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관광객에 교내 구성원 피해 잇달아
늘어나는 관광객에 교내 구성원 피해 잇달아
  • 장서윤 기자
  • 승인 2019.0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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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정오 무렵, 정문에서 ECC로 가는 길 횡단보도에 재학생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뒤엉켰다. 호루라기 소리를 따라간 곳엔 권성진 주차 관리 직원이 있었다. “관광객 때문에 학교 면학 분위기도 말이 아니고 사람이 차에 부딪히는 사고도 잦아요.” 관광객이라는 말을 꺼내자 그는 한숨부터 쉬었다. 권씨는 “며칠 전 관광객 어린이가 뛰다가 지나가는 차에 부딪혔다”며 “관광객이 질서를 지키지 않는 데다 불상사까지 많아 피곤하다”고 말했다.

정문과 가까운 박물관도 불편함을 겪고 있다. 본래 관람이 목적인 박물관이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박물관 도슨트 임소연(사회·16)씨는 박물관이 관광객의 ‘쉼터’ 혹은 ‘캐리어 보관소’가 됐다고 전했다. 임씨는 “4월 초, 한 남성 관광객이 캐리어를 데스크에 맡기고 박물관이 닫을 때까지 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비가 오는 날엔 관광객이 우산과 유모차를 갖고 들어와 80명 이상이 한 공간에 있기도 했다. 임씨는 “노출 전시품이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 대다수 관광객은 아이들이 뛰노는 것을 방치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본교에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관광객 때문에 불편하다는 구성원의 목소리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학부생으로 구성된 이대학보 패널단에게 관광객의 교내 방문에 대한 인식을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조사는 8일~10일 진행됐으며 103명 중 36명이 답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88.9%가 ‘관광객의 교내 방문이 본인에게 피해’라고 답했다. 본지는 패널단을 포함해 박물관 도슨트, 총무처장, 경비원, 주차 관리 직원, 파빌리온 직원, 중국인 유학생 등을 직접 만나 관광객의 교내 방문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관광객의 방문이 본인에게 피해’라고 답한 패널단은 ‘무단 사진 촬영으로 인한 초상권 침해’(30개)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외에도 ▲기물 훼손 ▲면학 분위기 저하 ▲보안·안전 문제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쓰레기 무단 투기로 인한 환경권 침해 ▲통행 방해 등 다양한 불편 사항이 제시됐다.

윤지혜(소비·16)씨는 “박물관 앞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관광객이 우리를 대놓고 찍었다”며 “관광객이 찍은 사진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모르기 때문에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지원(사회·15)씨 또한 “특히 여름이 되면 관광객이 짧은 하의를 입은 학생들을 찍어 웨이보(weibo.com)에 올리기도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하는 패널단도 있었다. 얼마 전 이화·포스코관에 남성 일본인 관광객이 들어와 여러 수업에 무단 침입하고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최씨는 “관광객이 건물에 들어와 화장실에 무엇을 설치했을지 알 수 없다”며 불안함을 느꼈다. 이원정(서양화·16)씨는 “교육 공간인 학교에서 학생은 방해받지 않고 다닐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관광객 때문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이씨는 “잉여계단에 있을 때 남성 관광객 무리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낄낄대거나 관광객이 수업 중 ECC 강의실 유리문을 통해 구경한다”며 “동물원 우리 안 동물이 된 느낌”이라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한편 관광객의 방문 자체를 피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대규모 관광객의 유입으로 경제적인 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본교에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면서 정문과 가까운 파빌리온 기념품 가게의 매출은 하루 최대 약 100만원에 이를 때도 있다,

관광객이 방문해 본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될 수도 있다. 중국에서 온 위가선(Wei Jia Xuan·커미·17)씨는 “이대에 처음 왔을 때 아름다워서 대학에 다니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왕예걸(Wang Yi Jie·커미·17)씨 또한 “학교가 예뻐서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것”이라며 “관광객을 특정 (사진을 찍기 위한) 장소에는 허용하되 수업 공간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준엽 교수(수학과)는 “방문자들의 일부 행동이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도 방문 자체를 피해가 가는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반드시 외부인 없는 고립된 환경이 더 좋다고 보기 어렵다”며 “학생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는 잘못된 행동을 제지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교내에 방문하는 외부인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방문객 대응을 책임지는 총무처 총무팀은 관광객의 방문으로 학생들이 불편한 점에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관광객의 방문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학교의 대외적 명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학교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가지게 되면 학생을 비롯한 이화여대 전체 구성원에게 도움이 되는 면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