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와 글자를 넘어선 연극의 세계, 인종을 논하다
종이와 글자를 넘어선 연극의 세계, 인종을 논하다
  • 허해인 기자
  • 승인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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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영문과 김주연 교수, 아시안-미국문학 주제로 특강
8일 오후5시 인문관 111호에서 열린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 재직 교수 특강의 한 장면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8일 오후5시 인문관 111호에서 열린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 재직 교수 특강의 한 장면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미국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 김주연 교수가 지난 8일 인문관 111호에서 줄리아 조(Julia Cho)의 ‘The Piano Teacher’라는 극작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아시안-미국 문학과 극문학을 주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The Piano Teacher」의 작가인 줄리아 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극작가다. 아시안-미국인 작가의 경우, 작품에 자전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것을 기대하는 독자들이 많다. 하지만 ‘「The Piano Teacher」에는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줄리아 조는 작품 속에 이민자의 경험과 관련된 상실, 분리의 정서를 투영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The Piano Teacher」에는 세 명의 주인공, Mrs. K와 그의 두 제자가 이끌어나가는 극이다. 전직 피아노 선생이었던 여성 Mrs. K가 죽은 남편과 그의 학생들을 회상하며 진행된다. 작품 초반 Mrs. K의 삶은 평화로운 노년 생활로 묘사된다. 하지만 과거 그가 가르쳤던 학생들을 다시 만나고 Mr. K에 대한 과거의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극은 점점 폭력적인 장면으로 물들게 된다.

이 작품의 중요한 특징은 주인공들의 인종이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인종적 모호함으로 인해 극본을 연극으로 옮기고 배우를 캐스팅하는 데 연출자의 해석이 개입된다. 김 교수는 “보통 극문학을 공부할 때는 극본을 분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작품의 경우 극본과 실제 연출 간 관계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김 교수는 미국의 사우스 코스트 레퍼토리(South Coast Repertory), 빈야드 극장(Vineyard Theater), 넥스트 극장(Next Theater) 등 세 극장에서 상영된 연극의 장면을 보여주며 강의를 진행했다. 작가가 작품 앞에 첨부한 캐스팅 노트(Author’s Note)가 연극 프로덕션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됐음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캐스팅 노트란 작가가 배우를 캐스팅할 때 참고할 점을 설명한 글이다. 캐스팅 노트에서 작가는 Mrs. K가 백인인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두 인물의 인종을 “절대적이지 않다(not absolute)”, “상대적이다(relative)” 등의 단어로 설명한다. 이에따라 연극마다 다양한 인종의 배우가 캐스팅됐다.

특강을 마무리하며 김 교수는 이 작품에 대해 “인종에 얽매이지 않는 시대(post-racial era)라고 불리는 현대에 아직도 인종 문제가 사회의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