폐병원을 컨셉으로 한 공포 방탈출 게임이다. 참가자들은 4~5명으로 한 팀을 이뤄 폐병원과 관련된 소문을 듣고 찾아온 기자단이 돼 30분 동안 단서를 찾아 방을 탈출해야 한다.

공포 컨셉 방탈출답게 학문관 회의실은 붉은 조명으로 가득 찼다. 내부는 폐병원을 떠올리게 하는 흰 침대 위 환자복을 입은 마네킹들이 줄지어 누워 있었고 주변에는 청진기, 약통 등의 의료기기가 어지럽게 흩어져있었다.

동아리원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 야생조류연구회 새랑 팀은 30분 만에 방을 탈출한 직후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들은 “학교 공간이라 한계가 있었을 텐데 소품 활용이 뛰어나 실제 방탈출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이어 “문제 수는 4~5개였는데 설정이 탄탄해 30분 내내 긴장감이 있었다”고 생생한 후기를 전했다. 한 팀원은 “흐느끼는 배경 음악 소리가 실감 났다”며 “처음엔 우리 중 누군가가 내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깜짝 놀랐다”고 오싹했던 일화를 전했다.

14일~16일 여성학 팀플 조 ‘토사구팽;언러닝(Unlearning)’의 사진촬영 이벤트에 참여한 홍세영(경영·18)씨
사진=본인제공

대동제 기획단은 학생들과의 교류도 잊지 않았다. 축제 3일간 대동제 기획단은 정문 부스에서 ‘이화 스튜디오’와 ‘옴니버스(Omnibus)’를 운영했다. 이화 스튜디오는 대동제 기조인 대동·도약·연대를 함께하는 부스(이뮤, 융합보건학과 학생회, 학생 소수자 인권위원회 등)를 방문해 도장을 모으면 상품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부스에서 나눠주는 이화 스튜디오 티켓 QR코드를 찍어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스 위치를 지도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옴니버스 부스에 설치된 포스터에는 다양한 색의 물감으로 찍은 지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지문을 찍은 학생에게는 상품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조수빈(전자전기·19)씨는 “새내기라 대동제에 처음 참여했다”며 “기대했던 것보다 즐거웠고 옴니버스를 하며 귀여운 타투 스티커와 다양한 굿즈를 받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역시 총학 최고!”라며 프로그램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본지도 대동제 부스에 참여해 홍보 및 간단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16일 학문관 1층 로비에서는 ‘이화 짝짜꿍’을 통해 새로운 벗과의 만남도 이뤄졌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강예람(전자전기·19)씨는 “새로운 벗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며 “앞으로도 총학생회 대동제 기획단에서 학생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짝꿍과 함께 미션을 성공하면 받을 수 있는 이화 굿즈 세트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안채연(전자전기·19)씨는 “상품 구성이 너무 탄탄해 좋다”며 상품으로 받은 망사 필통을 꺼내 보였다.

 

 

