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흐름을 읽는 곳, 북한학 전공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흐름을 읽는 곳, 북한학 전공
  • 강지수 기자
  • 승인 2019.0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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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전공이 하나로 - 연계전공 탐방기②
10일 오후3시 포스코관 B153호에서 북한 주민의 문화와 생활 수업으로 북한 영화 ‘한 녀학생의 일기’(2006)를 감상하는 학생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10일 오후3시 포스코관 B153호에서 북한 주민의 문화와 생활 수업으로 북한 영화 ‘한 녀학생의 일기’(2006)를 감상하는 학생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미래 통일한국을 이끌 주역이 되고 싶다면

남북한을 두고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두 국가’라고 말하곤 한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나뉜 지 어느새 70년이 넘었다. 분단 이후 남북관계는 온탕과 냉탕을 롤러코스터 타듯 넘나들었다. 그러다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역사적 순간이었다. 북한학 연구가 활발해진 것도 그때부터다.

본교 역시 동국대, 서강대 등에 이어 1998년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북한학협동과정(북한학과)을 개설했다. 2000년에는 학부과정에 북한학 연계전공을 설치했다. 북한학 전공의 교과목에는 <북한의문화콘텐츠>, <북한정치의이해>, <통일의비용과편익> 등 15개가 있다. <국가안보론>, <사회주의체제변동과북한> 등 타 학과의 수업도 포함한다. 사회 내 소수자의 관점에서 통일과 북한의 인권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한다는 점은 본교 북한학 전공만의 강점이다.

전공주임을 맡은 김석향 교수(북한학과)는 북한학을 “취업과 진로 설계 측면에서 모두 유리한 전공”이라고 소개했다. 북한학 전공자는 공공기관이나 정부 부처에 들어가는 통로로서 일종의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다. 또 자신의 진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채 대학 생활을 하다가 북한학 연계전공을 하며 길을 찾는 학생도 있다. 북한학 전공 과목을 수강한 후 한반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방향을 정했다고 김 교수에게 감사를 표한 졸업생도 있었다.

이정현(사회·17)씨는 법학을 공부하던 중 국제법상에서 북한을 접하며 북한학 복수전공을 결심했다. 이씨는 “국적에 관한 부분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다룬 법령이 있었다”며 “우리나라 법에서 북한 국민은 우리나라 국민으로 인정되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한국 정책과 법이 북한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알고 북한학에 흥미가 더 생겼다”고 말했다.

 

△수업 속으로: <북한주민의문화와생활>

북한 주민의 생활상은 늘 미디어를 통해 전달된다. 미디어 속 북한의 생활이 전부라고 여기면 열악한 영양 상태와 구시대적인 문화수준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북한의 사회문화는 고유의 방식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작년 제21차 평양국제무역박람회에서 최신 스마트폰이 소개되는 한편 2018평창동계올림픽 때는 삼지연관현악단이 서울 국립극장에서 ‘J에게’(2003)를 부르기도 했다.

북한학이라는 학문은 딱딱하기만 할 것이라는 틀을 깬 수업이 있다. 이 수업에선 북한 주민들의 문화와 삶을 이해하며 북한 이해와 통일 문제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키울 수 있다. 바로 북한학 개설 전공 <북한주민의문화와생활>이다. 수업은 북한 사회의 모습을 ▲정치문화 ▲사회구조 ▲교육문화 ▲방송·언론 ▲문화예술 ▲여성문화 ▲생활문화 총 7개의 갈래로 살핀다. 본지는 7일 이화·포스코관 B153호에서 열린 전미영 교수(북한학과)의 수업에 직접 들어가 봤다. 이날 수업은 북한의 문학과 문화예술 전반을 포함한 ‘문학예술’ 분야 중 음악 관련 내용을 다뤘다.

“북한 통치자에게 음악은 국가 이념을 선전하는 수단 중 하나입니다. 자유로움이 허용될 법한 음악도 예외가 아니죠.”

북한 음악은 국내 음악의 유행과 대비되는 지점이 많다. 서양 음악도 일부 받아들이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민족음악이 중심이다. 힙합처럼 외국 태생의 음악이 인기 있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또한 북한 음악은 기악보다는 성악에 비중을 두고 곡조보다는 가사를 중시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항일혁명 이데올로기의 반영을 강조하는 북한의 주체음악론과도 연결되는데, 지도자에 대한 칭송이 노래의 주를 이룬다. 비트와 멜로디가 노래 흥행 요인으로 작용하는 국내 상황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어서 소개된 음악 장르는 북한의 ‘혁명가극’. 그중 오페라와 뮤지컬의 중간 성격을 띠는 혁명가극 ‘피바다’의 무대 영상을 시청했다. 화면 가득 무대 위 북한 주민과 군인 역할의 배우가 등장했고 오페라의 아리아와 유사한 ‘절가’라는 독창 부분도 있다.

“당시에 혁명가극을 관람한 북한 주민의 말을 들어보면, 민중들은 열렬히 환호했다고 해요. 반면 1980년대 남북 예술교류단 공연에서 같은 공연을 본 우리나라 인사들은 제목 자체부터 두렵다는 평을 남겼어요. 이것 역시 문화적 이질감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럼에도 이념적 대립을 넘어 음악을 통해 남북이 소통할 여지가 있다. 한 교수는 “북한 문학예술 탐구의 목적은 남북문화의 소통과 이해의 기회를 마련하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북한은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서양 관현악단들과 협연을 하고 민족 악기 개량 사업을 통해 전통음계의 국악기를 서양 음계에 맞춰 개량하는 작업도 추진해왔다. 한국 연주가들이 북한 민족개량 악기 ‘옥류금’과 ‘장새납’을 연주하기도 한다. 이를 유튜브 등 매체를 통해 음악 예술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수업에서는 북한의 영화 ‘한 여학생의 일기’(2006)를 감상한다. 일 때문에 집안일을 등한시하는 과학자 아버지에 대한 고등학생 딸의 미움과 오해, 화해의 이야기를 담는다. 개봉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위원장의 주체적인 미학 사상이 구현된 작품”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대본 작성과 편집, 촬영을 구체적으로 지도했다고 알려진다.