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부터 교양까지, 뻔한 과제 말고 FUN한 과제
전공부터 교양까지, 뻔한 과제 말고 FUN한 과제
  • 이수빈 기자, 강지수 기자
  • 승인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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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에는 따스한 봄 날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각종 행사가 열린다. 하지만 대학생들에게 5월은 마냥 즐길 수 있는 날들이 아니다. 과제의 달, 팀 프로젝트의 달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대부분 과목의 중간고사가 마무리되고, 과제 및 팀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보통 과제라 하면 수십 편의 논문을 자료조사해 완성한 10장짜리 보고서, 혹은 검은 컴퓨터 모니터에 알 수 없는 영어로 가득 찬 코딩 등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깨는 이색적인 과제들이 본교 수업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본지는 수강생들이 직접 추천한 ‘이색 과제’ 수업을 이번 호와 다음 호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 호에서는 사회학과 전공 <Social Problems>, 융복합교양 <현대물리학과인간사고의변혁>, <미술로치유하는마음>의 과제를 다룬다.

 

△48시간 동안 인터넷을 사용하지 말라고? <Social Problems>

캠브리지 사전(Cambridge Dictionary)은 2018년 노모포비아(Nomophobia)를 ‘올해의 단어’로 지정했다. 이는 ‘노 모바일폰 포비아’(No mobile phone phobia)의 줄임말로 스마트폰이 없을 때 불안감 또는 초조함을 느끼는 증상을 뜻한다. 캠브리지 사전은 세계 모든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하게 됨에 따라 현상의 정확한 명칭이 필요하다며 이유를 밝혔다.

술이나 마약, 담배 등 물질의 중독을 주로 이야기했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 등 ‘특정 행동’ 중독에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재학생들은 학교생활을 하며 스마트폰과 삶을 분리할 수 있을까? 본교에 이를 직접 확인해보는 수업이 있다.

트렌트 백스 교수(Trent Bax·사회학과)의 <Social Problems>이다. 수업에서 트렌트 교수는 소셜미디어, 인터넷을 48시간동안 사용하지 말라는 과제를 제시한다. 인터넷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생활 방식을 알아보기 위함이다. 성공과 실패 여부에 관계없이 이후 느낀 점을 에세이로 작성해 제출한다.

트렌트 교수에 따르면 과제를 잊고 습관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한 일부 학생도 있지만 대다수는 프로젝트에 성공했다. 학생들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고, 자아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수업 시간 집중력도 높아졌다. 몇몇 학생은 읽으려고 오랫동안 미뤄온 책을 이 기회를 통해 읽게 됐다고 보고서에 작성했다.  

“평소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해 6시간 만에 인터넷을 사용하고 말았다”는 수강생 김재희(사회·17)씨는 “통학을 할 때는 너무 심심했지만, 수업 시간에 휴대폰을 쓰지 않는 게 오히려 집중이 잘 되기도 했고, 이런 경험의 해석을 보고서에 솔직하게 적었다”고 말했다.

 

△실생활에서 만나는 과학 이론<현대물리학과인간사고의변혁>

학창 시절 물리 법칙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던 경험이 종종 있을 것이다. 물리학은 복잡한 증명과정을 통해 성립된 공식들이라는 인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허나 김찬주 교수(물리학과)는 물리학을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그는 현대물리학을 ‘100년 전 호기심을 잃지 않은 어른들이 세상에 대한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버리고 이룩한 지적 혁명’이라고 표현한다.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상대성 이론이 시공간에 대한 인류의 인식을 새롭게 한 것처럼 말이다.

이런 그가 가르치는 융복합교양 과목 <현대물리학과인간사고의변혁>은 초등학생 수준의 수학, 과학 지식만을 갖고 있는 학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과제도 마찬가지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착안하게 된 결정적 계기, ‘엘리베이터 사고 실험’을 직접 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이 실험에서 학생은 저울을 가지고 엘리베이터에 탄 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동안 몸무게 변화를 측정해 제출하면 된다. 몸으로 일반 상대성 이론을 느껴보고 아인슈타인의 사고를 따라가기 위함이다. 실험 결과가 잘못 나와도 채점에는 반영하지 않는다. 실제 과제를 수행해 본 경험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 학생은 밤에 아파트에서 이 실험을 하다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은 적도 있고, 또 다른 학생은 63빌딩이나 극장 엘리베이터 등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실험을 하기도 했다.

수강생 이수빈(디자인·19)씨는 “아파트에서 실험을 진행했는데 1층에서 13층까지의 왕복 과정을 통해 몸무게의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계속 왕복하는 바람에 엘리베이터 내 비상 신호음이 울려 놀라기도 했지만, 어려운 물리학 법칙을 체험으로 이해한 재밌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림검사 과제로 힐링하기<미술로치유하는마음>

한 번쯤 그림을 통해 현재 심리상태를 예측하는 검사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미술은 삶에서 인간의 마음을 돌보고 위로해 보다 나은 존재가 되도록 이끄는 심리 치유적 매개다. 이를 심리치료와 융합한 학문이 미술치료학이다. 한경아 교수(교육학과)의 <미술로치유하는마음> 수업에서는 미술치료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수강생들은 과제로 그림검사 결과를 분석해 자기 분석 보고서를 쓴다.

과제 수행의 첫 단계는 ‘이야기 그림검사(Draw-a-Story)’와 ‘빗속의 사람 그림검사(Person-in-the-Rain)’ 체험을 하는 것이다. 이후 완성된 그림은 검사 채점 체계를 사용해 채점하고 결과 이미지와 함께 사후 질문에 대한 답변, 행동관찰, 현재 당면한 문제 등을 포함해 종합적 분석을 내린다. 과제 평가는 각 단계에 성실하게 임했는지, 분석이 논리적인지 등을 고려한다.

독특한 과제 내용보다도 과제를 처음 계획한 한 교수의 계기가 더욱 특별하다. 그는 “현재 대학생들은 미래의 꿈을 위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돌볼 겨를도 없이 위로만 하며 학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태가 지속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서적 상태가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이러한 과제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수업에서 수강생들이 자신을 이해하는 그림검사 체험을 해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강점과 자원을 발견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