14일~16일 학관 21번 국문과 부스에서 판매한 ‘덕고지’
사진=오현지(커미·16)씨

Episode 3. #돼동제 #음식부스

“맛 없으면 공짜!” “수업가기 전에 샌드위치 하나 먹고가세요!” 학생들의 우렁찬 목소리는 대동제가 시작됐음을 말해줬다. 14일~16일에 열린 대동제의 다양한 부스들은 이화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다양한 먹거리는 대동제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국어국문학과(국문과)에서 판매하는 떡꼬치, 일명 ‘덕고지’는 학관부터 후문까지 줄을 서 길게는 한 시간까지 기다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런 상황 탓에 기다리다가 결국 덕고지를 먹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진선영 교수(국어국문학과)의 일화 또한 화제가 됐다. “저는 대동제 때 항상 인문대 덕고지를 즐겨 먹는 마니아였습니다. 1교시부터 3교시까지 연달아 수업을 하고 허기진 상태로 부스 앞에 다다랐는데 20분을 기다려도 줄이 줄지 않았어요.” 진 교수는 “결국 허기에 기다림을 포기하고 학관 매점에서 마른 김밥을 사먹었다”며 “국문과 덕고지를 꼭 먹고 싶다”고 말했다. 덕고지 부스를 운영한 김민영(국문·17)씨는 “학과 대표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소스와 학생회 구성원들의 친절함이 인기 비결인 것 같다”며 “더운 날씨에도 기다려주는 벗들에게 감사하고 앞으로도 벗들의 돼동제는 국문과가 책임지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기존의 먹거리 외에 마라를 이용한 음식들도 화제였다. 그 중 경제학과에서 판매한 마라새우는 독특한 메뉴 이름으로 인기를 끌어 조기마감을 하기도 했다. 전채빈(경제·17)씨는 “경제학과만의 특색을 살려 홍보하기 위해 당면을 추가하면 초과새우, 당면을 추가하지 않으면 균형새우라고 이름을 붙여 경제학과 학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이름 덕에 많은 학생들과 조교들이 포스터를 찍어가기도 했다. “경제학과인만큼 발빠르게 트렌드에 따라가고자 마라를 선택했어요. 마라를 사용한 음식을 파는 부스가 많아 걱정했는데 장사가 정말 잘 된 것 같아요.” 이어 전씨는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놀랐다”며 “열심히 준비한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아서 뿌듯하고 내년에 있을 경제학과 축제 부스도 기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4일~16일 정문 15번 부스에서 판매한 동양화과의 부채
사진=정한샘(화학신소재·18)씨

Episode 4. #이화굿즈 #굿즈부스

다양한 테마의 굿즈를 판매하는 부스가 인기였다. 이화·포스코관 부스에서 중앙동아리 포토트레이스는 부원들이 직접 찍은 여행 테마 사진으로 디자인한 굿즈를 판매했다. 대동제 이튿날까지 대략 스티커 200세트, 부채 300장, 엽서 230장, 떡 메모지 160개, 그리고 여권과 보딩패스는 140장 정도가 판매됐다. 포토트레이스 부스는 굿즈 판매 뿐만 아니라 여권과 보딩패스 배부 이벤트, 보딩패스의 QR코드를 이용한 추첨 이벤트도 진행했다. 안백서이(경영·16)씨는 “부스 운영을 하면서 생각보다 벗들이 굿즈를 많이 구매하고 좋아해 줘서 놀랐다”며 “예상보다 빨리 완판된 굿즈가 많아 아쉽게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 인권과 관련된 굿즈 판매도 이목을 끌었다. 생활환경대학관 부스에서 여성 인권 프로젝트팀 ‘오버 허 티얼스’(Over Her Tears)는 페미니즘을 주제로 다양한 종류의 굿즈를 판매했으며 각각의 굿즈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빨간약을 주제로 한 레드필(Red Pill) 배지는 성차별적인 구조를 인지하고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자는 다짐을 담았다. 또한 여성이 하나의 고정적인 모델이 아닌 다양한 연령, 인종, 성정체성이 공존하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Woman: we are what we are’라는 문구가 적힌 에코백을 판매했다. 오버 허 티얼스(Over Her Tears)의 팀원 유지수(사회·18)씨는 “이화인들에게 저희 여성인권 프로젝트를 홍보하고자 부스를 기획했다”며 “준비한 상품 모두 반응이 좋았고 완판돼서 기뻤다”고 말했다.

조형예술대학(조예대) 학생들은 ‘조물상’이라는 이름을 갖고 각자의 전공을 살려 만든 귀걸이, 키링, 도자기, 책갈피 등을 판매했다. 조물상은 ‘조예대인들이 아무거나 다 파는 만물상’을 줄인 명칭이다. 김민지(도예·15)씨는 “제 전공인 도자기를 접목해 악세서리를 제작하고싶었다”며 “동기들과 함께 각자 팔고싶은 물건을 직접 만들어 팔기로 한 것이 지금의 조물상이 됐다”고 했다.

