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이맘때면 떠오르는 선생님들이 있다. 소심해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조차 부끄러워하던 내게 용기를 주고, 꿈을 구체화할 수 있게 조언하고, 어떤 길을 가도 항상 믿어준 선생님. 모두 내가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따스하게 안아주셨다.

이처럼 선생이란 직업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교사의 관심과 격려의 말 한마디는 한 아이의 가치관, 목표 그리고 인격 형성까지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교사는 윤리적 자질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요구되는 직업이다.

지난 3월 서울 소재 초등교사 양성대학에서 ‘관습’이라며 여학생의 외모를 품평한 책자를 만들고, 성희롱한 사실이 커뮤니티를 통해 공론화 됐다. 책자를 만든 단체는 해당 대학 국어교육과 13학번부터 18학번의 모든 남학생이 소속된 소모임이다. 문제의 책자에는 같은 학과 여학생들의 이름, 사진, 나이 등이 개재돼 있었으며 이는 일명 ‘교통정리’, 좋아하는 여학생이 서로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예비 교사뿐 아니라 현직 교사로 있는 졸업생들 또한 성희롱 가담했다. 공개된 단체 채팅방에 따르면 졸업생 A가 “겉모습이 중학교 3학년인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애가... 나지막하게 (욕설)”이라고 한다. 이에 다른 졸업생 B는 “욕 쓰면 조져야 한다”고 하자 A는 “근데 저 이쁜 애한테 말 못 하는 거 아시면서”라고 답했다. 또 다른 졸업생 C는 “따로 챙겨 먹어요, 이쁜 애는”이라고 했다. 정상적인 교사라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다.

명백한 잘못에 비해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학교는 자체 조사를 통해 국어교육과 남학생 11명에게 2~3주 유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경징계인 경고 처분 등이 내려졌다. 유기 정학이 진행됨으로써 이들은 교생 실습에 참여하지 못하게 돼 졸업이 약 1년 미뤄지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임용 교시를 볼 자격이 있으며, 미래에는 교단에 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

현직 교사들의 처분은 아직도 미지수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단체 채팅방에 가담한 교사를 파악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명단을 전달받은 뒤 징계를 결정할 것이라 발표했다. 허나 3월 공론화된 해당 사건의 가담자를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미온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3월 공론화 이후 한 졸업생이 가해자들에게 한 “교사 자격 정지시킬 사람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하라”등의 조언을 보았을 때, 그들이 상황의 경중을 인지하고 있기는 한 것일까 의문이 든다.

미투운동에 힘입어 작년 교육 현장에서 성폭력, 성희롱을 폭로하는 ‘스쿨미투’운동이 일어났다. 이달 초 스브스 뉴스에서는 옛 시청 건물 벽에 학교 성폭력 피해자 인터뷰 영상을 상영했다. 더불어 교사와 학생을 위한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서명운동도 열었다. 사회 한편에서는 교육 현장에서의 성범죄를 규탄하고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교육자를 양성하는 학교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해 성평등 교육 실시 등의 미온적 대응뿐. 학교는 사태를 엄중히 인식하고 경미한 징계 결과를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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