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실력 검증 힘든 본교 유학생 선발 제도, 면접 통한 평가방식 필요해
한국어 실력 검증 힘든 본교 유학생 선발 제도, 면접 통한 평가방식 필요해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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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혜연 기자 kimhy859@ewhain.net
그래픽=김혜연 기자 kimhy859@ewhain.net

본교 유학생 주소의(Zhou Xia Oyi·소비·17)씨는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가 듣는 수업의 조별 과제 때문이다. 주씨는 한국어로 진행되는 토론이 주를 이루는 조별 과제에서 의견을 피력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로 생각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며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을까 봐 말을 꺼내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나마 주씨가 속한 학과는 다른 과에 비해 조별 과제가 적은 편이다. 이루이(Li Rui Yi·커미·17) 씨가 재학 중인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에는 227명의 유학생이 재학 중이지만 조별 과제가 많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씨가 가장 어려움을 느낀 과목은 <컨텐츠비즈니스의이해>다. “당시 7명이 한 조였던 조별 과제에 저와 다른 중국 학생 한 명이 있었는데 둘이서 PPT를 만들었어요. 소통이 안 되니까 자료를 여러 번 고치고, 만들었는데도 다른 팀원들이 다시 만들었어요.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못 하고 도움도 안 된 거죠.”

 

△본교 유학생, 어떻게 뽑고 있나

이 같은 본교 유학생 수업 적응 문제의 원인으로 유학생 입학 전형 기준이 지적되고 있다. 현재의 기준으로는 지원자의 한국어 회화 능력을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본교 재외국민, 외국인 전형은 ▲중·고교과정/6년 이상 교육과정 해외이수자 ▲북한이탈주민 ▲전(全) 교육과정 해외이수자다. 중·고교과정/6년 이상 교육과정 해외이수자 전형은 본교에서 진행하는 필기시험만을 통해 지원자를 평가한다. 인문계열 모집단위는 국어와 영어 성적, 자연계열 모집단위는 수학과 영어 성적, 국제학부는 영어 성적을 반영한다. 인문계열을 제외한 단위는 모두 영어를 평가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지원자의 한국어 실력을 검증하기 어렵다.

전(全) 교육과정 해외이수자 전형의 경우 ▲한국어 능력 시험(TOPIK) 3급 이상 취득 ▲본교 언어교육원 한국어집중과정 4급 이상 수료 ▲영어 능력 시험 TOEFL iBT 80, IELTS 5.5, TEPS 550(New TEPS 296) 이상 취득 ▲한국어 또는 영어로 진행하는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교육 이수의 네 가지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만족하면 지원할 수 있다. 혹은 본교가 위의 네 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수준의 한국어·영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한 사람은 지원할 수 있다. 이에 김채은(경영·17) 씨는 “자격증 위주의 조건이 학생의 언어 실력과 직결된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며 “정말 공부할 열정이 있는 사람인지는 면접을 통해 걸러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학 능력 평가하는 입학 전형, 무용지물(無用之物)

강민지(커미·17) 씨는 <미디어글쓰기와스피치> 조별 과제를 할 때 한국어로 소통되지 않던 중국 학생과의 경험을 털어놨다. “실습 과목이었는데 조원 모두가 의견을 내는 게 중요한 과제였어요. 그중 중국 유학생 한 분은 한국어가 서툴렀는데 그 때문인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어요. 조별 과제 내내 다른 학생들이 그분의 몫까지 감당해야 했죠.”

강씨 외에도 유학생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학생은 적지 않다. 본지 조사 결과, 본교생 62명 중 51명이 이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고 답한 11명 중 6명은 유학생과 조별 과제를 한 적이 없다는 답안을 선택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에 위효연(Wei Xiao Yan·식영·16) 중국 유학생 대표 또한 어학 시험 점수만을 평가 지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어 능력 시험 점수가 높아도 일상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다”며 “한국어 공부를 할 때 주로 문법이나 읽기 등을 공부했기 때문에 말하는 속도가 빠르고 어려운 단어를 쓰는 교수의 수업을 들을 때는 예습을 안 하면 따라가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타대 유학생 선발, 본교와 다른 점은?

그렇다면 타대는 유학생을 어떻게 선발하고 있을까. 필기시험 전형과 서류 전형만으로 뽑고 있는 본교와 달리 대다수 타대 입시 전형엔 면접이 포함된다.

서울대 글로벌인재특별전형에서는 종합평가를 택했다. 2020학년도 해당 입시전형에 따르면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를 기초로 학업능력, 어학 능력, 모집단위 관련 적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쓰여 있다. 지원 모집단위의 결정에 따라 면접, 필답고사 및 실기고사 등을 병행할 수 있다.

성균관대학교는 재외국민 전형 지원자와 전(全) 교육과정 해외 이수자 전형 의예과 지원자 중 1단계 합격자 대상으로 면접시험을 진행한다. 한국외대의 경우도 면접을 진행한다. 2020학년도 재외국민 특별전형 모집 요강에 따르면 초·중·고교과정 해외이수자의 경우 2단계에서 면접고사 점수를 100% 반영한다.

연세대 재외국민 전형의 중·고교과정 해외이수자도 서류 평가를 거친 후 면접을 진행한다. 특히 3년 교과과정 해외 이수자의 경우 한국어로 면접을 진행해 면접자가 지원자를 상대로 의사소통 능력을 시험해볼 수 있다. 연세대 박윤주(언론·17) 씨는 “교환학생이 아닌 유학생과 같이 과제를 하면서 어려웠던 경험이 거의 없다”며 “동아리에서도 자주 만나는데 소통이 잘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