조물상은 약 200만원 정도의 수익을 냈으며 특히 첫날 물량이 많이 판매돼 동대문에서 재료를 산 뒤 다음날 팔 물건들을 밤새 만들기도 했다. 김씨는 이에 “인기가 엄청나다고 생각은 못했는데 많은 벗들이 좋아해줘서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15일 오후7시30분 잔디광장 무대에서 대동제 공연 본 무대 순서가 이어졌다.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Episode 5. #응답하라1886 #달빛천사 #공연프로그램

대동제에서는 다채로운 공연은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14일 오후7시 배꽃 야시장 버스킹이 진행됐다. 학생문화관 광장에서 진행된 버스킹에는 중앙 힙합동아리 ‘라온소울’이 참여해 자작곡인 ‘Let It Go’와 ‘원해’, 프라이머리의 ‘독’(2012) 세 곡을 불렀다.

15일 오후5시 잔디광장에서는 추억의 노래, 춤, 랩을 선보이는 ‘응답하라 1886’이 진행됐다. 면접을 통해 선발된 참가자들은 ‘파워레인저 매직포스’(2005), ‘디지몬 어드벤쳐’(1999) 등 다양한 추억의 노래를 선보였다. 1등을 거머쥔 김산들(컴공·18)씨와 우정민(정외·17)씨는 “코인노래방에서 7시간동안 노래하던 것이 자연스레 행사 참가로 이어졌다”며 “호응하는 벗들을 보니 비슷한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15일 오후 7시30분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이용신 성우가 애니메이션 ‘달빛천사’(2004)의 삽입곡 '뉴 퓨처(New Future)'(2004)를 부르고 있다.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응답하라 1886이 끝난 후 오후7시부터 잔디광장에서는 초대가수와 함께하는 본공연이 펼쳐졌다. 애니메이션 ‘달빛천사’(2004) 주인공 루나 역을 맡은 성우 이용신씨가 첫 번째 무대를 장식했다. 이씨는 달빛천사 주제가 ‘뉴 퓨처(new future)’(2004)와 ‘나의 마음을 담아’(2004)를 선보여 학생들에게 어릴 적 추억을 상기했다. 공연을 관람한 최다영(역교·16)씨는 “어렸을 때 텔레비전을 가지고 남동생과 매일 싸웠는데 달빛천사를 볼 때는 싸우지 않았다”며 “그런 만화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으니 꿈 같았다”고 전했다.

15일 오후8시 본 무대 두 번째 초대가수 핫펠트(HA:TFELT, 예은)
와 본교 재학생이 함께 '아이언걸(Iron Girl)'(2014)을 부르는 장면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두 번째로는 싱어송라이터 핫펠트(HA:TFELT, 예은)의 무대가 이어졌다. ‘위로가 돼요(Pluhmm)’(2018)와 ‘피터팬(peter pan)’(2014), ‘아이언걸(Iron Girl)’(2014) 등 5곡과 커버곡 3곡을 불렀다. 특히 아이언걸은 즉석으로 본교 재학생과의 듀엣 무대를 진행해 학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15일 오후8시30분 세 번째 초대가수 안예은이 학생들과 함께 ‘홍연’(2016)을 부르며 감격하고 있다.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마지막은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씨의 무대로 꾸려졌다. 안씨는 ‘8호 감방의 노래’(2019)와 ‘새날’(2017) 등 4곡을 불렀다. 평소 여성인권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8호 감방의 노래에 대한 질문에 “100년 전 우리와 같은 또래의 여성들이 불렀던 노래를 100년 후인 지금 우리가 부르는 것에 의미를 두려고 했다”며 “여성을 역사의 피해자라기보다는 강인한 전투가로서 노래에 담고자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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